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수험생의 책상 위를 보다보면 두꺼운 기본서와 연습서가 성벽을 쌓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일단 수험생 입장에서 그 교재를 보든 안보든 그렇게 쌓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 곳이 든든해지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온라인 시험카페나 스터디그룹에서 이 책을 보고 점수가 올랐다, 저 책 보고 합격했다란 말이 나오면 수험생 입장에서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책을 배고 엎드려 자면 자연스럽게 책 내용들이 내 피부를 타고 혈관을 지나 머릿속에 저장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점심식사 후 나른한 시간 잠을 청해보기도 했다.
택배로 받은 두꺼운 세법학교재를 보며 초기 수험생시절엔 숨이 막히기도 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경륜(?)있는 수험생이 되면서 부터 신간을 사지 않으면 불안해지기도 했다.
수험생들은 많이 질문한다.
"세무사님, 무슨 책으로 공부해야 합격하나요?"
대답은 간단하다.
"자신 수준에 맞는 책으로 공부 하세요"
본인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라고 하면 무슨 말인가 싶어 다시 묻고는 하는데 난 이렇게 답한다.
"영어 공부 시작 할 때는 간단한 어린이 동화책 수준에서부터 시작해 어느 정도 수준이 된 뒤에야 원서를 보게 되지 않나요? 수학을 공부할 때도 더하기 빼기가 나와 있는 책에서 시작한 뒤 심화과정을 밟게 되는 것처럼"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든 수험생이 세무사시험 공부할 땐 학원에서 발간한 기본서를 똑같이 구매한다. 회계학을 전공하고 관련 업무를 오랜 기간 해온 수험생이나 공대를 나와 회계를 처음 접한 수험생이나 똑같이 접근하는 것이다.
그 기본서를 보면 실제 2~3년 공부한 사람도 제대로 못 푸는 문제들로 꽉 들어차 있음에도 말이다. 간혹 일부 합격수기를 보면서 전혀 모르는 단어들로 채워진 기본서를 10번 이상 봤더니 이해되더라는 신기 방기한 전설을 꿈꾸면서 말이다.
학원 강의를 듣는다고 갑자기 이해되지 않던 것들이 마구 이해되는 것이 아닌, 본인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책이나 강의를 들어야 이해가 된다. 절대 어려운 책이나 강의부터 듣지 말고,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담에서 추천하는 방식은 아래와 같다.
첫째. 대학교재를 활용하자.
대학은 나름의 커리큘럼에 의해 전공에 대해 초보자인 신입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교재부터 시작한다. 문제부터 시작하지 않고, 사례나 이론을 바탕으로 이해가 쉽도록 설명한 교재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보는 것이 좋다. 공부가 안 되는 시간에 서점에 들러 찬찬히 골라 봐도 괜찮다.
둘째. 이해가 되어야 오래간다.
쉬워야 이해할 수 있다. 이해가 되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게 된다. 두껍고 어려운 책을 이해하려 하기 보다 읽기 쉽고 사례 있는 교재로 기초를 다져놓도록 하자. 결국 돌아가는 것 같아도 건너뛰지 않고, 정공법으로 가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