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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화의 무역이야기]

남북교역 재개 전 신뢰향상과 제도정비부터

조세일보 / 홍재화 필맥스 대표 | 2018.05.23 10:12

남북교역이 재개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안정화되려면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이제 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 해야할 일들을 정리해봐야 할 때이다.

신뢰성 향상을 위한 조치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폐쇄가 발표될 때는 친구들과 한가하게 저녁을 먹고 있을 때였다. 그 자리에는 개성공단에 투자하여 의류를 생산하던 친구도 있었다. 나도 놀랐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분명 그 친구였다. 그 발표가 나면서 식사도 못하면서 걱정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던 모습이 선하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공단에 가서 생산된 옷이나 기계류 등을 가져오기는커녕 아예 인적교류까지 막아서, 그저 앉아서 사태의 추이를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의류나 기계들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자리에서 고스란히 먼지에 쌓여가고 있거나, 시뻘겋게 녹슬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 중 누구도 그렇게 갑작스런 공단 가동 중단은 물론이고, 폐쇄가 있을 줄은 몰랐다.

공단이 기업에 의해 운영되지만 정작 공단 운영의 당사자들에게는 일언반구 없었다. 이처럼 남북경협에 참여하는 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남한의 정치와 법, 북한의 정치와 법은 물론이고 국제 정세의 영향을 받는다. 이는 또한 수많은 변수들에 의하여 늘 태풍 불듯이 영향을 받는다. 그 중에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남북 교역은 또 다시 폐쇄되거나 축소되어 정부를 믿고 참여하는 사업자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앞으로 진행하게 될 남북교역을 위한 대부분의 사업장은 북한 지역에 위치하게 된다. 따라서 남북한 당국은 각각의 관할 지역에서 지속적 사업 영위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신뢰성 향상을 위한 조치는 남북한 간, 북-미간의 신뢰도 중요하지만, 경협에 참가할 기업에게 남북한 당국이 주는 믿음도 중요하다.

가. 북한 당국의 가능한 조치 사항
북한은 2013년 3월 대외무역의 다원화·다양화 실현, 관광 활성화를 위한 관광구 설치, 도마다 현지 실정에 맞는 경제개발구 설치를 결정했다. 이를 위해 제정된 「경제개발구법」은 투자자들이 재산과 소득, 신변, 지적소유권 등의 보호를 받으며 토지는 북한 현행법상 최장 기간인 50년 동안 임차 권리를 명시하였다. 또 입주 기업의 경영에 필요한 물자 등을 반입할 때에는 관세 면제와 더불어 외화와 이윤, 재산도 자유롭게 외부로 송금도 가능하도록 했다.

신의주 특구는 자체적으로 입법, 행정, 사법권을 가지며 북한 당국이 외교를 제외한 여타 분야에서는 관여하지 않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철저한 보장된 공간으로 설계됐다. 북한 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1국가 2체제가 도입된 것이다. 이외에도 북한 특구의 법률제도가 50년간 변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명문화하여 50년간 토지, 생산수단 이용권 허용 및 사유재산권 보장을 하고, 외환의 자유로운 유통, 무비자 통행, 관세 우대 조치 등 파격적인 법 제도가 마련됐다.

북한의 외자 유치를 위한 경제특구에는 이미 법적 조치가 되어 있다. 그러나 남북 교역은 일정한 경제 특구에서 진행되기도 하겠지만, 특구가 아닌 지역에서도 교역은 이루어 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북측의 확실한 관련법의 제정과 이의 실행을 명시적으로 선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나. 남북 측의 합의에 의한 남북 교역법 제정
1992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와 교류협력부속합의서에서 남과 북은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분쟁조정절차, 청산결제에 대해서 정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가 오랫동안 이행되지 못한 채 남과 북은 각각의 법제와 민간 당사자의 개별적 합의에 의해 경제 교류 협력 사업을 추진하였다.

2000년 12월에는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상사분쟁해결절차, 청산결제 등 4대 합의서를 타결하고, 남북한 장관급회담에서 정식으로 서명하였다. 뿐만 아니라 남북은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2013.8.14)를 통해 가동 중단 사태의 재발 방지, 3통(통행·통관·통신) 문제해결, 국제화 추진 등을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개성공단은 폐쇄되었고, 남북 교류는 전무한 상태이다.

이제 남북 간의 문제는 합의를 하고 각각의 지역에서 법을 제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이 공동으로 법을 제정하여, 남북이 자의적으로 법과 정치 현황을 연결시켜, 교역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찬호 변호사는  현재 남북경협에 대한 3원적인 법제도는 매우 불안정하며, 사업자의 입장에서 볼 때 비효율적인 제도일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상황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그 규범력이 부인되기도 하는 불완전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남북경협의 특성을 감안한 새로운 제도적 패러다임의 모색, 즉, 남북한 지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공동의 규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남북 공동의 새로운 법제도는 '합의법제'라는 명칭으로 불릴 수 있는데, 합의법제는 남북경협 분야에 대해 남북한 지역에서 각각 법률로서의 효력을 갖는 공동의 규범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합의서를 규범적 기반으로 한다.

즉, 남북한 지역에서 법률로서 시행될 수 있는 구체성 있고 집행력 있는 규범을 합의서 형태로 구축하고 이를 남북한 당국이 각각의 지역에서 시행하는 체제다. 현행 남북교류협력 법제는 남한의 일방적인 입법의 산물로서 북한지역에서는 실효성이 없으며 남북교류협력의 완결적인 규범적 근거로 기능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왔다. 이찬호, 남북교역 뉴스레터, 2013. 9월호
  따라서 이제는 과거 답습식의 남북경협 법제도의 틀에서 탈피하여 남북 간 합의에 의한 법제 구축방안과 같은 보다 혁신적인 방안으로 남북 교류 참여자에 대한 신뢰성 제고를 해야 한다.

다. 정책 결정에 기업 참여 보장
남북한 간의 교류는 항상 있었다. 개성공단마저 폐쇄된 지금도 중국을 통한 교류는 조금이나마 있다. 그러나 남북 교역의 열고 닫힘에 있어서 기업의 의견이 반영된 적은 거의 없다. 늘 정책적으로 시작하고, 기업 유인책으로 여러 가지 자금지원이나 남북경협 보험 등의 당근이 제시되었다. 어떻게 시작하든, 언제 교역하든 간에 교역의 주체는 기업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을 없애고, 개성공단을 닫을 때 기업의 의견을 물어본 적은 없다. 늘 갑자기, 정치적인 이유로 남북의 다리는 끊기고, 그로 인한 손해는 기업이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다시 남북한 정부는 기업보고 다시 왕래하고 투자하라고 권유한다. 이미 여러 번 속아온 기업들이 혼쾌히 나설 지는 의문이다. 다시 나서더라도 기업가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엉뚱한 정책이 생기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이제 남북교역에 관한 여러 가지 조치가 생기고 기관들이 생길 때, 반드시 기업가의 의견이 반영되고, 불이익을 받지 않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라. 남북교류에 관한 국제적 보장
남북한의 문제는 이미 남북한의 문제가 아닌 중국, 일본, 러시아와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 교류는 이들 국가들로부터 운송 통행 보장, 민족내부 거래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 안정성을 보장받는 것은 물론이고 실질적 이득이 있게 된다. 

남북한 교역을 민족 내부 거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U N의 지지를 확보한 후, 그를 바탕으로 WTO (국제무역기구)에서 지지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UN의 협조 하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남북한 교류 및 협력 프로그램을 개발·시행함으로써 남북 거래가 민족 내부 거래라는 인식을 국제적으로 확산 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미 FTA와 한-중 FTA에서도 남북한 교역제품에 대한 원산지 인정하는 조치도 확실한 보장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원활한 교역을 위한 제도정비
남북경협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경제의 개혁개방 속도 및 심도(深度)와 보조를 맞추고, 북한의 합리적 변화를 유도하며, 시범적 사업의 실질적 성과를 근거로 경협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조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의 기본적인 남북경협은 특구개발 및 수익성 확보 → 북한 내부여건 개선(본격적 개혁지원), 경협거점 확대 → 시장논리에 의한 남북한 생산요소의 결합 단계를 거쳐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북한경제의 시장화와 소유제도 다양화를 위한 시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남북 교역의 재개는 이전의 남한 기업이 북한의 농수산 특산물을 가져오거나 개성공단의 가공무역 제품을 반입하는 것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우선 지역적으로 북한 전역에 흩어져 있는 경제특구 투자, 반입 또는 해외 수출, 농수산 특산물의 현지 생산 및 반입 등 다양한 형태가 되고, 더 자유로와야 한다. 기업의 활동 보장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가. 남북 교류를 위한 경제특구 지정
자본주의 또는 사회주의 체제를 떠나 국가 차원에서 정부가 시행하는 경제특구 정책은 특정한 지역에 대하여는 국가 내 다른 지역과 차별적인 관리시스템을 적용하여 특정지역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이다. 경제특구는 후진국이나 사회주의체제 국가에서 자유시장체제를 강화하거나 최초로 도입하기 위한 시험장소가 된다. 남북경협에서도 개성공단은 그 성공적이면서도 실패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북한의 특구정책은 중국과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내실있는 특구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 중국의 특구는 주변 도시의 인프라, 기능, 역할분담, 파급 효과 분석 등 철저한 연계성을 중심으로 설계 추진되고 있는데 비하여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만 고려
 2) 중국은 외국 자본외에도 경제. 산업 발전 거점으로 추진했지만, 북한은 외국 자본 유치 수단으로 국한
 3) 중국은 특구 개방을 전 지역에 확산시킬 것을 염두에 두었지만, 북한은 체제유지에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폐쇄적 관리
 4) 중국은 특구 정책이 정치적 위험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북한은 받음

일단 남북교역이 재개되기 시작하면 남한기업에게 북한은 대외적으로도 해외 생산지에 대한 입지 대안으로서 우리 기업에게 선택권을 넓히게 하는 고마운 입지이다. 임금 수준이 나날이 오르고 있는 중국, 베트남, 인도 등 현지 생산지로부터 본국회귀(리쇼어링)을 결정한 기업들에게 안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대상 업종의 미래 확장성도 높다.

개성공단을 예로 들면 비록 지금은 중소기업형 업종, 즉, 섬유, 가죽제품, 전기부품 등이 주류를 이루지만 서울로부터 60킬로미터 떨어진 수도권 지역의 대규모 공간은 어떤 산업의 입지 조건으로도 매력적이다. 처음부터 남한 기업이 북한의 전 지역에 일시적으로 진입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 기업들이 안심하고 들어갈 수 있으면서 경제성도 있는 경제특구를 지정하여 편의를 제공하는 것도 교역 활성화를 위한 좋은 방편이다.

나.  생산수단 소유제도의 다양화
북한의 계획경제영역이 축소되고, 자원의 희소성을 반영할 수 있는 가격기구가 정착된다고 하라도 생산수단 소유권의 다양화를 통한 공급시스템의 강화 없이는 개혁의 성과는 거둘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남한의 기업이 북한에 진출하여 100% 지분소유 기업으로 활동하게 할 수있을 지도 의문이다. 중국이 외국 투자기업에게는 반드시 현지인 50%이상의 지분 소유를 의무화하는 것처럼 북한도 기업 소유권을 제한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규제는 남한 기업에게 불안감을 주기만 할 뿐이다. 일률적으로 소유제도를 정하기 보다는 국유기업, 외국인 기업, 협동조합 소유기업 등으로 다양화하면 기업의 토지 사용권 토지 사용권의 양도 및 매각도 자유스럽게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 기업에게 생산한 결과물을 남한이나 북한, 기타 이외의 국가에도 자유스럽게 송금할 수 있는 과실송금의 자유도 확대하여 투자자를 보호하여야 한다.

다. 경제활동 자유 확대
어느 정도의 사고팔기에 재량권을 부여한 '장마당'경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북한은 계획경제 체제이다. 중앙의 조선노동당이 연간 생산과 분배를 계획한다. 그래서 북한의 경제체제는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소유제도에 토대를 둔 계획경제체제이다.

사회주의적 소유제도란 '생산수단과 생산물이 전사회적 또는 집단적으로 소유되는 제도'를 의미한다. 북한의 사회주의 소유제도는, 협동적 소유 비중이 20%∼40%이었던 구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협동적 소유 형태의 비중이 아주 낮고 전 인민적 소유 위주로 구성되어 온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협동적 소유 형태는 철저하게 중앙 집중적이고 계획적인 관리 하에 놓여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전 인민적 소유 형태와 다를 바 없는 특징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사회주의 소유제도 하에서 사유의 범위는 근로소득과 일용 소비품에 한정되어 왔었다. 김일성,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 체제에 이르기 까지 항상 경제개혁을 해왔지만, 공산주의식 계획경제체제의 근본은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교역이 시작되면 어느 정도의 시장주의 경제가 용인되어야 한다. 모든 물건의 만들고 사고파는 것을 정부에서 지정할 수는 없다. 그러한 정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시장은 원활히 흘러가고, 남북교역은 활기를 띠게 된다. 이제 북한은 계획경제와 자유경제의 한계선에 서있다. 그 한계선을 어떻게 긋는 가에 따라 남북교역의 성패가 달려있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홍재화 필맥스 대표

[약력] 중앙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전 KOTRA 파나마무역관, 홍보부 근무
[저서] 무역&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수출 더 이상 어렵지 않아요, 어제를 바꿀 순 없어도 내일은 바꿀 순 있다, 해외무역 첫 걸음 당신도 수출 쉽게 할 수 있다 등 다수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drimt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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