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상장 금융지주 및 은행 8개사, 금융감독원 제공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시중 은행들의 은산분리 폐지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최대주주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제도로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다만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그동안 시중은행의 지분을 10% 안팎 갖고 있으면서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그룹과 기업들은 시중은행으로까지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돼 의결권을 갖게 되면 은행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다.
상장 금융지주 및 은행 8개사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국민연금은 4곳에서 최대주주의 지위를 점하고 있고 기획재정부, 예금보험공사, 삼성생명, 삼양사가 각각 1곳에서 최대주주로 되어 있다.
국민연금은 KB금융지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BNK금융지주에서 10% 내외의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기업은행 지분의 절반을 넘어섰고 예금보험공사도 우리은행의 최대주주다.
민간기업으로서는 삼성생명이 DGB금융지주의 최대주주로 올라와 있고 삼양사와 특수관계인은 JB금융지주의 최대주주로 등재되어 있다.
은행법에 의하면 민간기업들이 4% 이상을 갖고 있는 금융주 주식을 보유할 경우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가 시중은행의 인사권을 휘두를 수 있는 빌미를 갖게 되는 셈이다.
KB금융지주는 국민연금이 지분 9.62%를 갖고 있으고 JP모건이 6.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다.
신한지주는 국민연금이 지분 9.55%를 보유하고 있고 블랙록이 2대주주로 지분 5.13%를 갖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국민연금이 9.48%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는 없다.
IBK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지분 51.80%를 보유하고 있고 국민연금이 지분 9.41%로 2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18.43%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며 이어 국민연금이 9.29%의 지분을 갖고 있는 2대주주다.
BNK금융은 올해 3월 말 현재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11.19%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2대주주인 롯데그룹은 11.14%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BNK금융의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그 후 BNK금융지주는 지난 10일 국민연금이 주식을 매각해 지분이 11.49%에서 10.71%로 낮아짐에 따라 2대주주인 롯데그룹이 11.14%의 지분으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고 공시했다.
DGB금융은 삼성생명이 지분 6.95%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며 국민연금이 2대주주로 지분 5.99%를 보유하고 있다.
JB금융은 삼양사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9.0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며 주빌리 아시아(Jubilee Asia)가 지분 8.72%로 2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지주가 최대주주로 68.88%를 갖고 있고 국민연금이 지분 11.16%를 보유하고 있다.
국회는 인터넷은행에 대해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34%까지 완화하는 특례법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실적 부진에 빠진 인터넷은행을 회생시키기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소유에 제한을 두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시중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또한 완화되면서 최종적으로는 철폐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가 철폐되면 BNK금융의 최대주주인 롯데그룹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BNK금융에 대한 지분은 이미 두자리수를 넘어서고 있다.
삼성생명도 DGB금융의 최대주주로 직접 경영에 직접 나설수 있다. JB금융은 삼양사와 특수관계인이 실질적인 주인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국민은행의 2대주주인 JP모건, 신한지주는 2대주주인 블랙록의 경영권 행사 여부도 관심을 끌게 된다.
노동계에서는 여당에서 일고 있는 은산분리 규제완화 기류에 반발하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노조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가 허용되면 향후 시중은행으로 규제완화가 확산될 수 있다”며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을 분리한 은산분리를 완화하려는 시도가 가시화하면 총력투쟁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민변·금융정의연대 등은 금융소비자 연대회의 출범식을 갖고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금융 규제의 근간을 허무는 중요한 문제”라며 “섣부른 규제 완화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취약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