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직후 남북회담 줄줄이…비핵화 진전시 남북관계도 탄력
결과 기대 못 미치면 속도 조절 불가피…남북경협 추진에 결정적 변수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싱가포르에서 12일 진행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세기의 담판'은 향후 남북관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있어 성과가 도출된다면 남북관계 진전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핵화의 진전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로 이어진다면 남북경협 재개를 위한 분위기도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북미정상회담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남북관계도 동력이 떨어져 결국 속도 조절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부 당국자는 7일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남북관계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 구도가 자리를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지난 1일 고위급회담을 통해 잡은 후속 일정들을 보면, 북미정상회담 직후부터 분야별 실무회담들이 숨 가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북미정상회담 이틀 뒤인 14일 군사적 긴장완화를 논의할 장성급 군사회담을 시작으로 18일 아시안게임 공동참가를 협의할 체육회담, 22일 8·15 이산가족상봉행사 준비를 위한 적십자회담 등이 예정돼 있다.
회담일정이 이렇게 잡힌 데는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준비로 남북관계를 챙길 여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남북 모두 북미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본격적으로 움직이자는 생각도 어느 정도 깔렸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미정상회담 결과와 관계없이 회담들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싱가포르에서 전해질 결과물은 회담 분위기는 물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북미정상회담 결과는 남북경협 논의에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은 이달 말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과 산림협력 사업을 위한 분과회의를 각각 진행할 계획이다.
일단 실태 조사와 공동 연구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응인 5·24조치로 완전히 차단된 남북경협을 재개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는 의미도 있다.
비핵화 진전과 제재 해제가 맞물려 대북 투자 및 지원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관련 논의에 탄력이 붙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회의가 열리더라도 동력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빛을 보기 위해선 비핵화 진전이 필수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서해안과 동해안,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H자 형태로 동시 개발하는 남북 통합 개발 전략이다.
동쪽에선 부산-금강산-원산-나선-러시아로 이어지는 에너지·자원 벨트를, 서쪽에선 목포-평양-신의주-중국을 연결하는 산업·물류 벨트를 각각 조성하는 한편 동서 방향으로 비무장지대 자연환경을 이용한 관광 벨트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본궤도에 오르면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낮춰 단순히 경제적 관점을 넘어 경제와 평화가 선순환하는 구조가 정착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있어 기대만큼의 성과가 없다면 '한반도 신경제구상'도 본격적인 이행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