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석래 명예회장, 황금만능주의에 빠져 회사 자금 사적 유용"
◆…수천억원대의 법인세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석해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8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10년형을 구형받았다. 사진은 조 명예회장이 8일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검찰이 분식회계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천억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에게 항소심에서 1심과 동일한 징역 10년형을 구형했다. 조 전 회장은 1심에서도 징역 10년형을 구형받고 징역 3년이 선고된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 심리로 8일 열린 조 명예회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조세)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조 명예회장이 가짜 기계장치와 페이퍼컴퍼니 뒤에 숨어 탈세했다"며 사법부를 우롱한 조 명예회장 등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요청했다.
검찰은 "특히 조 명예회장은 회삿돈을 개인자금으로 유용해 회사를 사적소유물로 전락시켰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일부 인사들은 조 명예회장에게 관용을 베풀고 온정을 보내라고 하지만 이는 피고인이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할 때 의미있다"며 "하지만 조 명예회장은 범행사실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했으며, 사법기관을 우롱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조 명예회장 측은 "회사 차원의 일로서 사익 추구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 측의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조 명예회장의 변호인단은 "해외 페이퍼컴퍼니 차명계좌를 통해 취득한 화학섬유 제조업체 '카프로' 주식은 회사 소유로 봐야 한다"라며 "회사의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등 모두 회사 경영을 위한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자금의 사외 유출은 전혀 없었으며, 사업상 발생한 부실자산을 정리하기 위한 작업이었다"라며 "가공 재산을 통해 조세를 포탈한 부분에 적극적인 은닉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조 명예회장은 담낭암 등 질환으로 여러차례 수술을 받아 힘든 상황에 2013년부터 5년 넘게 이어진 검찰수사와 재판을 통해 극도의 정신적 압박을 받았다"면서 "그럼에도 변호인에게 단 한번도 짜증이나 질책을 하지 않는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명예회장 역시 최후진술에서 "지난 50년간 회사를 위해 일만 하며 살아왔고 회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지금 처한 상황은 모두 제 불찰"이라며 "회사를 위해 일한 이 부회장과 다른 피고인들의 선처를 부탁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장남인 조 회장은 ""재판을 받으며 지난 날의 어리석음을 반성하고 기업인으로써 책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면서 "평생을 기업경영과 국가발전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가 건강을 추스리면서 남은 여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선처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조 명예회장은 2003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89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1237억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형과 벌금 1365억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건강 상태가 고려돼 법정 구속은 피했다.
검찰은 조 명예회장이 이밖에도 해외 페이퍼컴퍼니의 차명주식을 통해 260억원대의 소득세를 탈루하고, 효성의 해외 법인 자금을 빼돌려 개인 채무변제 용도로 사용해 횡령했다고 봤다.
장남인 조 회장은 16억원의 효성 법인자금을 횡령한 혐의만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조 회장은 조 명예회장으로부터 해외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비자금 157억원을 증여받아 70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도 추가로 받았다.
검찰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상운 효성 총괄 부회장은 징역 6년에 벌금 2500억원을 구형하면서 벌금형에 대해서는 선고유예를 , 김동곤 전 효성 전무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다만 노재봉 피고인에 대해서는 항소를 기각했다.
조 명예회장 등 효성 임직원에 대한 선고 공판은 9월 5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