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규제로 주요 수입원 잃고 대손비용 상승 가능성
장·단기 금리차 빠르게 줄어들면서 예대마진 축소 불가피
◆…자료=금융투자협회 제공
지난 3분기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내년엔 금융환경 변화로 진퇴양난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장·단기 금리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금리와 조달금리는 장·단기 금리와 연동되어 있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이 축소되는 상황을 빚어낼 수 있다.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들게 되면 은행의 대출은 주로 장기채 중심으로 연동되며 조달금리는 단기채 중심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예대마진 폭도 감소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금융계에서는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정부 정책을 은행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보고 있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 2분기 7.6%를 기록했고 지난해의 8.1%에 비하면 0.5%포인트 줄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방침이어서 계속해서 타격이 예상된다.
가계대출 규제는 관리지표인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과 DTI(총부채상환비율)의 도입으로 은행들의 수입원인 대출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자연 은행들의 실적은 저조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장·단기 국고채 수익률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장기채 수익률은 떨어진다는 것은 미래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게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은 지난 5월 2일 2.24%에 이르렀으나 지난 16일에는 1.95를 기록하며 29bp(1bp=0.01%) 떨어졌다.
국고채 10년물은 지난 5월 2일 2.75%에서 지난 16일에는 2.22%로 53bp 급락했다. 10년물 장기채 수익률이 3년물 단기채보다 2배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장기물 채권 수익률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시장금리의 상승 폭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도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계부채, 대외금리차 확대 등 금융안정을 근거로 한 기준금리 인상은 11월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단기, 중장기 성장경로와 물가 여건 등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인상보다는 도리어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은행 측으로서는 시장금리가 상승하지 않으면 NIM(순이자마진)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며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중요한 수입원을 잃게 되는 이중고를 감내해야 한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이에 따른 은행의 대손비용 상승 가능성도 은행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내년에 맞이하게 될 경영환경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잠재성장률이 올라가면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과잉레버리지의 이자부담이 소비를 더욱 압박할 가능성도 높다. 자산가격 버블과 저성장 체제의 고착화도 우려되고 있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내년 5%대로 둔화되고 경기 회복 지연으로 대손비율이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은행권 실적은 내년에 정점을 기록하고 금융 환경이 진퇴양난의 형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마지막 국면에서는 은행주가 항상 하락했다”면서 “금리와 대출성장률 등 추가적인 모멘텀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은행주는 역사적 경험을 되풀이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