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모래 채취가 중단된 가운데 정부가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순환골재 사용을 권장하고 있어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건설·골재업계의 우려가 제기됐다. 건물의 핵심이 되는 콘크리트는 고품질의 강도 높은 바다모래가 배합돼야 하지만 구조물 해체 시 발생하는 폐콘크리트가 원료인 순환골재는 규정 미흡 등으로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17일 전국바다골재협의회는 "국내 건축물 90% 이상의 주원료인 콘크리트는 모래·시멘트·물·혼화제로 배합되는데 우수한 압축강도를 위해서는 잡석과 천연모래가 혼합돼야 최고의 품질이 확보된다"며 "현재 바다골재 채취가 단계적으로 중단된 지 1년 6개월이 지나 사업체 39곳과 종사자·가족 8만여명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공급정지된 바다모래 가격이 2배 이상 뛰어 기초 건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건축비·분양가 인상이 예상돼 소비자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연간 소비되는 골재는 약 2억 5000만㎥로 이 가운데 바다골재는 약 2000만㎥에 달한다. 이에 바다골재 채취 중단이 골재를 보충하기 위한 하천이나 논, 밭 등의 자연환경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바다골재는 복원력이 우수해 조류 흐름에 따라 원상태로 복귀되지만 지상은 복원기간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바다골재 대체 자원으로 검토하는 순환골재의 주원료인 폐콘크리트는 구조물 해체 시 발생하지만 국내에는 건축물 해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면서 "공장으로 입고할 때 폐콘크리트가 폐목재, 폐벽돌, 플라스틱, 석면·유해폐기물 등 각종 이물질이 혼합된 상태로 유입된다"고 지적했다.
2016년 순환골재 콘크리트 표준시방서가 신설되면서 순환골재 사용제한이 완화됐는데 정부가 지난 5월 예고·고시한 '콘크리트용 골재 산업표준' 개정안은 순환골재 용도를 콘크리트 구조체용 등까지 확대한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아파트 기둥·보 등 중요 부분에 대한 사용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순환골재의 기본 원료인 건설폐기물이 나오는 철거 과정에서 분별 해체 관련 제도가 미비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골재업계 관계자도 "순환골재 품질은 철거현장에서 얼마나 이물질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갈린다"며 "우리나라는 건축물 철거과정에서 제도·규정이 미비해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폐콘크리트가 순환골재 생산업체에 납품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정부의 순환골재 권장은 건물 안전과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며 "바다골재 채취 중단으로 인해 발생되는 실업자 양산, 자재가격 폭등, 순환골재 사용에 따른 건축물 안전 우려, 산림훼손 등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각계 지적에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