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정부의 2018년 세법개정안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A학점'을 부여한 반면, 논리성이나 효과성은 'D학점(미흡)'을 매겼다.
'소득재분배·과세형평 제고, 일자리 창출·혁신성장 지원, 조세체계 합리화' 등 정부가 세운 3대 원칙은 대체적으로 납세자들의 고충을 잘 반영시켰다는 평가. 그러나 막대한 조세지출을 감당할 세입 확대방안은 생략, '(향후)재정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이 문제는 세법개정안의 가장 큰 논란거리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근로·자녀장려금의 지급액을 올리고 지급요건도 대폭 낮췄다. 근로장려금은 올해 대비 2조6261억원, 자녀장려금은 3400억원 늘어나 합쳐서 약 3조원 증가한다. 조세지출액을 누적법(기준연도 대비 추정방식)으로 계산하면 내년 3조8091억원, 2020년 2조9648억원 등 5년간 14조8240억원에 달한다.
저소득 계층에 대한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확대 방향성에는 동감하나, 매년 수조원의 조세지출이 이루어진 만큼 재정여건을 고려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지속 가능한지 문제다"며 "재정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 하에 소득재분배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도 "장려금은 향후 세수상황과 관계없이 일정하게 지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재정 부담이 야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명목하곤 거리가 먼 '선심성 퍼주기식 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선명 한국세무사고시회 연구부회장(세무사)은 "소득재분배 목적으로 장려금 제도를 확대한다 해도 일시적인 경제활동의 유인책이 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소득 창출이 있지 않는 한 그 효과는 미미한 반면, 정부의 무한한 조세지출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은경 중부세무사회 연구부회장(세무사)도 "우리나라의 근로빈곤층은 근로의욕이 낮아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닌 일을 하고 싶어도 일 할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면서 "장려금 확대개편은 고용불안에 대한 정부의 선심성 지출로 보인다"고 평가 절하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22일 8명의 조세전문가를 대상으로 정부의 2018년 세법개정안에 대한 총평을 비롯해, 핵심 정책인 근로·자녀장려세제 개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전문가 의견 전문(가나다순)]
Q. 정부는 '2018년 세제개편안'의 방향으로 소득재분배·과세형평 제고, 일자리 창출·혁신성장 지원, 조세체계 합리화를 3대 원칙으로 잡았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 고은경 중부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세무사)
= 이번 세법개정안이 이 3대 원칙에 걸맞게 마련됐는지에 대해 점수를 부여한다면 조세체계 합리화에 80점, 일자리 창출혁신성장 지원에 60점, 소득재분배·과세형평 제고에는 40점의 점수를 주어 평균 60점의 세법개정안이라 평가하고 싶다.
조세체계 합리화 측면에서는 예년의 세법개정안에 비해 납세자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납세자부담 완화를 위해 지연이자 성격의 납부불성실가산세·가산금 인하 및 통합 운영,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른 증여세 납부의무자 변경, 납세자에 대한 통지의무 강화, 세무조사과정에 대한 녹음권 신설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다만 세무사 자격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 허용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개정안이라고는 하나 여러 가지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으며, 가산세 인하율이 기대에 못 미친 아쉬움이 있다.
다음으로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 지원을 위한 세법개정안은 세법으로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개정안을 내 놓고 있지만 그 정책의 효과 또한 제대로 발휘될지 의문이다.
세제지원을 한다고 해서 이미 산업기반이 무너진 지역에서 창업과 고용이 이루어질 것인지, 기존의 고용창출 및 고용유지를 위한 조세지원제도들의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도들은 복잡한 세법에 한 몫을 더할 뿐이다.
소득재분배와 과세형평 제고를 위한 세법개정안이 금번 세법개정안의 주목표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근로소득자 및 사업소득자의 면세자 비율이 40%가 넘고, 각종 비과세․감면 및 과세특례의 비율이 높고, 분리 과세되는 일용근로자 및 기타소득자들의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조세환경은 그대로 둔 채 겉으로 드러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자산소득자와 근로소득자, 금융소득자와 부동산소득자 등의 2분법적 구분으로 소득을 재분배해 과세형평을 제고한다는 것은 또 다른 불공평을 만들어 과세형평성을 더 어렵게 할 것이다.
□ 김상희 현대회계법인 공인회계사
=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는 근로·자녀장려금을 확대하는 방안은 환영하며 종합부동산세 개편 및 주택 임대소득 과세 적정화는 과세형평 제고라는 측면에서는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된다. 다만 증세와 관련된 논의는 언제나 이해관계자간의 대립이 첨예해 정부가 이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김선명 한국세무사고시회 사업부회장(세무사)
=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기획재정부가 분석한 세수효과를 보면 향후 5년간 약2조5000억원의 세수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러한 것을 보면 이번 개편안으로 소득재분배와 과세형평제고, 일자리 창출 및 혁신성장 지원에 대한 조세지출이 늘어났음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 하겠다. 이번 개정안은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차치하더라도 정부가 내세운 3대 원칙에 부합하다 할 것이다.
□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 이번 세제개편안은 소득재분배·과세형평 제고를 우선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분배를 강조하는 경우에 앞으로 경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도 일자리 창출·혁신성장 지원이라는 원칙에서 담아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세제개편이라 할 수 있겠다.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의 지급대상·지급액을 확대하고 일자리 창출·유지 및 혁신 성장 지원을 위한 여러 과세특례의 확대를 함으로써 재정수요가 늘어날 것이 확실한데도 종합부동산세의 개편은 속도조절을 하는 등 재원확보 수단이 명확하지 않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세제가 될지 의문이다.
정부가 어떠한 역할을 하려면 재원이 있어야 한다. 세입을 못 늘리면 세출을 줄어야 하고, 세출마저 못 줄이면 국채를 발행해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시켜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증세의 입장인지 증세도 감세도 아닌 그 어떤 입장인지 정부가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어찌될지 관측해보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장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경제 불확실성을 줄이고 그것이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 안창남 강남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 소득재분배 기능강화는 긍정적이지만, 적자재정이라는 점에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
= 이번 세법개정안은 종합부동산세, 임대소득세 등을 통해 고소득자에게 증세를 함으로서 근로장려금 등의 재원을 마련하는 등 후생복지지출을 확대했다. 급등한 근로장려금은 향후 세수상황과 관계없이 일정하게 지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으로써 복지 정책적 측면이 있다는 평가다.
□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
= 근로장려세제를 3배 가까이 늘리고,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카드까지 내놓은 걸 보면, 정부도 우리 경제가 위기 상황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판단된다.
다만 하반기 대내외 상황이 엄중한 상황에서 일자리를 늘리고 가계소득은 높이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가 동반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 확대, 신사업 발굴/육성을 위한 기업정책, 산업정책이 절실한데 이런 부문이 크게 눈에 띠지 않아 아쉽다.
세입확충에 힘입어 단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에 큰 무리가 없겠지만, 국가채무, 경직성 의무지출 비중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론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
재정건전성 문제도 고려하면서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재정 투입의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Q. 정부 세법개정안에는 저소득층의 소득과 자녀양육 지원을 위해 근로·자녀장려금을 현재보다 3배 가까운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확대 개편안에 대해 평가 한다면?
□ 고은경 중부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세무사)
= 근로장려금 및 자녀장려금은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는 선진국에서 복지제도에만 의존하고 근로의욕이 낮은 경우 근로의욕을 제고하여 근로빈곤층의 소득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제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근로빈곤층은 근로의욕이 낮아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할 곳이 없거나 일을 하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로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지도 않다.
또한 우리나라의 세제 특성상 비과세되는 소득 및 분리 과세되는 일용근로자, 기타소득자, 금융소득자 등의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고 된 소득만을 기준으로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이 과세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오히려 명의대여 등을 통한 부정수급과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소득으로 인한 불공평이 더 커질 수 있다.
근로·자녀장려금의 지급대상, 지급금액 및 지급시기의 확대는 본래의 근로의욕 고취 및 출산 장려의 취지보다는 고용불안에 대한 정부의 선심성 지출로 보여 지며, 지급시기를 연 1회에서 연 2회로 확대하는 것 또한 그 지출의 효과에 비해 소요될 행정력의 낭비도 생각해봐야 한다.
근로장려금 제도를 시행한지 10년이 넘은 시점에서 근로장려금 제도가 실제로 근로의욕을 고취시켰는지, 소득재분배 효과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 없이 지속적으로 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김상희 현대회계법인 공인회계사
= 근로유인 제공과 실질소득 향상의 효과가 있는 근로장려금을 확대하는 것은 의미가 있으며, 특히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지금의 현실을 고려할 때 나이와 무관하게 근로장려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은 환영한다.
다만 근로장려금 대상 및 지급 방식이 확대된 만큼 집행기관인 국세청의 업무 과부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 김선명 한국세무사고시회 사업부회장(세무사)
= 이미 여러 논문과 연구를 통해서도 근로장려금은 가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있다.
물론 소득재분배라는 뜻에서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나 다만 그것이 빈곤탈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는 대부분의 연구에서 밝혀내지 못하거나 의문을 갖는 견해가 많다. 따라서 근로장려세제의 확대에 대해서는 좀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의견이다.
□ 박주성 한국세무학회 부학회장(공인회계사)
= 보다 정교한 근로장려금 제도개선으로 숨겨진 근로유인혜택을 청년에게 찾아 줘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의 연 초 대비 성장률 전망치는 3.0%에서 2.9%로, 15-64세 고용율은 67.3%에서 66.9%로, 설비투자는 3.3%에서 1.5%로 최근 하향조정 됐다. 이러한 경기상황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세대는 사회초년생 즉 청년 세대이다.
하지만 근로장려금 정책에 청년 세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보인다.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가구 구성원에서 독립하지 못한 청년은 오히려 주위 도움을 받아 독립한 청년보다 불리한 근로장려금을 받게 돼 역차별을 당할 소지가 있다.
가구당 재산이 2억원 미만이어야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데 다른 조건을 충족하는 청년이 가구원인 경우 다른 가구원의 재산이 청년의 근로장려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 저소득층과 자녀 양육하는데 국가가 재정을 더 투자하는 것 자체를 비판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5년 기준으로 근로장려금 2조6000억원, 자녀장려금 3000억원, 합 2조9000억원의 국가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 상황에서 그것이 지속가능하냐의 문제다. 앞으로의 재정과 관련된 계획 하에 진정 사명감 있게 소득재분배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 정책이다.
□ 안창남 강남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 국가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라면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
= 근로장려금의 확대를 통해 연령제한을 30세에서 폐지함으로써 20대 청년의 아르바이트 등 임시직에 해당하는 단독가구의 사람들이 근로장려금의 대상자로 대폭 확대될 수 있다. 이들은 저소득층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장려금의 취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
= 저소득 노인 가구, 상대적 빈곤계층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분배정책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될 임금에 대한 정부 개입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번 근로장려금 확대는 근로를 통해서 기본 생계가 어려운 분들에게 부족분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근로 의욕을 높이면서도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평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