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여간 달러 인덱스 변화 추이. 자료=네이버 제공
하늘을 찌를것만 같았던 달러화의 위세가 조금씩 수그러지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과 신흥국 통화위기로 몸값을 한껏 올린 달러의 가치가 한풀 꺾이면서 약달러 시대를 맞이할 것인지 전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달러화 가치는 미국 금리와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클라리다 연준(Fed) 부의장이 “정책금리가 중립금리에 다다르고 있다”는 의견을 보이자 곧바로 달러가 약세를 보였다.
미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16일 전날보다 0.46포인트(0.48%) 내린 96.33을 기록했다. 12일의 97.38에 비해서는 1.05포인트 하락했다.
달러 인덱스는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 등 세계 6개국 통화와 비교해 달러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1973년 3월의 기준점을 100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작성·발표한다.
미국 증시에서는 강달러가 오랫동안 지속된 결과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인해 미국 기업의 이익 감소와 수출경쟁력 약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며 급락하는 등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오름세를 보이더니 최근 1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속된 달러화 강세 흐름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중국 위안화의 가치 하락을 부추겼고 세계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강달러는 환차손을 우려한 신흥국 투자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됐고 신흥국의 통화위기를 초래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미국이 금리인상의 속도조절에 들어간다는 시그널이 나와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뜻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클라리다 부의장 등 일부 연준 위원들이 기준금리 동결을 희망하는듯한 발언을 내놓은데 주목하고 있다.
강달러 덕분에 유가도 어느정도 안정되고 있는 모습이다. 유가와 달러는 일반적으로 역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면 석유 수출국은 더 싼 가격에 팔아도 이익을 남게 된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석유수출 규제 조치 등으로 국제원유시장에서 WTI(서부텍사스유)가 지난 10월 3일 배럴당 79.41 달러까지 급등했으나 지난 16일에는 56.46 달러로 26% 이상 떨어졌다.
달러화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 정책 불확실성, 생산경제로 전환하는 미국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경상적자 축소 등의 요인으로 인해 구조적 강세가 진행됐다. 여기에 재정정책 효과가 가세한 미국의 가파른 성장세는 달러화 강세를 가속화시켰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주춤거리고 대규모 재정적자가 확대돼 금리 인상 속도가 다소 늦춰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경기순환적 관점에서 강달러 추세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를 구가하나 GDP 대비 재정적자는 올해 3.9%, 내년 4.6%로 확대가 예상된다.
대외 불확실성에 취약했던 신흥국 통화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 통화 중 위안화의 움직임이 중요한 변수다. 중국의 경제 및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세계경제 및 금융시장에도 부정적 파급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위안화 약세는 가격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수출에 긍정적이나 적정 수준을 벗어나면 자본 유출이 가속화돼 시스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 “중국의 대답은 대체로 완료됐지만 4~5가지 큰 것이 빠져있다”면서 “중국을 곤경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고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위안화 강세가 본격화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약달러 시대가 보다 빨리 찾아올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