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이 남북으로 분단된 지 70여 년이 지나면서 달라진 것이 언어만은 아니다. 남북미 관계 변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사회 각계 각층은 남과 북이 떨어져있던 긴 시간 동안 서로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 온 다양한 사회 시스템의 차이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부분이 남과 북의 경제협력 분야이다. 그러나 정작 개성공업지구에 입주했던 기업을 위해 별도의 회계규정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와 북한 사회가 얼마나 다른 체제로 운영되는지, 그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북한의 회계시스템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북한 경제의 속살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회계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회계학 전공 교수와 회계사로 이루어진 전문가들이 모여 북한회계에 대한 해설서를 펴냈다.
고려대학교 정석우 교수, 경희대학교 정형록 교수, 삼일회계법인 이태호, 전용욱, 정기욱 회계사가 공저한 '북한회계의 이해'는 북한의 대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최신 회계학 교재를 바탕으로 한 북한 회계 해설서로, IFRS를 회계기준으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 익숙한 회계 용어를 기반으로 쓰여졌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이며 한국공인회계사회 남북회계협력위원회 위원장인 곽수근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회계는 한 체제 내의 경제적 주체들의 활동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양식으로, 단순한 수치의 나열이 아니라 경제적 주체들에게 활동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책임 수행에 대한 보고를 받아 평가하는 사회적 통제 메커니즘이다. 따라서 우리와 많은 차이가 있는 북한의 폐쇄적 계획경제는 물론, 북한의 지배구조와 통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북한회계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이 책의 출간이 갖고 있는 의미를 짚었다.
총 6개의 장과 부록으로 구성된 북한회계의 이해는 북한회계의 내용, 북한회계의 대상과 체계, 북한의 회계계산 수단과 형태, 북한 기업소의 경영회계계산, 그리고 우리의 회계감사에 해당하는 회계검증에 대해서 순차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또한 부록으로 우리나라의 계정과목에 해당하는 북한의 회계계시표와 남북한 회계용어 비교표를 정리하여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공저자로 책 저술에 참여한 삼일회계법인 이태호 남북투자지원센터장은 "북한이 보이는 비핵화 의지는 경제 성장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어떤 것보다도 국제적인 회계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북한에게 매우 절실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동일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 우리가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될 것이며, 이 책은 그런 기반을 조성하는 하나의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