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원안서 일부 수정안 패스트트랙으로 지정
상정 확정됐지만 신속 합의 없으면 흐지부지될 가능성 있어
◆…28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이찬열 교육위원장과 유치원 3법 패스트트랙 동의안이 통과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더 팩트)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원안에서 다소 후퇴한 채 패스트트랙(Fast Track·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됐다.
27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재적의원 14명 중 더불어민주당 7명과 바른미래당 2명의 찬성으로 이같이 의결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에 반발, 회의장을 집단 퇴장했다.
이로써 지난 10월 국정감사 이후 시작된 유치원법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어느 정도 매듭이 지어졌다. 하지만 원안이 아닌 바른미래당 수정안이 합의되면서 향후 심사 과정에서 자유한국당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10월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시도교육청 감사로 비리 혐의가 적발된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학부모가 낸 돈으로 원장이 명품 핸드백을 사고, 노래방·숙박업소에 가는 행태는 막아야 한다"며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가지원금과 학부모 분담금 회계를 단일화하고, 교비의 교육목적 외 사용을 형사처벌하도록 한 민주당 안은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등으로부터 '사립유치원을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강한 반발을 샀다. 반면 취학연령층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박 의원의 개정안에 환영했다.
◆ 원안과 달라진 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은 교육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임재훈 의원이 지난 24일 내놓은 중재안으로, '에듀파인(국가회계시스템)' 도입, 국가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의 단일 회계 운영, 누리과정 지원금 체계 현행 유지, 교비 회계 부정 사용의 형사처벌 도입(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1년 시행 유예) 등을 내용으로 한다.
민주당의 원안은 국가지원금을 국가보조금으로 바꿔 학부모 부담금과 단일회계로 관리하고, 이 돈을 교육 목적 외 사용할 경우 횡령죄(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로 강력 처벌한다는 내용이었다.
유치원의 운영자금에는 크게 국가 보조금, 국가 지원금(유치원의 경우 누리과정 지원금), 학부모 부담금이 있다. 3가지 운영자금 중 어디까지 국가가 회계를 감시할 지에 대해 민주당은 3가지 모두를, 자유한국당은 학부모 부담금은 빼자는 것이었다.
바른미래당 안은 민주당 주장대로 회계를 일원화하는 대신 한국당 입장대로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지는 않겠다는 내용을 넣었다.
임재훈 의원은 "지원금으로 놔둬도 얼마든지 교육 목적 외에 사용하게 되면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절충안에 대해 설명했다.
◆ 신속한 처리 없으면 표류할 수도
민주당은 당론으로 채택했던 유치원 3법이 패스트트랙에 오른데 대해 의미를 두면서도 아쉬움을 보였다.
법안을 최초 발의했던 박용진 의원은 유치원3법 패스스트랙과 관련해 "한국당의 국회 마비 시도를 넘어서기 위해 차선책을 선택한 것"이라며 "대한민국 교육개혁을 위한 대장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불필요하게 달려 있는, '처벌의 1년 유예' 부칙조항 삭제도 이뤄 내겠다"고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유치원 3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으나 사실상 숫자적으로 불리해 우리당의 안을 합리적으로 관철시키지 못한 아쉬운 점 있다"면서도 "발효시한이 내년 말이나 될 텐데, 이 법안을 합리적인 안으로 개정하는 데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패스트트랙이 이름과 달리 법안 처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사실상 '슬로트랙(Slow Track)'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법안 심사 기한만 최장 330일인데다, 기간 내 법안 처리가 불발될 경우에는 그 후 개의되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유치원 3법이 330일 후 본회의에서 처리된다고 해도, 유예기간 부칙 탓에 공금을 빼돌린 유치원 설립자나 원장들은 사실상 2년 뒤에나 처벌이 가능하다.
중간 과정에서 여야가 합의해 속도를 내지 못 해 내년 상반기까지 처리되지 않는다면 법안이 주목받지 못하고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11개월 이후 총선 정국에 접어들면 각 정당의 이해득실 여부에 따라 본래 취지를 잃을 우려도 있어 심사기한 만료 전에 조속한 여야 합의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