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업을 정리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정리할 때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 것인지에 대해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소규모 기업들은 한국인 관리자들을 몰래 철수시킨 후 법인은 그대로 방치해버리는 소위 야반도주도 발생한다.
많은 한국계 중국현지법인의 사업철수 업무를 수행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기업을 저수지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수지에 물이 가득 차 있을 때에는 저수지 아래에 뭐가 있는지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이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만약 어떤 목적으로 저수지의 물을 모두 빼내야 할 상황이 생기면 평소 보이지 않았던 온갖 쓰레기가 일시에 드러나게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주문량이 많아서 회사가 바쁘게 돌아갈 때는 회사에 내재된 리스크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회사의 운영을 중단하고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 볼 때 그 동안 잠재되어 있던 모든 관리상의 문제들이 일시에 드러나게 된다.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기업이라는 저수지에서 물을 모두 빼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는 필연적으로 회사 안에 과거로부터 누적되어온 잠재된 문제점들이 드러나게 되고, 이는 곧 사업철수비용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청산 등 사업철수를 진행함에 있어서 사전에 잠재된 리스크로 인하여 발생할 철수비용을 추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회부터 총 5회에 걸쳐서는 중국현지법인을 철수하기로 결정하였을 때, 철수과정에서 어떤 비용들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저수지의 물을 완전히 빼내야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처럼 회사의 경우는 “만약 청산의 방법으로 사업철수를 진행한다면 어떤 비용들이 발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철수비용을 추정해 본다. 그동안 살펴본 것처럼 철수방법은 지분양도나 해산청산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완벽하게 리스크를 파악해 볼 수 있는 해산청산을 전제로 비용을 추정한다.
지분양도의 방법은 회사에 내재된 우발부채들을 해소하지 않고 그대로 인수자에게 넘기는 것이기 때문에 지분양도를 전제해서는 정확한 리스크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산비용, 직접비용과 잠재비용으로 구분
중국현지법인의 청산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청산비용은 '직접비용'과 '잠재비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은 설명의 편의를 위해서 필자가 자의적으로 구분한 것이지 그것이 법률용어이거나 또는 사전적으로 정의된 개념은 아니다.
직접비용은 중국현지법인의 철수방법으로 청산을 선택함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청산을 선택하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는 비용이다. 예를 들어보면 청산조(청산위원회) 구성원의 급여와 활동비 등 청산조 유지관리비, 청산 신문공고비용, 청산 감사수수료, 청산 대행수수료 등이 있다. 이러한 직접비용은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으며, 그 금액도 크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발생대상에 따른 잠재비용의 구분
청산관련 비용은 위에서 설명한 직접비용 이외에도 잠재비용이 있다. 잠재비용은 우발부채라고도 하는데, 이미 발생해서 지급의무가 확정되어 회계장부에 기록된 확정부채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것은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을 때는 잠재하고 있다가 외부기관이 조사를 하거나 또는 회사가 자발적으로 청산함으로써 드러나는 비용이다.
잠재비용은 회사에 대한 청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세무국과 같은 행정기관이 조사가 착수됨에 따라 추징되는 세금이나 벌금, 종업원을 정리해고 함에 따른 보상비용, 각종 계약의 중도해제에 따른 위약금 등으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다. 그 금액도 큰 것이 일반적이다. 잠재비용을 발생대상별로 구분하면 다음 표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