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회찬 의원 별세로 정의당 지도부 공백
교섭단체 지위 상실…원내 협상력 강화 과제로
◆…고(故) 노회찬 의원 추모 페이지로 연결되는 정의당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 (사진=정의당 홈페이지 캡처)
고(故) 노회찬 의원의 사망으로 정의당의 행보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3일 노 의원의 사망 이후 정의당은 현재 공식 홈페이지 명칭을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 노회찬'으로 변경하고 추모 페이지를 개설했다.
정의당의 원내 활동은 사실상 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정의당은 지난 24일부터 오전 정례회의를 중단하고 장례장에서 상주역을 맡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장례일정이 진행되는 금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정치권에선 정의당이 슬픔을 거두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의 추후 행보에 따라선 정치권 지형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예상이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생전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노 의원은 국회 정론관을 자주 찾아 기자회견을 갖곤 했다. (자료사진=김용진 기자)
생전의 노 의원은 정의당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일각에선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제기되면서 두달여간 지속돼던 정의당의 지지율 상승세가 꺾인 점이 그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노 의원은 사망 직전까지 정의당의 미래를 걱정하며 당을 향해 별도의 유서를 작성했다. 유서엔 "무엇보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며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는 바람이 적혔다.
또 "모든 허물은 제탓"이라며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길 당부드린다"는 대국민 호소도 남겼다.
노 의원의 이런 바람은 추모현장을 볼때 상당수 이뤄진 듯하다. 연세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그의 장례식장엔 연일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여론전문가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추모 분위기로 인해 정의당 지지율은 반등할 것"이라며 "노동계와 진보계 등에 분산됐던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배 본부장은 다만 "반등된 지지율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정의당에선 지지율 유지를 위해 현 정부와의 차별화가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투신 소식이 전해진 23일 오전 취재진이 몰려들었지만 정의당 회의실은 텅 비어있었다. (사진=김용진 기자)
□ 심상정 등판에 주목…차기 주자 발굴 과제
노 의원은 자타공인 정의당의 '얼굴'이었다. 진보 정치에선 이례적으로 3선을 역임한 '중진급'에 걸출한 입담으로 '스타 정치인'의 명성도 가졌다.
그가 가진 특유의 인간적인 면모로 동료 의원들과의 관계도 좋았던 만큼 원내대표로서 협상력 발휘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이처럼 일당백의 역할을 해온 노 의원 부재를 맞은 정의당은 당장 새 지도부 구성을 해야 한다.
해당 국면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노 의원과 함께 정의당의 '양대 기둥'으로 불린 심상정 의원이다.
노 의원의 사고 소식이 알려진 당일 오전 정의당 소속 의원들은 심 의원실에 모여 비공개 대책회의를 했다. 당의 위기 상황에서 심 의원의 지도력을 보여준 대목이다.
심 의원은 이후 빈소를 지키며 상주역을 맡고 있다. 그는 24일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나의 영원한 동지, 노회찬. 그가 홀로 길을 떠났다"며 "억장이 무너져내린 하루가 그렇게 갔다"는 심정을 밝힌 바 있다.
심 의원에 대한 주목도는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알앤서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23일부터 24일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를 조사해 25일 발표한 결과에서 심 의원은 7.4%를 기록했다. 전월(2.7%) 대비 세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신뢰도 95%·표본오차 ±3.1%p, RDD자동응답방식,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다만 심 의원이 등판해 공백 해소에 나서더라도 '차기 주자가 부족하다'는 정의당의 한계는 과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고(故) 노회찬 의원이 생전에 국회 정론관을 찾아 기자회견을 한 후 인사하는 모습. (자료사진=김용진 기자)
□ 교섭단체 지위 상실…원내 협상력 재고 절실
원내 위상 회복도 중요 과제다. 노 의원의 부재로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결성한 '정의와 평화를 위한 의원모임'은 기준 의석수인 20석이 붕괴돼 교섭단체 지위가 박탈됐다.
첫 교섭단체 진입이라는 성과가 조기에 붕괴됨과 동시에 캐스팅 보트로서의 영향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여권 일각에선 캐스팅보트 역할론이 커진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대야 협상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정의당이 강조해 온 진보 정책의 중요성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정의당의 지지율 상승 배경으로 더불어민주당보다 명확한 진보 노선이 한 몫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따라서 선거구제 개편,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최저임금 등의 정책에서 정의당은 한층 선명한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사안에 따라 정의당이 여당과의 협조체제보다 대립점에 설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편, 노 의원은 유서를 통해 청탁성은 부인하면서도 정치자금 수수를 일부 인정했다. 결국 진보정치의 핵심인 '청렴성'이 훼손된 상황에서 이를 회복하는 것도 정의당의 과제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