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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무 칼럼]

과세처분 무효, 어디까지 인정돼야 하나

조세일보 / 소순무 변호사 | 2018.08.16 09:19

과세처분은 당연히 세법에서 정한 요건을 지켜서 행해져야 한다. 만일 과세요건에 어긋나거나 세무조사 등 부과절차를 그르친 흠이 있는 경우에는 납세자는 그 처분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다. 그 흠의 정도에 따라 취소사유가 되기도 하고 무효사유가 되기도 한다. 취소사유라면 처분 후 일정한 기간 내에 불복을 제기해만 하는 제약이 따른다.

그렇지만 무효사유라면 그 과세처분의 효력이 전혀 인정되지 않으므로 5년의 시효에 걸리지 않으면 언제든지 납부한 세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무효와 취소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우리 세법에는 이를 가르는 명시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므로 결국 법원이 개개의 사건마다 결정한다.

종래 학설과 판례에서는 그 흠이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라야 무효라고 본다. 사실 과세처분이 무효까지 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법치행정을 달성하려면 국가가 잘못한 경우 언제든지 바로잡아 주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행정목적의 달성에 제약이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되므로 일정한 기간 내에 불복한 경우에만 취소해 준다.

과세처분이 중대하고도 명백한 흠이 있다는 두 요건을 갖추어 무효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흠의 중대성은 인정되지만 명백하다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종래 판례는 명백성을 완화하여야 한다는 시도가 있었지만(대법원 1995. 7. 11. 94누4615 전원합의체판결), 소수의견에 그쳤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최근 대법원은 다시금 무효의 요건을 완화하는 문제를 두고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8. 7. 19. 2017다242409 판결)을 내놓았다. 그 결과는 역시 종래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엎지 못했다. 완화하자는 의견은 대법관 4인의 소수의견에 그쳤다.

앞으로 여전히 과세처분의 무효는 중대하고 명백한 흠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기준이 유지되게 되었다. 이번에 문제된 사건은 종합부동산세 세액범위에 관한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계산에서 지방세인 재산세를 공제하게 되어 있는데 시행규칙에서 전부 공제가 아닌 공제액의 일부를 제한한 것이 문제되었다.

이미 이 시행규칙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시에 불복하지 않은 납세자가 위 판결 후에 그 차액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낸 것이다. 세법이 잘못되어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된 것으로 밝혀진 경우라면 불복 시기나 여부에 불구하고 되돌려 주는 것이 조세정의가 아닐까?

납세자의 의무불이행에는 지나치게 가혹하고, 세법령이나 과세관청의 허물에 대하여 너그럽다면 올바른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더구나 과세처분은 납세자와 과세당국 사이의 금전 문제로서 일반행정처분과 달리 제3자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아쉬움이 남는다.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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