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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세청법' 제정 캠페인]

③국세청장 '수난이대(受難二代)'

조세일보 / 김진영 기자 | 2018.05.23 08:39

글싣는 순서
노무현 정부가 세운 첫 국세청장(제14대)은 국세청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인' 출신이었다.

국세청장 임명 직전까지 관세청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이용섭 전 국세청장이 발탁된 이유는 국세청 내부출신 후보들 사이에 벌어진, 서로를 물고 뜯는 지나친 경쟁 때문이었다. 

어찌됐건 '한 타임' 쉬어간 덕택에(이용섭 전 국세청장 재임기간 2년) 국세청은 다시 내부출신 국세청장을 맞이 할 수 있었다. 제15대 이주성 전 국세청장(재임 : 2005년 3월15일~2006년 6월29일)과 제16대 전군표 전 국세청장(재임 : 2006년 7월18일~2007년 11월7일)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기대와는 달리 국세청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긴 채 물러났다.  

전군표 구속 일지

'전군표 구속'

2007년 8월9일 정상곤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이하 정 전 청장)이 뇌물혐의로 구속됐다.

그가 경남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던 유력 건설업자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받아 챙긴 뇌물의 액수는 1억원.

검찰은 즉각 이 돈의 '용처'를 수사했 정 전 청장으로부터 1억원 중 6000만원을 인사청탁 명목으로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이하 전 전 국세청장)에게 상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진술 내용을 토대로 한 언론 보도가 2007년 10월23일 쏟아져 나왔지만 전 전 국세청장은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현직 국세청장의 검찰 수사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 직면한 국세청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정 전 청장이 구속된 이후 국세청 고위간부들이 그를 면회, 의혹을 덮어달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등 상황은 점차 악화되어 갔다.

2007년 11월1일 검찰에 출두한 전 전 국세청장은 결국 소환 조사 닷새 뒤인 2007년 11월6일 구속 수감되면서 '사상 첫 현직 국세청장 뇌물수수 혐의 구속'이라는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다.

검찰 수사 결과 전 전 국세청장은 국세청장 내정 후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시절인 지난 2006년 7월경에도 2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하는 등 정 전 청장으로부터 총 8000만원(한화 7000만원+미화 1만 달러)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 2008년 2월27일 징역 3년6월 추징금 7947만원 등 유죄가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부산지법 제5형사부)는 유죄를 선고하며 철학자 니체의 말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뇌물을 제공했다는)정 전 청장의 진술이 사실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린 지금 피고인 전 전 국세청장이 확신에 찬 태도로 상대방을 비난하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끝까지 부인해 온 것은 심리학 전문가들이 말하는 '인지부조화'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내 기억이 '내가 그것을 했다'고 말하지만 내 자존심은 '내가 그것을 했을 리가 없다'고 말하며 요지부동이다. 결국 기억이 자존심에 굴복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2010년 7월 가석방으로 풀려나면서 자유의 몸이 됐던 전 전 국세청장은 불과 3년만에 또 다시 뇌물혐의에 연루됐다. 국세청장 자리에 오른 직후, 기관운영비 마련 등의 명목으로 CJ그룹으로부터 미화 3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2억8397만원)와 고가의 명품 시계 등을 받아 챙긴 사실이 6년여 만에 들통나면서 영어의 몸이 되는 신세가 됐다.

'이주성 구속'

이주성 구속 일지

사실 현직 국세청장 뇌물수수 혐의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국세청 역사의 한 페이지에 처음으로 써 넣을 뻔한(?) 인물은 이주성 전 국세청장(이하 이 전 국세청장)이었다. 2005년 3월 제15대 국세청장 자리에 오른 그는 순탄한 길을 걸었다.

그러다 재임 1년3개월만인 2006년 6월29일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의 깜짝 사퇴는 이런 저런 뒷말을 낳는 등 '미스테리'로 남았지만,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만다는 통설이 적용되는 케이스로 보면 정확할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프라임 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감춰졌던 이 전 국세청장의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퇴임 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던 이 전 국세청장은 2008년 11월10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고 2005년 11월 당시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고 있던 프라임 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 인수에 힘을 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20억원 상당의 강남 아파트 한 채와 고급 가구 등을 받은 혐의로 2008년 11월12일 구속 수감됐다.

프라임 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지 못하자 이 전 국세청장은 '실패한 로비'의 대가를 돌려준 것으로 드러났지만, 뇌물수수 혐의는 인정되면서 2009년 4월23일 징역3년, 추징금960만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전 국세청장은 재직 시절 신세계 그룹과의 커넥션, 롯데그룹 세무조사 편의 제공 등 이런 저런 구설에 오르내렸고, 퇴임 후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실체가 확인됐다.

실제로 프라임 그룹으로부터 받은 아파트는 신세계 그룹 고위 임원의 처남 명의로 매매가 이루어졌었고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백화점 커피숍 운영권을 넘겨받아 이 전 국세청장의 딸이 실제 운영해 왔다는 의혹도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

1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재직했던 두 명의 국세청장이 검은 돈을 받은 혐의로 연속 구속되는, 결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비극은 대체 왜 일어난 것일까.

원인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갈래이고, 어느 한 갈래가 정답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다만 한 가지 주목할 대목이 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와 권련기관간의 관계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직후 국가정보원,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들로부터 '독대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권력기관들이 대통령과의 독대보고를 발판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등 군사독재 시절을 답습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였다.

청와대 눈치를 보지 말고 각 권력기관들의 수장들이 책임성을 갖고 기관 및 행정을 운영하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었다.

권력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보다 발전적인 국정운영 체계를 만들려 했던 노 전 대통령의 통치철학이 '권력의 유한함'을 일깨우고 엉뚱한 것에 관심을 갖게 만든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국세청장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기구와 통제기구와 강력한 처벌규정이 담긴 법 체계의 필요성이 강하게 묻어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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