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시대를 사실상 백지화를 발표한 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새 광화문광장 설계안을 놓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면 충돌했다.
앞서 지난 21일 서울시는 국제설계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당선작을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설계안으로 발표했다. 이에 행안부는 23일 이 설계안에 대해 "행안부와 합의되지 않은 내용으로 수용이 곤란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고, 24일 서울시와 행안부는 긴급 협의를 한 뒤 "성공적인 광화문 광장 조성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사진=조세일보 자료)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24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의 설계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협의 과정에서 우리가 안 된다고 수차례 이야기했는데, 합의도 안 된 사안을 그대로 발표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그냥 발표해서 여론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인가"라고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 양측이 합의했다는 내용을 뒤집은 모양새가 됐다.
<한겨레>에 따르면, 김 장관이 설계안을 거부한 이유는 ▲정부서울청사 뒤쪽 현재 2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만드는 방안 ▲정부청사 앞 도로와 앞마당을 광장에 내줄 수 없다는 점이다.
김 장관은 "청사 바로 옆으로 6차로가 나면 그 청사를 쓸 수 있겠는가"라며 "국제 설계 공모를 했다는데, 설계자들이 현장에 와보지도 않고 설계안을 낸 것 같다. 와보면 거기엔 6차로를 낼 수 없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어 "앞쪽 도로가 없어지면 차가 접근할 수 없고, 주차장도 쓸 수가 없게 된다. 이번 설계안은 한 마디로 정부서울청사를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그런 안을 정부청사를 관리하는 행안부 장관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장관은 "대안을 서울시가 가져와야 한다. 우회도로를 청사 뒤쪽이 아니라 서울경찰청 옆으로 돌리든지, 다른 방안을 가져와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청사 주변도로를 보행자 전용 도로로 바꾼다든지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서울청사 내 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은 어떠냐는 물음에 김 장관은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하면 된다. 그런데 지금 서울에 남은 부처들이 마음대로 세종시로 갈 수 있나. 헌법재판소 결정을 바꾸지 않는 한 이 정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사진=조세일보 자료)
이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25일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관련 내용에 대해 언급하며 "세상에 절대 안 되는 일이 어딨겠느냐"며 "정부하고, 특히 청와대와 협력해 그동안 쭉 추진해왔던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저랑 같이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 말한 이후 계속 준비해 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이어 "(김부겸) 장관 얘기도 이해는 간다. 왜냐하면 실제 그렇게 약간 물고 들어가는 부분은 있다"며 "또 어제 행안부가 성명서를 냈다가 다시 '협의해 해결해나가겠다'고 양 기관이 만나 발표까지 했다"며 "그런데 장관님이 무슨 뜻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겠다"고 김 장관의 전면 거부 발언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차기 대권 주자간 힘겨루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대해 박 시장은 "자꾸 그렇게 사이 벌리는 이야기 하지 말라"며 "일을 해 보면 무슨 일이든 그 과정에서 이견도 분란도 비판도 있다. 그런 건 늘 대화하고 협의하고 합의해서 이루어 가는 게 중요한 거다. 만나서 잘 해결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참으로 부러운 게 중국엔 천안문 광장, 런던엔 트라팔가 광장, 파리엔 개선문 등 큰 광장이 있다"며 "우리는 이런 것들이 사실 없다. (광화문 광장은) 촛불집회할 때 쓰긴 했지만 사실 평소에는 차가 다 다닌다. 그래서 이게 완성되면 대한민국의 국가광장이 제대로 하나 생긴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시대의 사실상 백지화로 광화문 광장을 놓고 서울시와 행안부가 팽팽한 대결국면을 보일 것으로 추측되는 가운데, 차기 대권 후보군으로 지목되는 박 시장과 김 장관의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한 향후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