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법인이 국내에 원천이 있는 사용료 소득으로 정상적 사업을 하고 있다면 해당 소득에 대해 외국법인 소재지국과의 조세조약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뚜렷한 사업목적을 갖고 정상적으로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실체를 갖춘 외국법인에 대하여는 실질과세원칙에 따르더라도 조세조약의 적용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하였다.
이 사건은 네덜란드 법인이 가지고 있는 일부 국가에 대한 영화 배포권을 100% 자회사인 헝가리 법인에 양도하면서 발생하였다. 여기에는 국내에서의 영화 배포권도 포함되었다.
영화배포권에 대한 사용료는 세법상 사용료소득으로 취급된다. 이러한 사용료 소득에 대해 네덜란드 조세조약이 적용될 경우 15%의 세금이 과세된다. 그러나 헝가리 조약이 적용될 경우 국내에서 과세되지 않는다.
과세관청은 이러한 15%의 조세부담을 피하기 위하여 영화 배포권을 헝가리법인으로 옮긴 후 네덜란드 법인이 배당의 형태로 수익을 모두 가져간 것으로 보았다. 과세관청은 네덜란드 법인이 실질적으로 사용료 소득을 받아간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보아 15%의 세금을 부과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은 헝가리 조세조약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한·헝가리 조세조약은 헝가리 법인이 사용료 소득의 수익적 소유자일 경우 헝가리에서만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헝가리 조세조약은 수익적 소유자가 어떤 의미인지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는 않다.
한편 우리나라 세법은 소득의 명의와 실질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경우 명의자가 아니라 실질귀속자에 대하여 과세하는 실질과세원칙을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실질과세원칙이 국내거래는 물론이고 조세조약을 해석하거나 적용할 때에도 이를 배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대로 적용된다고 일관되게 보고 있다. 따라서 만약 헝가리 법인이 국내원천 사용료 소득의 수익적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실질귀속자가 아니면 한·헝가리 조세조약의 적용을 부인할 수 있다.
대법원은 그 동안 조세조약의 '수익적 소유자'와 국내 세법상의 원칙인 실질과세원칙의 '실질귀속자'를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판단하여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하여 최초로 조세조약의 수익적 소유자를 실질귀속자와 구분하여 판단하였다.
즉 대법원은 “수익적 소유자는 당해 사용료 소득을 지급받은 자가 타인에게 이를 다시 이전할 법적 또는 계약상의 의무 등이 없는 사용·수익권을 갖는 경우를 뜻한다”고 판결하여 수익적 소유자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조세절감에 특히 주목하여 모회사인 네덜란드 법인이 수익적 소유자이자 실질귀속자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헝가리 법인이 사용료 소득을 네덜란드 법인 등에게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익적 소유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조세절감이 생긴다는 이유로 실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헝가리 법인이 아닌 모회사인 네덜란드 법인을 실질귀속자로 볼 수는 없다고 하여 실질과세원칙의 적용범위도 제한하였다.
이번 판결은 최초로 '수익적 소유자'의 개념을 정의하면서 '실질귀속자'와 구분되는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나아가 이번 판결은 조세절감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여 과세할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여 자의적인 과세처분의 가능성을 낮추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2018.11.15. 선고 2017두33008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