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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근 칼럼]

민심의 심판, 다음은 경제다

조세일보 / 변상근 논설고문 | 2018.07.04 08:30

6·13 지방선거 대승 후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다잡기' 행보가 자못 비장해 보인다. 선거압승 직후 가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1년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서툴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국민에게 유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다그쳤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제와 10.5%에 달하는 청년실업률 등 고용지표 악화로 고심해 왔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정책을 펼친 지 1년여가 됐음에도 소득 1분위(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줄어든 것은 문 대통령의 지적대로 '매우 아픈 지점'이다.

지방선거 민심은 한반도 대화국면에서 민심과 동떨어진 보수야당에 호된 철퇴를 가했다. 이 민심의 철퇴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에 대한 경제심판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벌써부터 감돈다.

지금 우리경제는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고용악화와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고용 투자 소비 등 경제지표마다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생과 경기악화에 따른 여당에 대한 책임성 평가가 본격화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50% 아래로 주춤해지고 있는 사정도 예사롭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후 단행한 첫 청와대 인사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정책을 담당하는 청와대 정책실의 '투 톱' 수석을 전격 교체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성과를 내기위한 인사라지만 민생과 일자리 악화에 따른 문책성 인사의 성격 또한 지울 수가 없다.

정책실장과 수석 등 경제 참모들이 대부분 이론가 출신이어서 실제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정부부처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한 때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도 불거졌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소득주도성장의 큰 틀 안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밀어붙여왔지만 고용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생산과 투자 등 경제지표들도 나빠지면서 오히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키워왔다. 소득주도성장에만 매달려 성장 동력을 도리어 약화시켰다는 비판도 드세다.    

청와대 경제 참모진 개편은 이런 분위기 쇄신과 맞물려 있지만 소득주도 성장의 수정이나 포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책실 산하 3명의 수석 중 2명이 교체됐지만, 최종 책임자인 정책실장은 건재하고, 소득주도 성장의 이론적 틀을 만든 수석은 신설된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 수석에 정통 경제 관료를 임명한 것은 경제부처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시장과의 적극 소통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마디로 소득주도성장의 총론을 견지하되 문제가 있다면 각론에서 보완하겠다는 얘기다.

청와대 새 경제팀은 우선 지난 1년간의 시행착오부터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단기적 수요확대에 집착하다 공급 부문 혁신을 소홀히 해 일자리가 도리어 줄어들고, 비정규직의 획일적인 정규직 전환과 근로시간 규제로 노동시장은 되레 경직화하는 반작용이 당장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 충격이 영세 소상공인에게 주로 전가되는 현상도 큰 고민꺼리다. 경제 주체들이 충격을 나눠 흡수해야 소득주도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이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일자리 취약계층의 고용시장 퇴출 등 정책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의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며 집권 1년이 지났는데도 혁신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음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혁신성장은 산업·노동·교육을 비롯한 광범위한 분야의 구조개혁을 통해 낡은 규제와 기득권의 사슬을 끊어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지난 6월27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주재할 예정이었던 제2차 규제혁신점검회의가 갑자기 연기됐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내용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며 국무총리가 연기를 건의했고, 이를 받아들인 대통령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 보고해 달라”고 다시금 주문했다고 한다.   

국무조정실과 각 부처는 지난 1월 규제혁신토론회 이후 추진한 수백 건의 개선 사례를 망라해 발표하려 했지만 대부분 미세조정 수준에 그쳐 근본적인 규제 혁파에 대한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것들이었다고 한다.

4년 전인 2014년 8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도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사흘 앞두고 돌연 회의를 연기했다. 대통령이 나서 불합리한 규제를 '암덩어리'나 '원수'로 규정하며 혁파를 다그쳤지만 타성을 벗지 못한 규제 관료들의 움직임은 너무나 미온적이었다.  역대 정부마다 다투어 규제개혁을 부르짖으며 20년째 규제개혁위원회를 가동하고, 지난 정부 때는 '규제 단두대'까지 설치했지만 낡은 규제가 창의와 혁신을 가로막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제조업 위축과 함께 자동화가 속속 진행되면서 제조업 일자리가 빠르게 줄고 있다.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고 보조금을 마중물삼아 나누어주는 식의 지원책보다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서비스산업이 융성할 수 있도록 법과 규제를 정비함이 보다 근원적인 해법이다.

노동시장 또한 한번 정규직이 되면 성과가 부진해도 해고가 불가능해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꺼리고 이 때문에 기업 내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올라가는 통로가 막혀 있다.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혁파하지 않는 한 새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노동시장과 서비스산업 규제개혁이 제대로 되려면 규제관료의 사고와 행동이 바뀌어야 하고 기득권의 강고한 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지금처럼 국회가 규제의 철옹성 속에 안주하려는 이익집단에 휘둘리고, 시대착오적인 규제들만 쏟아낸다면 역대 정부처럼 실패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해 국회에 장기간 계류돼 있는 규제관련 법안들부터 처리해 기업들의 숨통을 트고 기를 살려 준 다음 투자와 일자리창출 임금개선을 독려함이 순리다.

지방선거 민심은 보수정부냐 진보정부냐가 아닌 유능한 정부를 원하고 있고, 특히 경제는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비로소 유능함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대통령 스스로 강조했다. 

고용부진을 해결할 만한 호재가 안 보이고 이달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도 서비스업 고용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속도와 체감을 키워드 삼아 실용적이고 유연한 정책운용으로 국민들에게 그 성과로 유능함을 인정받아야 할 때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혁신성장의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2020년 총선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경제심판의 날이 되고 말 것이다.   


변상근 논설고문

[약력]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워싱턴 특파원, 중앙일보 워싱턴 주재 부국장, 경제담당 부국장, 편집국장 대리, 논설위원·고문 역임. 고대, 서강대, 외대 언론대학원 초빙교수 역임, 한양대 겸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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