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

검색

글자 크기조절

글자 크기가 적당하신가요?

[특집] 제2 벤처붐 일어날까...'차등의결권' 추진 배경

조세일보 / 허헌 기자 | 2019.02.14 13:11

벤처붐으로 조성된 강남 테헤란밸리 전경 (사진 = 조세일보 사진 DB)

◆…벤처붐으로 조성된 강남 테헤란밸리 전경 (사진 = 조세일보 사진 DB)

아이디어가 좋고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탄생하고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자금력 부족이라고 꼽는 데 누구도 주저하지 않는다. 기업이 커질수록 자금 조달이 필수적인데, 이런 혁신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에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금조달 방법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은 기업 상장이고, 이후 증자를 통한 조달인데 이 과정에서 경영권을 위협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즉 증자를 하면 할수록 창업자의 지분이 감소되어 외부 투자자에 의해 경영권을 빼앗길 위험이 커진다.

우리나라에서 구글·아마존·알리바바와 같은 혁신벤처기업이 탄생할 가능성이 낮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또 대기업과 상생관계를 맺으려고 해도 손쉽게 M&A(기업인수합병)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벤처 창업을 주저하게 된다.

■ 창업 등 산업 생태계 조성해야 좋은 일자리 창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벤처창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강화한 결과, 서울 강남 테헤란로엔 소위 '테헤란밸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벤처창업 붐이 일었고, 전국적으로 약 2만여 벤처기업이 탄생해 성장·발전했다.

좋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 나아가 국가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게 되려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가적 기질이 강한 사람이 창업해 성공하는 경제 선순환 구조, 즉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런 선순환 구조로 가기 위해서는 창업에 뜻을 둔 사람들이 벤처기업을 창업해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은 혁신기술을 지닌 벤처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계에서 끊임없이 요구해 온 경영권 위협 걱정 없는 자금 조달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차등의결권 제도의 물꼬가 터질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민주당은 제도 도입에 나선 이유가 혁신 창업 붐이 이어질 수 있도록 자본시장의 구조와 관행을 혁신 친화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차등의결권은 '1주 1표'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뿐만 아니라 '1주 2표 또는 10표' 등 다수 의결권을 가질 수 있는 주식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즉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실제 보유한 지분보다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 중국, 유망기술기업 해외유출 막기 위해 차등의견권 도입

지난 해 9월 중국 정부는 회사법 등 법률과 자본시장 관련 규정을 보완해 벤처기업을 포함한 기술 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국무원은 혁신 기업의 자금 조달 채널을 확대하고 성장 잠재력은 높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술 기업의 증시 상장(IPO)을 촉진하기 위해 제도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차등의결권이 허용되지 않아 성장잠재력이 높은 첨단기술기업의 중국 증시 상장을 유도함으로써 유망 기술기업들의 해외 유출로 인한 국부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홍콩증권거래소(HKEX)와 달리 중국 본토에 있는 상하이증권거래소(SSE)와 선전거래소는 현재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차등의결권이 허용되는 2014년 9월 뉴욕증시에 상장해 중국 당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앞서 최대 웹 검색업체 바이두도 2005년 같은 이유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바이두의 계열사인 중국 최대의 스트리밍 기업인 아이치이(iQIYI)가 2013년, 최대 온라인 여행사 `취날(Qunar)`도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미국의 페이스북, 중국의 알리바바·바이두 등 수 많은 세계적인 기술기업들이 차등의결권을 활용해 경영권 방어 부담 없이 자금조달과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어 이를 통해 획기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차등의결권 도입을 통한 혁신기업의 성장발전의 기틀을 마련해 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우리나라에서 '차등의결권' 도입 못하는 이유

미국·일본·영국·프랑스·싱가포르는 물론 홍콩 등에서 도입 운영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재벌 또는 대기업 경영자가 경영을 잘 못했을 경우 퇴출시킬 방법이 없다는(경영권 방어에 악용) 의견을 주장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이에 동조하는 국회의원 등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 이들은 차등의결권 제도가 가진 몇몇 문제점을 내세워 그동안 이 제도의 도입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알리바바와 같은 신생 혁신기업이 나오지 않는 이유, 대기업이 이익잉여금을 쌓아 놓고 기술혁신 등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를 차등의결권 제도 부재로 꼽고 있다.

즉 회사는 설립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 실정상 투자유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나 벤처 혁신기업은 R&D(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정부 정책자금의 경우도 담보 없이 기술이나 신용만으론 충분한 자금을 대출받기가 힘들다.

또 부채비율이 일정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위험기업으로 분류되어 추가대출이 어렵고, 대출기간도 3년 정도로 장기 연구개발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로 충당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기업은 대출보다는 증시 상장과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선호하는데 현재 제도로는 이 또한 녹녹치 않다. 주식발행 자금조달을 할 경우 경영권을 잃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상속세와 관련된 부분이다. 우리나라 경제계는 상속세율을 낮추기 어렵다면 차등의결권 제도라도 도입해달라고 줄곧 요구해왔다. 상속세로 인해 대주주 일가 지분율이 낮아지면 경영권 방어가 어렵기 때문이다. 부(富)의 되물림이 아니라 정당한 경영활동을 통해 유지되 온 경영권이 상속세 납부 결과 무너지는 어려움이 있다는 논리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포드사,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을 들고 있다.

포드사의 경우 포드 가문 지분이 7% 내외지만 차등의결권으로 전체의 40%에 달하는 의결권을 행사한다. '차등의결권은 가문의 일원에게만 매각한다'는 협약을 통해 지분율이 낮아지는 것을 막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상속세율이 40%로 꽤 높은 편이지만 차등의결권을 통해 경영권이 보호된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은 정부로부터 황금주(주요 경영 안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주식)와 차등의결권을 보장받는 대신 고용 창출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1938년 '살트셰바덴 협약' 이후 5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 최종학 교수, 혁신성장하려면 '차등의결권'부터 도입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달 19일 〈중앙선데이〉 '중앙시평' 기고문에서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을 하려면 '차등의결권' 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혁신성장이란 기업의 새로운 혁신을 유도해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으로,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라며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가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의 연구·개발을 하겠다며 과감히 도전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역할은 기업가들이 맘껏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라며 "이런 도전이 성공해야 중소·벤처기업이 발전할 수 있고, 그 결과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대기업에 의한 경제력 집중 현상도 완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중소·벤처기업이 경영상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자금 조달 과정이라면서 문제 해결책으로서 '차등의견권 제도'를 꼽았다.

최 교수는 "차등의결권은 한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면서 "구글, 페이스북, 샤오미, 알리바바 등 유명 정보기술(IT) 기업들은 회사를 설립한 기업가들이 차등의결권을 이용해 소수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회사들 모두 설립 초기 기술개발 단계에서 차등의결권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손쉽게 필요 자금을 조달했다"며 "차등의결권이 없었다면 이 기업들 역시 창업 초기 '데스 밸리(death valley)'라고 불리는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넘기지 못하고 좌초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했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차등의결권 제도는 단점 보다 장점이 월등히 많은 제도다. 그렇기에 거의 모든 선진국이 널리 활용하는 것"이라며 "단점이 있다면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조건, 즉 예를 들면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면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소·벤처기업에 한해 허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 기술기업 창업 생태계 조성 시급

결론적으로 벤처기업 또는 혁신기술기업의 자금조달 방법인 '금융기관 신용대출'은 사업초창기 신용평가의 모호성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증자를 위한 주식 발행'은 투자자에게 회사가 넘어가는 문제가 있고, '대기업 투자'의 경우는 공정거래법상 계열사에 편입돼 각종 규제 발생 등으로 어려움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차등의결권 제도의 도입을 통해 벤처기업 또는 혁신기술기업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해소해 줌으로써 창업 생태계 조성을 통한 제2의 벤처붐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3가지 핵심 정책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의 한 축인 '혁신성장' 역시 그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끈한 토픽·쏠솔한 정보 조세일보 페이스북 초대합니다.

관련기사

Copyright ⓒ Joseilbo.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