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섣부른 언급으로 피해는 서민에게 돌아가
금통위 회의 부담 커져…이주열 총재 리더십도 타격
◆…자료=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제공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치인들의 잇단 금리발언으로 국고채와 시중금리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금통위의 금리인상 여부 결정에 앞서 정치인들의 금리발언이 자칫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달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 유출이라든지 한·미 간 금리역전에 따른 문제가 많아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같은 날 “당장은 아니더라도 대세적인 금리 인상에 직면했다”고 거들었다.
이날 국고채 3년물은 1.921%를 기록하며 전날보다 2.8bp(1bp=0.01%) 오르는 장을 연출했다. 회사채 3년물(무보증·AA-)도 2.7bp 상승하며 이 총리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총리의 금리 발언이후 조금씩 오르던 금리는 또다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일 “금리 인상 문제에 대한 한은의 전향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금리 인상에 불을 지폈다.
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집값 폭등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의에 “지난 정부 이후 지속한 저금리에 전혀 변화가 있지 않은 것이 부동산 시장 유동성 과잉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저금리를 문제삼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금리가 낮아 시중자금이 떠돌아다니며 투기적 수요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정치인들의 잇단 금리 발언이 국고채와 시중금리를 끌어올리는 주범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국고채 10년물이 3.20%를 돌파하면서 금리 인상 공포가 한국의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에도 부담을 주고 있는 현실이다.
정치인들이 잇따라 금리인상 필요성을 주장하는 동안 국고채 3년물은 지난달 12일 1.893%에서 지난 5일 2.804%로 19.1bp 껑충 뛰어 올랐다.
회사채 3년물(무보증·AA-)도 지난달 12일 2.343%에서 지난 5일 2.522%로 17.9b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총 1500조원에 달한다.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의 상승은 은행의 대출금리와도 직결되기 마련이며 가계부문에서 평균 20bp의 금리가 올라간다면 돈을 빌린 가계들은 연간 총 3조원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치인들의 금리인상 주장 발언으로 한국은행의 독립성 이미지에도 타격을 받게 됐다.
한국은행이 이달 18일 열릴 예정된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정치인들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금통위가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한·미간 금리 역전으로 인한 자본유출의 책임을 뒤집어쓸 부담을 안게 됐다.
정치인들의 섣부른 금리인상 재촉 발언이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결국 한국은행에 대한 신뢰도마저 상실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리더십에도 상당한 치명타가 예상된다. 오는 22일 열리는 한은 국정감사에서도 한은의 금리정책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책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통위가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금리인상을 주장하며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를 오르게 한 주범으로 지적되는 정치인들에 대한 책임추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