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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근 칼럼]

문재인 정부 1년 경제는 낙제점?

조세일보 / 변상근 논설고문 | 2018.05.16 08:30

출범 1주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J노믹스)이 여론의 낙제점을 받았다. 미디어들의 여론조사 결과는 대체로 '외교안보는 합격점인데 경제는 겨우 낙제점을 면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를 뛰어넘는 3%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생산 투자 고용 등 대부분의 지표가 나빠졌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3월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장가동률은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70%선에 머물렀다. 수출도 내수도 모두 적신호다. 

야권과 보수 진영은 지난 1년 경제정책을 '실패'로 단정했다. 문 정부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시민사회단체들도 비판적인 평가다. 문 대통령 스스로 취임 1주년인 지난 10일 SNS에 “임기를 마칠 때쯤이면 '사는 것이 나아졌어'라는 말을 꼭 듣고 싶다”고 에둘러 아쉬움을 표현했을 정도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성장률 3% 달성과 가계 실질소득 증가, 혁신성장을 지난 1년 경제정책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최저임금 16.4% 인상과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등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안전망을 확충했고,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공무원과 공공기관 채용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주 52시간 근로제 확립 등을 성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런 '자화자찬'은 현실과 꽤 괴리가 있다. 지난해 연간 실업자 수는 102만80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고, 청년실업률은 9.9%로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올 3월 실업률은 4.5%로 1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치적으로 내세웠지만 이들 정책이 청년취업을 제도적으로 막아 되레 청년실업을 크게 늘렸다는 부작용도 감지되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재정을 풀어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도 실질소득과 고용은 되레 나빠진 것이다.     

물론 경제가 모두 나빠졌다고만 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1%로 3년 만에 3%대에 복귀했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최근 1년간 각각 7.7%, 32.4% 올라 주식시장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오르기만 하던 집값과 전셋값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달 수출이 18개월 만에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전체 실적자체는 양호한 편이다.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에다 안보 불안 해소로 국가신용등급도 올랐다.      

J노믹스는 분명 우리 경제가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라는 국정목표 하에 소득주도성장과 복지확대·친(親)노동정책을 밀어붙였다. 

약자 편에 서서 불평등을 해소하고,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일자리 위원회를 꾸리고, 재벌 대기업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등 정책의 방향성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대·중소기업 상생 등 공정거래 정책 또한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제정책의 성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J노믹스 성적표를 매기기에 1년은 너무 짧다. 하지만 추진과정에서 결과로 드러난 당장의 현실이 항상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의 인건비부담을 늘려 단기적으로 고용을 줄이는 역효과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고용을 줄이고 가격을 올리는 시장의 반작용이 상황을 악화시킨 측면도 있다. 

인상된 최저임금의 소득증대 효과가 소비증대로 연결되어 일자리가 늘어나는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잖아도 우리 경제는 이미 구조적 한계점에 와 있다. 잠재성장률 2%대의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데다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복지수요는 팽창하고 있다. 

이런 저성장국면 속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를 기다리며 개혁을 밀어붙일 경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특히 2012년 이후 진행되고 있는 제조업 침체가 심화돼 우리 경제의 경쟁력 근간이 흔들릴 위험이 크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고 이미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조선과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전 업종으로 침체가 확산되고 있다. 13대 주력 품목 중 선박 자동차 휴대폰 등 6개 품목의 수출이 줄었다. 덩달아 투자와 고용도 '빨간불'이다. 설비투자는 최근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며 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10년간 외국인 직접투자는 1000억 달러인 반면,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3010억 달러다. 기회만 있으면 해외로 빠져나가려 안달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향후 5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세계평균보다 약 1.0%포인트 낮게 전망한 것도 괜한 소리는 아니다.   

게다가 법인세 인상,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생계형 적합업종, 기업 지배구조 규제 등은 하나같이 기업부담을 늘리는 정책들이다. 우리 기업에 대한 국제 투기자본의 공세 또한 기승을 부리고 있고 5대 기업그룹 가운데 4개 그룹이 검찰조사를 받는 등 기업경영환경 도 최악의 상태다.

기득권 집단의 저항을 뚫고 한국경제의 틀을 '사람중심 경제'로 바꾸는 것은 거역하기 힘든 시대흐름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착한 정책'이라도 시행과정에서 성장 동력이 고갈되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J노믹스 2년차를 맞아 지난 1년간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정교한 정책설계와 현장상황을 감안한 유연한 접근으로 보완을 서둘러야한다. 

고령화 시대는 물론이고 남북 경제협력시대에 대비하기위해서도 경제의 지속성장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 경쟁력 강화는 필수적이다. 차세대 먹 거리를 선별해 이를 집중지원하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주요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구체화하고 대안마련에 적극 나설 때다.

아울러 기업들과 소통하며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기업들의 기를 살려야 한다. 기업들의 분발 또한 절실하다. 4차 산업혁명을 이루려면 디지털과 제조업이 결합된 플랫폼에서 혁신이 일어나야한다. 기업들이 비전을 갖고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연구개발과정에 쏟아 부어야 결실을 볼 수 있다. 이를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정부가 출범 1년을 맞아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업 전략에 '산업혁신 2020 플랫폼'을 발족하고 2020년까지 전기·자율주행차, 에너지, 반도체 등 5대 신산업 프로젝트에 최대 16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때 마침 한반도에 일고 있는 평화의 기운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경제가 개방되고 남북철도와 도로망 연결이 현실화되면 제조업 전반에 활로가 트이고, 북한 노동력과 자원이 남한 기술 및 자본과 결합된 분업체계는 남북 공동번영의 새 마중물이 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함께 한국경제의 활로를 열어갈 수 있는 큰 그림과 실천적 전략도 구체화해야 할 때다. 


변상근 논설고문

[약력]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워싱턴 특파원, 중앙일보 워싱턴 주재 부국장, 경제담당 부국장, 편집국장 대리, 논설위원·고문 역임. 고대, 서강대, 외대 언론대학원 초빙교수 역임, 한양대 겸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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