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수험생들은 합격자 발표가 난 뒤 2주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새로이 펼쳐진 환경을 보게 된다. "합격했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구나. 더 큰 문이 있을 줄이야"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물론 행복한 고민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그동안 공부했던 과정들은 어느새 추억 저편으로 날려버린 채 수습처를 알아보고, 집체교육 등에 신경 쓰기 바쁘다. 필자의 경우에는 운영하는 학습그룹 출신 세무사들에게 꼭 합격수기를 써보라고 당부한다.
이제 막 합격한 세무사라는 직업으로만 놓고 보면 대부분은 신입사원이나 다름없다. 간혹 왜 기장업체가 늘지 않는지 왜 납세자 상담이 무서운지 걱정하는 세무사들을 보면서 이런 얘기를 한다.
"원래 그런 거에요. 처음 공부시작 할 때 기억 안 나세요? 부당행위계산부인이니 연결합병이니 하는 외계어 같은 용어들을 보며 좌절하던 시절을. 그러다가 몇 번의 2차 불합격을 거치다보면 자연스레 머릿속이 정리가 되고 용어들과도 친해지는 과정을 거치는 것과 같죠"
하지만 대단한 실력자들은 바로 막 합격한 세무사들이다. 그들은 짧게는 2~3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이 공부에 자신의 젊음을 바치며, 산전수전 공중전에 정신수양이 넘쳐 몸에서 사리가 나올 정도의 과정을 거친 베테랑들이다.
합격의 핵심이 이곳에 있다.
필자는 수험생들에게 그 베테랑들이 갖고 있는 그 경험과 노하우를 구해 볼 것을 추천한다.
눈밭에서 가장 쉽게 걷는 것은 바로 앞에 걸어간 사람의 발자국을 그대로 따라 걷는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사람마다 발 치수도 다르고 보폭도 다르기 때문에 자기와 비슷한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가는 것이 현명하다.
괜히 성큼성큼 걸어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서 걸었다가는 결국 중도에 수많은 시행착오로 눈이 신발 속으로 다 들어가 양말을 벗어야 하는 낭패를 당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수험생들은 자신의 다리길이와 체력에 맞는 합격수기를 구해 읽어보거나 만날 수 있으면 상담을 받아보도록 하자.
간혹 한번 앉으면 10시간 이상씩 계속해서 집중하고 일주일에 몇 회독씩 했다 라든가 집안일, 회사일, 연애 등등 할 일 다 하면서도 1~2년 안에 합격했다는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신출귀몰한 능력을 가진 합격생들의 합격수기에 자신의 현실을 비교하지 말자. 차라리 어렵사리 살금살금 걸어간 분들의 얘기가 수험생활에 있어 용기와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써내려가고 있는 지독히도 힘든 수험생활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을 상상해보자.
조금 더 아파하고 조금 더 힘들어지는 것도 감수할 만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