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백만원 / 자료=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 각 증권사 별도기준 사업보고서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 거래액이 급증해 증권사 수탁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 부문에서 증권사별 순위가 바뀌는 지각변동이 이뤄졌다. KB증권의 경우 전년도 상반기 업계 4위였던 수탁수수료 수익이 급증하며 업계 2위로 뛰어 올랐다. 또 업계 6위였던 신한금융투자가 5위로, 8위였던 키움증권이 7위로 순위가 오르며 경쟁사를 밀쳐냈다.
13일 증권사 상반기 별도기준 사업보고서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기준 10대 증권사의 상반기 수탁수수료 수익은 1조7591억원으로 지난해 1조1194억원보다 57.1% 증가했다.
증권사 수탁수수료는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주식·파생상품·외화증권·채권 등의 거래를 중개하고 받는 수익으로서 증권사 수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상반기 전체 수수료수익 중 53.3%를 차지했다.
수탁수수료 수익이 급증한데는 상반기 증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거래대금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산한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810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8조1416억원, 하반기 9조9302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증권사별로는 상반기까지 2838억의 수탁수수료 수익을 올린 미래에셋대우가 선두에 올랐다. 이어 KB증권(2493억원), 삼성증권(2359억원), NH투자증권(2238억원) 등이 2000억원대의 수익을 거둬 2~4위권에 포진했다.
다음으로 신한금융투자(1727억원), 한국투자증권(1710억원), 키움증권(1379억원), 대신증권(1268억원), 하나금융투자(1010억원), 메리츠종합금융증권(569억원)이 뒤따랐다.
이 중 KB증권은 전년도 상반기보다 79.1% 증가한 2493억원의 수탁수수료 수익을 창출하며 업계 4위에서 2위로 뛰어 올랐다. 그 결과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을 제쳤다.
이 증권사는 수탁수수료 증가율, 증가액 모두 최고를 기록하며 업계 선두인 미래에셋대우와의 수익 차이도 지난해 451억원에서 345억원으로 좁혔다.
코스피에서 지난해(700억4900만원)보다 411억7300만원 증가한 1112억2200만원, 코스닥 시장에서 지난해(557억2200만원)보다 584억6000만원 늘은 1141억8200만원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양대 시장에서 1000억원 가량의 수익을 지난해보다 더 올린 것이다.
여기에 해외파생상품 부문의 급성장도 호실적에 한 부분을 담당했다. 이 증권사의 해외파생상품 수수료 수익은 101억9500만원으로 지난해(24억1000만원)보다 4배 넘게 급증했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1823억원)보다 54.0% 증가한 2838억원의 수탁수수료 수익을 얻으며 선두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수수료 증가율은 10대 증권사 평균(57.1%)보다 낮은 54.0%를 기록했다.
코스피시장에서 지난해(919억7100만원)보다 360억4600만원 증가한 1280억1700만원, 코스닥시장에서 지난해(631억8800만원)보다 566억800만원 늘어난 1197억96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해외 주식 수수료도 220억7000만원의 수익을 올려 지난해(185억7200만원)보다 34억9800만원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파생상품 위탁수수료는 101억원을 벌어 지난해(89억1400만원)보다 11억8600만원 늘었다.
삼성증권은 상반기 유령주식 매도사건 악재에도 불구하고 선방해 2359억원의 수탁수수료 수익을 올려 지난해(1496억원) 대비 63.4% 급증했다. 다만, 순위는 KB증권에 밀려 지난해 2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코스피에서 1218억7400만원, 코스닥에서 896억7300만원의 수익을 냈다.
특히 해외주식 부문에서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증권사의 상반기 외화증권수탁 수익은 지난해(83억2200만원)보다 2배 이상 급증한 178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 2238억원의 수탁수수료 수익을 올려 지난해(1401억원)보다 837억원 더 벌었다. 증가율 59.7%를 기록해 평균(57.1%)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순위는 상대적으로 더 크게 성장한 KB증권에 밀려 3위에서 4위로 한계단 하락했다.
코스피에서 지난해(741억6400만원)보다 323억2000만원 늘은 1064억8400만원, 코스닥에서 지난해(545억2100만원)보다 457억1700만원 많은 1002억3800만원을 벌어들였다.
파생상품시장에선 116억8900만원, 해외주식 부문에서 52억3200만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중위권에선 5~6위인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의 순위가 엇갈린 가운데 두 증권사 모두 업계 평균보단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상반기 1727억원의 수탁수수료 수익을 올려 지난해(1189억원)보다 538억원 수익을 늘려 한국투자증권을 제치고 5위에 올라섰다.
코스피에서 지난해(515억7600만원)보다 49.5% 증가한 771억2300만원, 코스닥에서 지난해(371억1500만원)보다 92.4% 급증한 714억1300만원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채권장외중개 수수료수익은 급감해 대조적이었다.
채권장외중개 부문 1위인 이 증권사는 이 부문 수익이 지난해(146억6700만원)보다 115억3300만원 줄어든 31억3400만원으로 급감했다. 이 부문 수익이 지난해의 4분의 1에도 못미치면서 평균 증가율보다 낮은 성장세를 보인 원인이 됐다.
이 증권사는 이밖에 파생상품시장 100억3800만원, 해외주식 40억5300만원, 해외파생상품 25억11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은 전체 수탁수수료 수익은 1710억원으로 지난해(1206억원)보다 41.8% 증가했다. 10대 증권사 중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이며 순위도 지난해 5위에서 6위로 한단계 내려갔다.
코스피 769억8500만원, 코스닥 597억4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증권사는 파생상품시장에선 두각을 나타냈다. 이 증권사는 파생상품시장에서 186억4200만원의 수탁수수료를 벌어들어 이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134억8900만원)보다 51억5300만원 늘어난 수치다.
해외주식시장서 지난해(17억2000만원)보다 15억2600만원 증가한 32억46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다만 해외파생상품 수수료 수익은 소폭 감소했다. 이 부문 상반기 122억4400만원의 수익을 올려 지난해(125억2500만원)보다 2억8100만원 감소했다.
7~9위를 기록한 키움증권,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는 수탁수수료 수익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까지 1379억원의 수탁수수료 수익을 벌어들여 지난해(811억원)보다 70.1%나 성장했다. 업계에서 두번째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같은 증가세에 힘입어 업계 순위도 대신증권을 제치고 7위로 한단계 올라섰다.
코스피 471억5000만원, 코스닥서 607억1300만원을 벌어들였다.
특히 해외파생상품시장 수수료 수익 부문에서 지난해 이 부문 1, 2위였던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키움증권은 이 부문에서 123억3900만원의 수익을 창출해 지난해(86억6800만원)보다 36억7100만원을 증가시켰다.
대신증권은 지난해(823억원)보다 445억원 늘은 상반기 1268억원의 수탁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평균 증가율보다 살짝 낮은 54.1% 성장하며 순위는 키움증권에 역전을 허용에 8위로 밀렸다.
코스피 525억8700만원, 코스닥에서 572억8300만원, 해외주식 33억4100만원, 해외파생상품 부문서 15억8600만원의 수익이 창출됐다.
하나금융투자는 상반기 수탁수수료로 1010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696억원보다 45.2% 증가하는데 그쳐 증가율 순위 9위에 머물렀다.
특히 지난해 10대 증권사 중 1위였던 해외파생상품 실적이 상반기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 부문 상반기 실적은 104억9000만원으로 지난해(143억900만원) 보다 38억1900만원 줄어들었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은 상반기 수탁수수료로 지난해(338억원)보다 231억원 늘은 569억원을 벌었다. 코스피 268억1700만원, 코스닥 279억9900만원, 파생상품시장 18억29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68.6% 증가율을 보이며 선전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자기자본 10대 증권사 중 꼴찌였다. 이 증권사의 수탁수수료 수익은 9위인 하나금융투자(1010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부동산금융 분야에 강한 이 증권사는 타 증권사와 달리 전통적으로 수탁수수료 의존 비율이 낮아 상반기 거래대금 급증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 증권사의 전체 수수료수익 중 수탁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26.9%에 불과해 10대 증권사 평균인 53.3%의 절반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상반기 거래대금이 급증하며 각 증권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그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내수경기 둔화 등으로 국내외 여건이 불투명해지면서 주식 시장의 거래대금이 7월부터는 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합)은 8조9548억원으로 지난 6월 12조4457억원보다 3조4909억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에도 거래대금이 8조7634억으로 줄어 거래대금 감소세는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