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하루앞으로 다가왔다. 남쪽 선발대 93명은 지난 16일 오전 일찍 CIQ를 통과, 육로를 통해 정오경 평양에 도착했다. 사진은 지난 4.27 정상회담 때 두 정상이 기념식수 후 단체촬영을 한 모습 (사진=공동사진취재단)
이날 발표된 200명에 달하는 문 대통령의 수행단 중 공식수행단은 약 14명이다. 서훈 국정원장과 강경화 외교부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재현 산림청장 등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김현철 경제보좌관, 주영훈 대통령경호처장, 김의겸 대변인, 김종천 의전 비서관과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등 청와대 비서실 인사도 더해졌다.
문 대통령을 이들 공식수행단을 통해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다소 미진했던 남북관계 진전과 북미 비핵화 협상 중재라는 두 가지 목표를 이번 기회에 명확히 하려는 의지를 나타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간 전쟁 위협을 제거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입장을 밝힌 만큼 서해 NLL의 서해평화지대화와 비무장지대 등 접경지역에서의 군 시설 철수에 대한 긴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그간 남북 간에 이뤄졌던 문화예술체육계 공동행사와 관련해 도종환 문체부 장관, 남북 철도와 도로 관련 김현미 국토부 장관, 남북간 협력 1순위로 꼽히는 남북 산림 교류와 관련해선 김재현 산림청장이 동행한다. 또한 북미간 비협화 협상 중재 테이블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자리를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북 수행단 면모에서 특이한 점은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라인이 대거 빠지고 국내 대기업 대표 등 기업인들은 많이 동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을 핵무기 개발에서 벗어나 경제 개발의 길로 이끌기 위한 포석으로 관측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특별수행단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및 대표들과 이재웅 쏘카 대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IT기업 대표들도 동행한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도 남북경협을 위해 동행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총재, 오영식 코레일 사장 및 안영배 한국관광공사(KTO) 등 남북협력 사업 대표도 포함됐다. 신한용 개성공단 기업 협회장도 함께 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들을 통해 남북과 러시아 등을 잇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과 관련한 특히 향후 남북 철도 연결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한 경제관련 한 전문가는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이번 문재인 대통령 방북 수행단 중 민간 기업대표가 다수 포함된 점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서 남북협력사업 관련 실질적인 추진은 쉽지 않지만, 민간기업인들의 대거 방북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인사들에게 실질적인 투자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경제 개발에 대한 발걸음을 더 빨리 내디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내비쳐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는 비핵화와 남북관계가 잘 진행되면 평화가 곧 경제라고 생각한다"며 "기업인들도 오래 전부터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정상회담 때마다 대기업 대표들이 참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임 실장은 방북 경제인들의 일정에 대해 "경제인들은 북한 경제담당 내각부총리를 만나 면담하는 방안을 실무선에서 협의한 바 있다"면서 "이런 계획은 일부 수정될 수도 있다"고 밝혀 우리 경제인들과 북측 인사들의 밀착협의가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경제정책의 쌍두마차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임 실장은 "청와대로서는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이 국내에 남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저는 정상회담 현안에 집중하고, 장하성 정책실장은 추석을 앞두고 여러 현안이 있으니 정부와 조율역할을 하기로 했다"며 "김 부총리도 부동산 문제에 대처하거나 추석 민심을 살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악화된 경제 지표와 추석을 앞둔 상황에서 김 부총리 등 경제라인이 정상회담에 대거 동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경제와 부동산, 추석 민심을 잘 살피고 대비하는 현안이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임 실장은 덧붙였다.
이번 청와대가 발표한 특별 수행단 중 또 한 가지의 특이점은 종교계 지도자들의 방북이다. 이날 발표된 종교계 지도자 명단에는 천주교와 불교, 기독교, 원불교 등 교단의 대표적인 인사들이 포함됐다.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와 원책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 등 종교계 지도자들이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해 특별수행원으로 위촉됐다.
북한에서는 개인에 대한 종교 활동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 내 4대 종단 지도자들이 평양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에 포함되어 북한을 방문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종교계에서는 "종단 대표자들의 이번 방북이 북한에 종교를 전파하는 것이 주된 목적은 아니고, 이번 기회를 통해 한반도 전체의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한편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참가하는 남측 선발대는 16일 오후 평양에 도착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날 오전 6시 50분 경의선 출입사무소(CIQ)를 통과, 육로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평양으로 향한 선발대는 오후 12시 15분 고려호텔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후 3시 10분 서울-평양 정부종합상황실 간 시험통화에 성공했으며 현재 팩스 송수신이 원활하게 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공식수행원 숙소는 백화원초대소, 특별수행원과 기자단 숙소는 고려호텔로 마련됐다.
선발대는 단장인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탁현민 선임행정관 등 보도·의전·경호·생중계 기술 관계자, 취재진 등 93명으로 꾸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