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코앞에 둔 지금 시점에 내가 운영하는 세무사 학습 그룹 원 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다.
"검산을 잘해야 합격 한다" 그럼 검산이란 무엇인가라고 묻게 된다.
시험장에서 검산을 하라고 해서 문제를 다시 읽고 풀라는 것이 아니다. 이미 공부기간 숙달된 방식으로 계산된 답안을 계산기로 재확인하는 것이다. 혹시 '0' 하나를 더 눌렀는지 모르니까 말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처음 읽었을 때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며 풀었던 문제인 경우, 다시 한 번 읽어볼 수는 있다. 다만 그런 문제는 자신이 못 푸는 문제일 확률이 높다. 많은 경험과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즉,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다면 모른다는 반증일 수 있다.
검산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무사시험 합격의 열쇠는 실수의 최소화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일정 수준의 공부 량이 된 수험생을 대상으로 말하는 것이다.
내 경우에 초기 몇 번의 2차 시험에서 시간에 쫓겨 이 문제 저 문제를 건드리다보니 검산을 할 정신도 없었다. 종료 벨이 울리는 순간에야 머리를 들고 답안지를 제출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문득 내가 실수하지 않았을까 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증상이 심해질 때는 식은땀을 흘리며 가위에 눌리는 경험까지 하게 된다.
점점 억울함이 밀려온다. 그 한 문제를 실수해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더 가혹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간 내 글에서 많이 강조했던 부분이다. "시험은 시험일뿐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모든 수험생들이 동일한 환경에서 한정된 시간 내에 문제를 풀기 때문에 변명할 기회마저도 없다. 기회는 1년에 딱 한번 만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수험생 중 간혹 풀지 못한 것을 착각해 실수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이 부분은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편안한 장소에서 넉넉한 시간을 갖고 풀리던 문제도 시험장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풀리지 않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평상시 시험실력 부족에 따른 못 푸는 문제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지문 한 개를 놓쳤다든지 계산기 실수를 잡아내 결과발표 당일까지 마음 편히 잠 한번 제대로 자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평상시 시험 실력을 강조하고 연습하던 나 또한 합격하던 해에 2차 시험 세무회계문제를 생각하면 지금도 간담이 서늘하다.
분명히 문제에서 '소득금액조정합계표'에 답안을 쓰라고 했는데 무슨 정신이었는지 난 조항을 나열식으로 쓰고 있었다. 이를 불과 시험 종료 15분을 앞두고 검산과정에서 찾아낸 것이었다.
평상시였다면 추가 시간동안 다른 문제를 접하면서 이삭줍기 실력을 활용해 부분점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실수를 하다니.
그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의사결정의 순간만이 내 앞에 놓인 것이다.
채점자가 자상하게도 나의 답안작성방식을 용인해준다는 희망 하에 평상시대로 시간을 갖고 새로운 문제를 접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문제를 통해 얻게 될 부분 점수는 포기하고, 출제자가 원하는 답안작성 방식대로 다시 쓸 것인가?
난 과감히 결단을 내렸고, 다시 답안을 정상적인 방식으로 써 내려갔다. 물론 답안지는 지저분할 대로 지저분해졌지만 마음만은 든든해지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괜한 요행을 바라며 합격자 발표 날까지 가슴 졸이느니 과락을 갓 넘기 수준이더라도 차라리 확실한 점수를 확보하고 발 뻗고 살자'
내가 만약 그 당시 검산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를 생각하면 아직도 호흡이 가빠진다. 이에 시험을 일주일 앞둔 수험생들에게 이 글을 보낸다.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