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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환율이야기]

통화가치 급락한 터키 리라화의 교훈

조세일보 / 김대성 기자 | 2018.06.0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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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터키 리리화 가치가 큰폭으로 하락하면서 터키 정부가 곤경에 처했다.

터키 리라화의 가치가 올들어 20%가량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을 부치기고 있고 떨어진 환율로 인한 해외자본의 유출 심화가 우려되고 있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달 23일 긴급 통화정책위원회를 소집하면서 유동성 창구 금리를 13.5%에서 16.5%로 3%p(300bp) 인상했다. 연이은 물가 상승률과 추락하는 리라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다.

리라화는 한때 달러당 4.92 리라까지 환율이 상승(가치하락)했고 지난 1일 4.63 리라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후 약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화로 평가되는 리라화의 가치하락도 마찬가지다. 리라화는 올해 1월 2일 리라당 283.10원을 기록했으나 지난 1일 232.34원으로 연초에 비해 17.9% 가치가 하락했다.

올해초에는 1만 리라를 갖고 있다면 우리 돈으로 283만1000원으로 환전할 수 있었지만 지난 1일에는 232만3400원 밖에 받지 못하는 셈이다. 불과 5개월 만에 49만7600원을 손해보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급격하게 떨어진 리라화 가치로 인해 터키의 외환위기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당장 국내에서 터키 리라화 표시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채권 가격 하락으로 상당한 손실을 감내해야 하고 자칫 디폴트 리스크까지도 걱정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리라화 가치 하락의 발단은 금리 인상에 거부감을 보여온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책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물가와 리라화 가치 급락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 의견을 보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이 통화정책에서 영향을 발휘한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줘야 한다”며 통화정책 개입에 나설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고금리는 인플레의 원인이며 금리가 낮을수록 인플레가 진정된다”는 평소의 경제관을 거듭 강조했다.

시장에서의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통화정책 개입 의지를 밝히자 리라화 환율은 달러당 4.50 리라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단숨에 경신했다.

리라화가 예상치 못한 방한 방향으로 흐르자 터키 중앙은행이 지난달 23일 긴급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수습에 나섰지만 시장에서의 중앙은행의 상실된 독립성으로 인해 리라화 가치하락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달 조기 대선과 총선을 통해 권력기반을 강화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으로서 금리인상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금리를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금리를 낮게 가져가겠다고 천명했지만 오히려 시장에서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금리가 급등하게 된 결과를 초래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터키 중앙은행이 대통령에게 휘둘리게 되면 중립성을 가진 통화정책을 펴나갈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리라화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켰고 리라화 매도세를 촉발한 계기가 됐다.

터키 중앙은행은 부랴부랴 통화정책 조작 절차를 단순화하는 방안을 확정하며 기준금리제도 개선안을 공개했다.

그동안 터키 중앙은행은 유동성 조절 수단으로 세 가지 금리를 제각각 운영해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는데 반해 상대적으로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는 달러화는 강세를 보여 해외자본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어 터키 정부가 리라화 가치하락으로 인한 후폭풍을 헤쳐나가기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터키는 단기 외채 대비 낮은 외환보유고로 인해 외환위기를 부추길 가능성도 도외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터키의 단기 외채는 1087억 달러로 외환보유고 915억 달러의 118% 수준에 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국 통화가 급속하게 약세가 되면 경제에 부정적이더라도 금리를 인상하고 자본유출을 막는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간 금리가 이미 역전됐고 또다시 미국이 금리인상을 할 경우 지나친 원화 가치 약세는 해외자본의 유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국가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에 대한 중립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예상보다 큰 고통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 하락은 금융당국이 반드시 되새겨야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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