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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순의 상속 톡톡]⑤

어원으로 풀어보는 기부(contribution)와 출연(出捐)

조세일보 / 장재순 | 2019.03.06 08:00

기부하다는 뜻의 영어단어는 contribute이고 분배하다는 distribute, 귀속시키다는 attribute다.

이 셋에 공히 들어가 있는 스펠이 tribu이고, 그것의 어원은 부족을 의미하는 tribe다.

Tribe의 tri는 셋을, be는 존재함을 뜻한다.

로마가 라틴, 사비니, 에트루리아 세 부족을 근간으로 형성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가 tribe다.

그 점에서 distribute와 attribute 이 둘은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을 세 부족에 분배, 각 부족에 귀속시키는 모습을, contribute는 세 부족이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공동으로 바치는 모습을 그려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세 부족이 공동으로 전쟁 물자를 바친 것에서 contribution이 비롯된 후 그 뜻이 약간 변한 것 같기는 하나, 기부재산이 현금이든 또는 기업을 표창하는 주식이든 오늘날 기부 그 자체가 선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좋은 일에 쓰라고 재산을 쾌척하는 분들을 '기부천사'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다.

기부에 하늘이 할 일을 대신하는 분이라는 뜻의 천사가 붙었음은 기부가 천명을 받든 행위임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기부가 얼마나 어려운 행위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부는 좋은 일에 쓰라고 재산을 쾌척하는 행위 일반을 가리키는 광의의 단어다. 그에 비해 '출연(出捐)'은 공익재단에 재산을 쾌척하는 행위를 특칭 한 협의의 단어다.

출연의 '연(捐)'은 작은 벌레 '肙(연)'에 손 '手'가 붙은 상형문자다. '肙'의 모습은 영락없는 누에다. 그러니 '捐'이 뽕잎을 따서 누에에게 던져주는 모습을 그린 한자임은 쉬 짐작이 간다.

누에고치 하나에서 무려 1.2-1.5km의 실이 나오고 그걸 엮으면 비단(絹)이 된다. '견(絹)'자도 실 '絲'를 '肙'옆에 붙인 모습이다. 누에에게 좋은 뽕잎을 먹여줘야만 질 좋고 멋진 비단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리라.       

공익재단을 우리는 제3섹터 또는 제3의 동력이라 한다. 정부나 기업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하는 단체라는 뜻으로 읽힌다.

세법도 공익재단의 그 같은 순기능을 감안, 공익재단에 출연된 재산가액에는 일정요건 하에 상속세·증여세를 면제한다.

문제는 의결권주가 공익재단에 출연된 경우다. 세법은 세금을 면제받으면서 재단을 통해 기업을 우회 지배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의결권주 출연한도를 두고 있다.

일반공익재단 5%, 성실공익재단 10%다. 한도를 넘어 출연 받으면 재단은 초과분을 일정기간 내 처분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재단이 증여세를 내야 한다.

그랬던 것이 2017.12.19. 세법이 개정되면서, 그 정관에다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성실'자선·장학 또는 사회복지재단에 대한 출연한도가 20%로 늘어났다.

꽁꽁 묶였던 의결권주의 출연한도를 늘여주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진일보한 입법으로 평가할만하다. 기부천사들로 하여금 누에에게 좋은 뽕잎을 먹여주도록 함으로써 질 좋고 멋진 비단을 얻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까닭이다.


장재순 객원칼럼니스트

조세일보 행복상속연구소 연구위원, 조세일보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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