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일회성 마케팅·부가서비스 등 비용 절감 방안 착수
겨울철 스키장 리프트 요금과 여름철 워터파크 입장권 할인 등 특정 시즌을 맞아 카드사들이 내놓은 할인 서비스가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부가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킬러 카드'도 앞으로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이 발표된 이후 카드사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 중이다.
카드사들은 정부의 주문대로 일회성 마케팅 비용을 우선해서 손댈 계획이다.
일회성 마케팅은 졸업·입학 시즌이나 겨울·여름철, 설·추석과 같은 연휴 등 특정 시기에 일시적으로 무이자 할부, 포인트 추가 적립, 추가 할인 등 혜택을 주는 마케팅을 말한다.
카드사들은 신규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이런 일회성 마케팅을 벌인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런 혜택을 누리려고 카드를 새로 만들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일회성 마케팅이 기존 카드상품 약관에 포함돼 있지 않은 '비(非)탑재' 서비스로, 카드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과도하게 쓰는 비용으로 간주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자 이미 일회성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있다. 올해 들어 대학수학능력시험 이벤트를 진행한 카드사가 전무하다시피 한 것도 이런 여파다.
연간 계약으로 맺은 경우라면 올해 스키장 리프트 요금이나 렌털 비용을 할인해주는 이벤트가 진행되겠지만 내년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방학 때 여행 특수를 노리고 패키지 사전 예약 고객에게 할인이나 캐시백을 주거나 크리스마스나 신정 선물 구입 시 혜택을 주는 제휴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데 마케팅 부서에서 그런 것을 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카드상품의 부가서비스도 '구조조정' 대상이다. 이는 카드업계가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동안 카드업계는 특정 상품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해당 상품을 유지해야 했다.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려면 약관을 수정해야 하지만 당국이 약관변경 자체를 승인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카드상품을 출시한 후 3년간 해당 상품의 부가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하고 이후 금감원의 승인을 받아 축소할 수 있다.
의무 유지 기간이 종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 2016년 이후 당국이 약관변경을 승인해준 사례가 없다.
금융당국이 이번에 종합개편방안을 내놓으면서 부가서비스의 단계적 축소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존 상품의 부가서비스 축소는 불가피해졌다.
항공 마일리지 무제한 적립, 공항 VIP 라운지 무료 이용, 레스토랑 무료 이용 등 금융당국이 '비효율적인' 부가서비스 사례로 꼽은 혜택들이 먼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들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혜택을 담은 '킬러 카드'는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가 새 카드상품의 수익을 분석할 때 해당 상품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수익과 비용만을 계산하도록 해 과도한 부가서비스가 탑재되는 것을 자제시키겠다고 금융당국이 공언했다.
가맹점 수수료나 연회비 등 직접적인 수익 내에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카드사들이 새로운 카드상품을 내놓을 때 당연히 '흑자 상품'이라고 금융당국에 신고하지만 시장점유율 확대와 같은 카드사의 '정책적 필요'에 따라 부가서비스를 '과도하게' 넣는 경우가 왕왕 있다.
여기엔 카드상품에서는 적자가 나더라도 해당 카드 고객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면 대출 분야에서 적자를 만회해 전체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현재 수준의 혜택을 주면서 당국 지침을 준수하려면 고객들에게 연회비를 많이 올려받아야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을 고려하면 부가서비스의 대폭적인 축소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또 다른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앞으로 카드상품이 밋밋해지고 서로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제는 카드상품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디지털 서비스 차별화, 빅데이터를 통한 마케팅의 세분화 등으로 혜택을 주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존에 발표·시행한 정책효과로 인한 수익 감소분이 당국 추정치보다 커 카드사로서는 '마른 수건 짜기'식의 추가적인 비용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국은 결제대행업체(PG)를 이용하는 온라인 판매업자와 개인택시사업자에 우대수수료율 적용, 소규모 신규가맹점 수수료 환급제도 등으로 인한 수익 감소분을 6천억원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이는 우대수수료율 적용구간이 기존 5억원 이하였을 때 추정치로, 내년부터 그 구간이 30억원 이하로 확대되는 만큼 수익 감소분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새로운 우대수수료율에 맞춰 수익이 얼마나 줄어들지를 재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