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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상속설계 이야기-(17)]

연명의료에 대한 자기 결정은 필수다

조세일보 / | 2018.06.05 08:48

죽음은 신의 영역일까, 아니면 자기 결정일 수 있을까.

평생 해녀 물질로 살아온 제주도 할머니가 서울 병원에서 호스피스 연명치료를 받고 있었다. 가족들의 동의하에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성남훈 선생이 연명의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바다에 가고 싶어. 바다가 그리워"

할머니는 고향에서 생을 마치고 싶어했다. 하지만 자식들은 제주도로 모실 형편이 못됐다.

마침 함께 일하던 작가가 제주 바다 시리즈를 작업 중이었다. 이때 할머니 동네 바다 사진을 찾아냈다. "……."
 
성 작가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사진전 <누구도 홀로이지 않게>에 갔었다. 깊은 슬픔에 젖어있는 쪽빛 바다 사진이 눈에 띄었다.

유일하게 환자가 없는 작품이기도 했다. "왜 이 작품이 특별하게 느껴지죠" 얼마 뒤 작품 한 점이 배달돼왔다. 작가의 선물이었다.

바로 그 바다, 할머니의 바다였다. 대체 인간은 죽음의 모습 어디까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일까.

얼마 전 구본무 LG 회장이 영면에 들었다. 1년간의 투병 과정에서 "연명 치료는 하지 않겠다"는 고인의 뜻을 가족들이 따랐다고 한다.

역시 얼마 전 95세로 타계한 윤보희 전 이화여대 음악과 교수의 이별 또한 존엄했다. 연명 치료를 사양하고 병원 문을 스스로 나온 그녀는 퇴원 당일 미용실에 들렀다고 한다.

스스로 식사량을 줄였고 오래지 않아 삶과 이별했다. 고인이 남긴 유언은 세 가지.

'부의금 받지 마라',  '염(殮)할 때 신체를 끈으로 묶지 마라', '얼굴에는 보자기 덮지 마라' 스스로 선택한 존엄한 퇴장이었다(어수웅, '부처님오신날과 어떤 존엄한 퇴장')

인간은 스스로의 죽음에 대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 걸까. 자살은? 안락사는? 연명의료 중지는? 당연히 자살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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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안락사도 현행법상 용서되지 않는다. 안락사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생명을 인위적으로 종결시키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이렇듯 생명의 인위적 단축을 전제하기에 허용될 수 없다. 물론 다른 입법례도 있다. 지난 5월 10일, 호주의 최고령 과학자였던 104세 데이비드 구달 박사는 안락사가 허용된 스위스를 찾아가 약물 주사를 맞고 생을 마감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선택할 음악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의 마지막 부분(환희의 송가)일 것이다. 나의 선택이 안락사에 대한 자유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큰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 법이 허용하는 부분은 연명의료의 포기나 중지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라는 긴 이름의 법이 하나 있다.

지난해 2월 4일부터 시행된 법이다. 더 이상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하지 않거나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는 선택이 가능해진 것이다.
 
부연하면 '연명의료'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법 제2조).

'임종 과정'이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말한다(법 제2조).
 
연명의료 중단은 자칫 위험할 수 있어 요건이 까다롭다.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첫째, 건강할 때 미리 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둘째, 말기 환자 등의 의사에 따라 담당 의사가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 셋째, '평소 환자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는 가족 2인 이상의 일치된 진술 넷째,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 및 의사 등의 확인 등의 절차 중 하나를 충족해야만 한다.

상속설계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자기 결정이다. 따라서 연명의료에 대한 사전결정은 필수다.


최재천 변호사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 (전)
17대, 19대 국회의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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