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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무 칼럼]

세정에까지 갑질?

조세일보 / 소순무 변호사 | 2018.06.14 08:30

갑질은 최근들어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의 하나가 되었다. 용례도 어디에다도 붙여도 말이 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는 갑질에 맞서 을질도 등장하고 있다.

을질은 “갑질 처럼을 뒤에 비하하는 의미의 '질'을 붙여 권리관계에서 약자지만 갑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라고 풀이하고 있다.

갑질은 배려와 양보가 요구되는 가진 자나 힘 있는 자가 횡포나 위세를 부리는 것을 지칭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서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과는 거리가 멀어져만 가는 우리 사회의 부산물이다.

이제는 갑질 고객, 갑질 상사, 갑질 경영, 갑질 기업 등을 넘어 갑질 세정, 갑질 세무조사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런 식이라면 갑질은 상거래, 근로계약, 조직체는 물론 가정을 비롯한 우리 생활의 전 영역에서 문제될 수 있다.

그런데 그 용례가 요즈음 그렇게도 뜨는 것일까? 시대 상황과 무관치 않게 보인다. 갑질 논쟁은 이제 개별관계에 그치지 않고 집단을 이루어 아주 나쁜, 나아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할 행위자로 낙인을 찍어 내모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원래 계약 당사자를 편하게 부르는 갑을 사이의 불균형은 정의, 공평의 이념 아래 약자 층을 보호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근로기준법 등 각종 법적 규제가 강화되어 이를 바로 잡아 온 것이 역사적 흐름이다. 여기서는 을이지만 어느 누구에게는 갑이 되는 상대적 관계가 갑을 문제이다.

갑질이라는 폭로가 나오면 연유도 묻지 않고 을의 책무와 허물도 따지지 않는 태도도 잘못이다. 그래서 을질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갑의 과거의 사소한 잘못을 대단한 것인 양 폭로하거나 이를 빌미로 갑질보다 더한 을질하는 경우도 생긴 것이 아닌가?

갑질은 세속의 용어이다. 부당, 횡포의 대명사로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지만 처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처벌의 대상이라면 그것은 범죄이다. 범죄라면 그에 따른 절차와 기준에 따르면 된다. 기준이 맞지 않다면 법을 개정하게 된다. 그것이 법치국가이다.

갑질, 을질로 보는 시각은 개개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법치개념을 무력화할 우려가 크다. 세정의 영역에서도 갑질로 불리우는 과도한 세무조사는 중복조사금지라는 입법조치에 의하여 개선되었고, 무리하고 과다한 자료요구는 지위와 권한이 강화된 납세자보호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는 것이 맞다.

범칙조사에서 남용되는 압수수색은 사법통제가 미흡한 탓이므로 이를 고쳐나가야 하지 갑질 비난만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다. 반면 세정당국도 사회분위기를 다잡거나 세무와 다른 문제가 제기된 사안에 대하여 조자룡 헌 칼 쓰듯 세무조사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요즈음 법과 절차에 따른 분쟁해결은 뒷전이고 여론몰이나 무리를 지어 목적을 관철하려는 풍조는 우려스럽다. 갑질이라는 용어가 도깨비 방망이처럼 휘둘러져서는 안 된다.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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