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 김용진 기자)
오는 10일(수)부터 2018년 국정감사가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 주요 경제부처를 피감기관으로 삼고 있는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가 '화약고'로 떠오른 모습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기재위 국감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접근이 불가한 비인가 행정자료를 열람 및 유출하면서 기획재정부가 심 의원을 검찰에 고발, 야당이 정부와의 전면전 태세로 전환하는 등 정치권과 정부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심 의원의 위원직 사임을 주장하고 있으며, 그가 물러나지 않을 경우 현재 윤곽이 잡혀 있는 기재위 국감 일정에 대한 야당과의 최종 합의는 없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현재 분위기만 놓고 보면 기재위 국감의 파행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여야가 극적인 합의를 이룬 후 기재위 국감이 정상적으로 치러질 경우 심 의원이 유출한 청와대 등 업무추진비 자료 문제가 국감 최대 이슈로 다루어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 '난타전'이 불가피해 보이며 이를 둘러싼 정쟁으로 제대로된 국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외에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지만,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 및 최저임금 인상 여파 등에 따른 경기 침체 문제, 통계왜곡 논란 등 여야의 정쟁 포인트가 기재위 국감 곳곳에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전운(戰雲)' 감도는 국회
오는 18일과 19일 양일간 세종 기재부 청사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인 기획재정부 국감에서는 심 의원의 정부 비인가 행정자료 유출이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사건의 발단은 심 의원실 보좌진이 기재부로부터 승인받은 아이디로 재정분석시스템(OLAP)에 접속,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부처 업무추진비 등 비인가 자료를 열람하고 다운로드 받으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뒤늦게 자료 반환을 요청했지만 심 의원이 이를 거부하자 그와 보좌진을 고발했다.
심 의원실은 이로 인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지만 물러서지 않고 청와대가 지출한 업무추진비를 대내외에 공개하는 강수를 띄우며 파장을 일으켰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터진 이 문제는 정국을 급변시킬 뇌관으로 떠올라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여당은 심 의원이 기재위원으로서 자신을 고발한 피감기관인 기재부를 감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심 의원의 위원직 사퇴를 주장하고 있으며 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국감 일정 자체를 보이콧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반면 야당은 야당탄압에 굴복할 수 없다며 여당이 국감을 보이콧한다면 야당 단독으로라도 기재위 국감을 하겠다고 맞서는 등 현재 양 진영은 한치 양보 없는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기재위를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 국감만 진행되거나 기재위 국감은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반쪽 국감'으로 진행될 수도 있지만 기재위원장이 여당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라는 측면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기재위 국감을 강행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만약 여야가 가까스로 합의해 기재위 국감이 열릴 경우 기재부 국감은 심 의원실이 공개한 업추비 자료를 놓고 야당과 정부여당 사이의 치열한 공방전으로 점철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제·재정정책에 대한 감사가 예정되어 있는 18일 이 문제를 둘러싼 폭풍 '입씨름'이 예상된다. 19일 감사의 큰 주제는 '조세정책'이지만 전날 국감이 어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는지 여부에 따라 실제 국감 내용 등 진행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조세정책 분야의 경우에도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여야의 공방전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세청 국감, '자영업자 세무검증 유예' 공정성 논란 예상
현재까지 정해져 있는 일정대로라면 기재위 국감 첫 일정은 10일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부터 시작된다. 정상 가동될 경우 국세청 국감에서는 국세청이 내년까지 영세업자 등에 대한 세무검증 유예와 세무조사 대상 선정을 제외한 조치를 두고 공방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나름 고심해 발표한 세정방향이지만 발표 직후부터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과 공정해야 할 세무조사와 검증을 정부의 입맛에 맞춰 고무줄 잣대를 적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야당이 이를 물고늘어지지 않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부산·대구·대전·광주국세청 등 지방 국감의 경우 이틀에 걸쳐 기재위원 전부가 현장 감사를 하기로 했던 당초 계획안이 잠정적으로 변경된 상황이다.
예년대로 1반과 2반으로 나눠 1반은 23일 오전 광주에서 광주국세청과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목포본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뒤 오후에 전주로 이동해 대전국세청과 한은 전북본부·충북본부·대전충남본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일정이다.
2반은 같은 날 오전 대구국세청과 한은 대구경북본부·포항본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뒤 오후 부산으로 옮겨 부산국세청과 부산본부세관, 한은 경남본부·부산본부·울산본부에 대한 감사를 하는 일정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지방국세청 감사에서는 어려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대책 등의 질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국회에서 감사를 받던 관세청은 11일 대전에서 조달청과 함께 국감을 받을 예정. 지난해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둘러싼 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관세청은 그에 대한 후속조치와 더불어 북한산 석탄 밀반입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관세청 국감의 최대 이슈로 다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북한산 석탄 밀반입과 관련한 내용도 심재철 의원의 폭로에서부터 불거진 문제다.
정부가 인천공항에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키로 함에 따라 여행자 휴대품 밀반입 적발 강화와 안전위해 물품 통관검사 강화 등의 대책에 대한 질의도 예상된다.
처음으로 단독 감사를 받는 통계청(15일)은 통계왜곡 논란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