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개발이 한창이 동네에 빌라를 소유한 A 씨. 사업이 구체화돼 분양신청이 다가왔는데 추가분담금을 부담할 여력이 없던 A 씨는 분양신청을 하지 않았다.
#2 평소 부동산에 관심이 많던 재건축 조합원 B씨. 일단 분양신청을 했지만 주변 아파트 가격 등 여러 지표를 검토한 끝에 최적의 판단은 아닌 것 같아 분양신청기간 종료 전에 신청을 철회했다.
#3 3년 전 아파트 일반분양에 당첨된 적이 있던 C씨. 그런데 해당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 해당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재개발 등 5년간 재당첨 금지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 C씨는 법적으로 분양신청을 할 수 없게 됐다.
현금청산은 재개발·재건축에서 조합원이 지위를 포기하고 현금으로 보상받는 경우를 일컫는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표준정관 등에 대상자가 규정돼있다.
전문가들은 현금청산자의 경우 더 이상 조합원이 아니므로 조합원과는 다른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고 말한다. 이에 분양청구권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사업비 등 비용납부의무, 철거, 이주 의무 등도 면제되는데 정관이나 조합원 총회의 결의로 구체적으로 달리 정하지 않았다면 조합원 지위에서 받았던 이익을 반환할 의무도 없다.
현금청산자는 결국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고 조합과는 다른 배를 타게 되지만 청산금을 두고 청산자와 조합 사이에 이견이 크다는 문제점이 뒤따른다.
업계에 따르면 청산금액은 보통 사업시행인가 시점에서 정해지는데 이쯤 되면 오랜 기다림 끝에 사업이 현실화된 경우로 볼 수 있어 주변시세가 뛰고 청산자와 조합의 입장도 갈리게 된다. 이에 현금청산자들이 대책위를 구성하거나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된 청산금을 두고 궐기대회를 여는 등의 집단행동에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정향 김예림 변호사는 "청산자는 실거래가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책정된 감정평가액에 부당함을 느끼는 반면 조합은 감정평가액에 준하거나 평가액에서 사업비 등을 뺀 금액만 지급하려고 하기 때문에 다툼이 생긴다"면서 "당사자들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다툼이 많다"고 설명했다.
청산금은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방토지수용위원회, 중앙토지수용위원회, 법원을 통해 수용재결·이의재결·소송 등의 절차를 밟아 최종 금액이 정해진다. 다만 현금청산의 경우에도 양도소득세의 부과대상에 해당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청산금액 협의에만 집중하다가 양도소득세 납세의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전문가 지적이다.
소득세법 제88조에 의하면 현금청산도 종전부동산의 양도로 보는데 만약 상가나 토지가 아니라 주택이 대상인 경우 다주택자 중과세가 적용될 수 있다. 과세를 위한 양도일은 원칙적으로 대금청산이 된 날이다.
김 변호사는 "현금청산자로부터 건물을 매수한 자도 마찬가지로 현금청산자로 취급되기 때문에 조합에 분양청구를 할 수 없다"며 "현금청산이 때때로 갈등을 야기하기도 하고 전체 사업의 속도를 결정하기도 하는 만큼 청산자와 조합 모두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