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의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작년에 정부가 당초 계획한 국세수입 전망치보다 더 걷힐 것으로 예상, 이 '초과세수'를 활용해서 이른바 '일자리 추경'을 마련한 바 있다. 올해도 장밋빛 세수전망이 커짐에 따라, 이러한 세수를 돈 풀기가 아닌 정부의 부채관리 노력에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KDI는 31일 발표한 '2018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재정정책과 관련해 "금년에도 국세수입 실적이 세입 예산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초과세수를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방안으로는 국채보유량의 감축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의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는 268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실적치(265조4000억 원)보다 2조7000억원 많다. 올해 3월까지 국세수입은 78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8조9000억원이 더 걷히면서 작년에 이어 초과세수 기조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KDI는 '재정여력에 대한 평가와 국가부채 관리노력 점검'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가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국민적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은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정여력은 국내총생산(GDP)의 225% 수준인데, 국가부채가 증가해 재정여력의 225%를 초과할 경우 약 24%포인트의 노동소득세율인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치로 인해 총생산과 소비, 투자 모두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재정정책은 경기상황에 대한 탄력적 대응 기조를 유지하되, 재정위험요소를 고려해 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고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KDI는 "향후 경기상황이나 중장기적 재정수요를 면밀히 검토해 재정지출의 증가 속도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한편,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지출의 효율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재정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통화정책은 완화적 정책지고를 유지할 것을 언급했다. 최근의 경기 회복세가 고용의 본격적인 개선이나 물가의 상승압력으로 연결될 정도로 견실하지 못하기 때문에서다.
KDI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하고 경기회복이 부문별·산업별로 불균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통화정책기조를 당장 긴축적으로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조만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정책금리 추가 인상 및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 대외 환경변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으나, 우리 경제의 물가 및 경기상황에 기초한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금융정책에 대해선 "생산적 향상 또는 혁신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문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한다는 정책의 취지는 바람직하다고 사료된다"면서도 "생산적 금융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신용대출, 장기대출, 지분투자 등이 요청되나 이러한 방식은 담보·보증 대출 등에 비해 위험이 크다고 하는 딜레마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