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미편입 계열회사 현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2014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원 이상)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삼성이 차명으로 보유하던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와 서영엔지니어링을 고의로 누락한 점을 적발하고 고발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삼우가 임원명의로 위장돼 있었으나 지난 1979년 법인 설립 때부터 2014년 8월 삼성종합건설(현 삼성물산)이 실질 소유주였고 서영의 경우 삼우의 100% 자회사였다며 두 회사가 삼성 소속에서 제외됐던 기간 동안 부당하게 받았던 혜택을 환수할 수 있도록 국세청 등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공정위 조사에서 삼우는 1979년 3월부터 1982년 3월까지 삼성종합건설(47%), 신원개발(47%), 삼성 임원(6%)들이 지분을 가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원개발은 1997년 5월 삼성종합건설과 합병한 뒤 지금까지 삼성물산 건설부문으로 존속하고 있는 회사다.
이후 2014년 8월까지 외형상 삼우 임원(차명주주)들에게 주식 명의가 이전됐으나 내부자료 등에 실질 소유주는 삼성종합건설로 명기돼 있었다. 공정위는 차명주주들이 삼성의 결정에 따라 지분매입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삼우 지분의 명의자가 됐는데 주식증서를 소유하지 않고 배당도 요구하지 않는 등 실질주주로서 재산권을 인식·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물산은 2014년 8월 삼우를 설계부문(신 삼우)과 감리부문(삼우CM)으로 분할한 뒤 설계부문만 인수해 그 해 10월 삼우가 삼성에 계열편입되는 모든 과정을 주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차명주주들은 삼우 주식가치 약 168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9억원의 배당금만 받고 지분을 모두 양도했고 삼우CM 지분 전량도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으로 양도했다"면서 "삼우와 삼성 계열사 간 인사교류도 활발히 이뤄졌으며 장기간 삼우가 타워팰리스, 서초동 삼성사옥 등 삼성의 대형 건축물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설계를 전담하는 등의 내부거래를 통해 19~25% 수준의 높은 매출총이익률을 누려왔다"고 설명했다.
서영은 삼우가 1994년 9월부터 2014년 8월까지 100% 지분을 보유한 상태였다.
반면 삼성 이건희 회장은 2014년 3월 공정위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할 당시 삼우와 서영을 소속회사에서 누락시킨 허위자료를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가 5년인 점과 2014년 10월 분할된 새 삼우가 삼성에 계열편입된 점을 감안해 2014년 3월 허위자료 제출 행위만 고발 등의 조치대상으로 삼았다. 또 이 회장이 2000년과 2009년, 2013년에도 허위 지정자료 제출로 제재를 받았으나 동일한 법 위반을 반복했고 삼우와 서영이 삼성 소속회사에서 제외돼 각종 혜택을 누려왔던 점을 근거로 공정거래법상 가능한 후속조치도 취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차명주주 명의로 은밀하게 은폐됐던 대기업집단의 위장계열사를 적발해 엄중히 제재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위장계열사를 철저히 조사해 적발 시 엄정하게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분할 이후 삼우·삼우CM 현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