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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환율이야기]

완만한 원화강세가 급격한 약세보다 나은 3가지 이유

조세일보 / 김대성 기자 | 2018.05.1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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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원·달러 환율 추이. 환율은 11일 저녁 10시 KEB하나은행 기준. 자료=네이버 제공

미국의 금리인상 후폭풍으로 인한 아르헨티나發 사태가 국제 금융시장의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외국인 자본이 대규모로 빠져나간 아르헨티나가 지난 8일 2001년 위기 이후 17년만에 IMF(국제통화기금)에 도움을 요청했다. 300억 달러 규모의 탄력대출제도(flexible credit line)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BCRA)은 금리를 연 27.25%에서 40% 수준으로 끌어올렸지만 페소화 가치 폭락을 막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2017년 말 기준 45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해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화 약세는 아르헨티나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러시아, 인도네시아, 터키, 브라질 등 신흥국 통화 전반적으로 약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도 덩달아 급락했고 외국인 자금 의존도가 높은 터키도 리라화의 가치가 사상 최저치에 이르렀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미국의 경제제재 여파로 맥을 못추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르헨티나발 위기설의 영향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다. 올해 4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3984억2150만 달러로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에 비해 9배 수준에 달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발 충격이 확산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신흥국 투자에 불안을 느낀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상당부분을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여서 원화 약세(고환율)가 국제경쟁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제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서의 고환율 상황은 경제를 초토화시키고 서민들의 생활을 극도로 어렵게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달러당 2000원이 넘는 고환율을 겪은바 있다. 높은 이자로 기업들의 도산이 줄을 이었고 수많은 국부가 외국자본으로 넘어간 쓰라린 아픔을 맛봤다.

현재 우리나라가 맞고 있는 상황에서는 급격한 원화약세보다는 완만한 원화강세가 보다 나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달러 약세는 대미 무역흑자국과 신흥국 경기의 부양을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신흥국 자본유출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에 비상이 걸리기 이전에는 세계 경제가 원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세계은행(WB)은 올해 경제성장율을 3.1%로 올렸고 MF도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한바 있다.

달러화 약세는 미국의 경기 회복을 시작으로 선진국과 신흥경제국, 개발도상국 등이 모두 고른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둘째,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면 해외에서 들어오는 원자재의 가격이 낮아져 소비자 물가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즉 환율이 낮을수록 외국에서 값싸게 물건을 들여올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수출업체는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개발 등을 통해 가격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셋째, 환율이 계속해서 낮아진다는 전망이 유력할수록 외국인은 한국에서 더 많은 달러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자본유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반대로 신흥국 통화 약세는 자본 유출의 빌미가 되고 달러표시 부채 상환 부담을 증대시키기도 한다.

달러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2~3% 낮아진다고 가정할 경우 금리인상 1%에 비해 훨씬 많은 달러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으로서는 더 나은 장사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와 비슷한 사례를 지난 2000년대 중반에 겪은 바 있다. 미국의 무역압박이 지속되면서 원화의 가치도 크게 상승했는데 오히려 외국 자본이 밀려들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이성태 한은 총재는 물가를 보면 금리를 인상할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6년 4월부터 3년여 재임기간중 기준금리를 수차례 인상했다.

이 전 총재의 대응은 물가 측면보다는 통화정책 정상화와 주요국의 금리인상에 발맞추면서 적절한 환율 정책을 통해 금융위기를 줄였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국제금융위기 시기에 우리나라는 또다시 달러강세로 인한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기업과 서민 생활 모두가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아르헨티나발 사태로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지난 11일의 원·달러 환율은 3.80원 하락한 1069.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론 지난달 30일의 1068.00원 이래 가장 낮다.

북미 정상회담이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한 점도 원화 강세로 작용했다.

금융당국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한·미간 금리 격차 속에서 신흥국의 자금이탈 리스크를 어떻게 줄여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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