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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환율이야기]

외환보유액 4천억 달러와 한·일 통화스와프

조세일보 / 김대성 기자 | 2018.06.1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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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제공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지난 5월 말 기준 3989억8056만 달러에 이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달러를 빌려야만 했고 달러를 갚기 위해  전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을 벌여야 했던 쓰라진 아픔을 갖고 있다.

IMF 직전 달러당 900원이었던 환율이 일거에 달러당 2000원을 넘기도 했다. 대한민국 경제가 초토화되기 일보 직전에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온 국민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했다. 우리나라가 외환보유액과 환율에 대해 상대적으로 민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자금 유출과 페소화 가치 급락으로 IMF에 지원을 요청했고 IMF로부터 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기로 하면서 가까스로 경제파국을 막을 수 있게 됐다.

대신 아르헨티나는 자금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2020년까지 재정수지 균형을 이루고 중앙은행의 독립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포함한 경제 자구책을 마련하기로했다.

예전에 IMF 지원을 받은 전력이 있는 아르헨티나가 IMF에 또다시 손을 벌린 것은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의 지지부진한 개혁과 급증한 외채부담에 대한 부정적 평가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뒤늦게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27.25%에서 40%로 인상했지만 자금 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올들어 사상 최대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우며 4000억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이다. 1위는 중국으로 3조1249억 달러, 2위는 일본이 1조2560억 달러, 다음으론 스위스가 8129억 달러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정부와 수출기업들이 조금씩 외환보유액을 늘려나가고 있는 상황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수뇌부가 지난 4일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를 요구한 사안이 시의에 적절했는지도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패싱'을 우려하며 어떻게든 북미정상회담에 끼어들 수 있는 입지를 찾으려 한다는 인상을 씻어버릴 수 없다.

일본은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당시에는 마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자극하면서 노골적으로 한반도 위기를 부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허창수 회장 등 전경련 대표단은 지난 4일 일본 자민당 핵심 수뇌부이자 일한의원연맹 소속 의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 俊博) 간사장과 다케시타 와타루(竹下 亘) 총무회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를 건의했다.

일본으로서는 한국이 한·일 통화스와프의 재개를 '구걸'했다고해도 우리측으로서는 할말이 없는 셈이다.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문제를 논의하려면 자민당보다는 차라리 재무성이나 아베 총리와 직접 만나 논의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이에 앞서 전경련은 지난 2015년 10월 일본 도쿄 소재 게이단렌(經團連) 회관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도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를 끄집어낸 바 있다.

허창수 회장은 “통화 안전망 확보를 위해 아시아의 중심국인 한국과 일본이 나서야 할 것”이라며 “한·일 앙국간 중단된 통화스와프 재개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한·일 통화스와프의 재개와 관련해 일언반구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또 다시 전경련이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를 먼저 요청해 그 의도에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 2001년 7월 20억 달러 규모의 첫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고 스와프 규모가 2008년 300억 달러, 2011년 700억 달러까지 증액됐다.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그해 10월 만기가 도래한 57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가 연장되지 않았고 잔여 금액 100억 달러 규모도 2015년 2월 만기가 끝나면서 완전 종료됐다.

2011년 외환보유액이 3064억 달러에서 올해 5월 말 3990억 달러 규모로 926억 달러 늘었지만 전경련은 국력의 신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본에 매달리는 모양새를 자초한 셈이다.

전경련은 일본이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요구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근본적 원인 분석과 대책 없이 또다시 재개를 요청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경련이 마치 통화안정을 위해 큰 일을 한것처럼 포장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게 됐다.

원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한·일 통화스와프 '구걸'보다는 경제계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해 외환보유액을 더 많이 쌓는 것이 정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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