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유출 막기 위해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통화가치 높여
한경연 “금리인상으로 15조원 유출”…고객예탁금도 빠져
◆…FOMC 금리는 하단을 기준으로 함. 자료=한국은행, 미 Fed 제공
신흥국들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후폭풍으로 자국내 자본이 일시에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서둘러 금리를 올리고 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그동안 신흥국에 투자한 자본을 빼내 미국 채권 등에 투입하면 더 많은 수익률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달러표시 금액도 줄어들기 때문에 신흥국 환율이 오르기 전에 달러로 바꾼다면 환차손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수록 신흥국들은 자본 유출 위험에 직면하게 되고 달러 표시 부채가 많으면 그만큼 경제에 부담을 주게 된다.
신흥국들은 달러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면 달러 부족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게 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 기준금리는 기존 1.75~2.00%에서 2.00%~2.25%로 올랐다. 올해 들어 3월과 6월에 이은 세번째 인상이다.
연준은 또 12월에 추가로 금리를 올릴 전망이어서 설상가상으로 통화가치가 하락한 신흥국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신흥국이 당장 자본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는 미국을 본따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자본유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신흥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자국 통화의 가치가 높아지므로 강달러를 막고 자국 통화가치를 높이는 길이 된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중앙은행은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린 다음날 곧바로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0.50%포인트 인상했다.
터키, 멕시코,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한미 간 기준금리 차이는 0.50~0.75%포인트로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작년 11월부터 기준금리를 1.50%로 유지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직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폭이 0.25%포인트 확대되면 약 15조원의 자본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바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간 금리 격차가 0.25%포인트 확대될 경우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는 단기자본인 포트폴리오 투자에서 8조원, 외국인의 직접투자에서 7조원 등 총 15조원 상당 빠져나갈 것으로 분석됐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신흥국 중심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국내 경기도 점진적인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한미간 금리 격차 확대는 외국인 자본에 대한 유출 압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제공
미국이 올해 세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국내 고객예탁금도 증권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예탁금은 올해 1월 2일 26조9280억원에서 1월 31일 31조7864억원으로 최고점에 달한후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9월 28일의 고객예탁금은 25조3157억원으로 연초에 비해 1조6123억원이 줄었고 최고점에 비해서는 6조4707억원이 사라졌다. 이기간 코스피는 1월 2일 2479.65에서 지난달 28일 2343.07로 5.51% 하락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에게도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달이나 11월 열리는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외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오는 12월 거의 확실시되고 있고 내년에도 2~3차례 금리인상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신흥국들의 자본유출이 계속 심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