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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담]민주당 박찬대-김병욱 "차등의결권 도입 신중해야"

조세일보 / 조성준 기자 | 2019.03.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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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차등의결권 제도(이하 차등의결권) 도입 논의가 초미의 관심사다. 차등의결권 도입이 황제·세습경영을 강화하는 수단이 된다며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주장과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우리나라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본격적으로 차등의결권 도입이 거론된 계기는 지난 2003년 SK-소버린 경영권 분쟁 사태였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의 대주주인 엘리엇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당시 수석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하면서 경영진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헤지펀드 등 대형 투자자들의 경영권 간섭을 방지하고 창업기업인의 경영권을 보장해주자는 취지로 매년 제도 도입을 논의해 왔으나 부작용을 우려한 반대의견에 번번히 무산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차등의결권 도입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세일보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박찬대·김병욱 두 의원과의 대담을 통해 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재무전문가인 박 의원과 금융시장전문가인 김 의원은 당리당략을 떠나 초선의 열정으로 자신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펼쳤다.

<대담 : 허헌 정치부장, 조성준 정치부 기자>

<질문> 2003년 소버린 사태 이후 매년 논의됐지만 도입은 되지 않은 이유는?

◆ 김병욱 = 당시 소버린은 SK 지분(14.9%)을 매입해 1대 주주가 되면서 SK경영진과 경영권 싸움을 벌였다. 보유지분을 전량 매도한 후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는 등 일명 '먹튀' 사태 이후 외국계 자본의 국내기업 경영권 침해 위협이나 먹튀 시도를 방지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도입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반면 재벌개혁을 바라는 국민여론 또한 만만치 않아 논의가 공회전이 됐다고 본다.

◆ 박찬대 = 진보적 시각에서는 '재벌개혁 과제' 추진이라는 입장에서 기업의 경영권 보장을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도 도입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론도 한몫했다.

경영진이 높은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외부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하면서 사익을 추구할 우려도 제기돼왔다. 최근 주주들에게 재신임을 받지 못해 물러난 조양호 대한항공 전 회장의 경우, 차등의결권이 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들린다.

월간박찬대4월호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왼쪽)과 박찬대 의원(오른쪽)이 조세일보 허헌 정치부장이 진행한 차등의결권 제도 자유토론에서 서로 대화하고 있다. (사진= 임민원 기자)

<질문> 만일 차등의결권이 도입되어야 한다면?

◆ 김병욱 = 제도 도입여부를 떠나 벤처기업인들이 사업하기 좋은 기업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꼭 차등의결권이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선 반대 또는 유보 입장이다. 다만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면 좀 더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가 수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법상 주주평등의 원칙이 있지 않나. 기본원칙인데 제도를 도입하려면 원칙을 넘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큰 예외를 두는 것에 회의적이다.

현행 제도 안에서도 창립자나 CEO 등 경영진을 방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무의결권 우선주' 발행권이 그것이다. 배당에 대해선 우선권을 부여하되 의결권은 안주는 제도다. 이걸 많이 발행하더라도 의결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현재 기업들이 무의결권 우선주를 대량으로 발행하지는 않고 있고, 시장에서도 썩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간극을 좁혀나가면 얼마든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박찬대 = SK-소버린 사태에서 소버린의 행태를 보면 주주들의 선한 의도에 대해 약간 순진한 접근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당시 소버린은 SK 기존 주주들에 대한 존중이 없었고 다만 투기자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했는데, 그런 선의를 기대하긴 어렵다. 김 의원이 말한 주주평등의 원칙, 대기업의 세습 경영 폐해가 있을 여지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차등의결권이 가져올 긍정적인 부분이 더 크다고 본다.

<질문> 정부여당은 비상장 벤처기업 위주로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는데

◆ 김병욱 = 차등의결권이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논의되는 이유는 자금 동원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벤처기업은 제품을 만들기 전, 이익이 나기 전부터 자금 부족에 시달린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엔젤투자·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그러다가 지분율 51%의 벽이 무너지면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에 놓일 수 있다. 이런 불상사를 보호하기 위해 차등의결권이 거론되고 있다. 취지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동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명암이 존재한다.

벤처기업에 투자한 주주들도 궁극적으로는 기업이 번창하길 바란다. 경영진이 회사를 잘 키우고 있는데 어느 주주가 반대를 하겠나. 주주들이 이견을 가지는 건 기존 경영진의 무능력·실적악화·황제경영·일탈행위 등 문제가 있을 때다.

시장 원리에 따르면, 설령 창업주의 지분이 떨어지더라도 경영진이 잘하고 있다면 그대로 두는 게 자신의 주주가치도 오르는 것 아닌가. 결국 창업주 능력에 달린 것이고 굳이 의결권 때문에 벤처기업의 투자 유치나 경영이 흔들린다고 전제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 박찬대= 벤처기업은 '인큐베이팅(Incubating)'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후에는 결국 '스케일 업(Scale-Up·규모 확장)'을 해야 중견기업으로 성장한다. 차등의결권도 그런 취지에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 사회적인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서 'IPO(기업공개)' 전까지에 해당하는 기업을 범위로 잡아야 된다. IPO 후에도 기존 주식은 인정해줘야 한다.

중국 IT공룡 '알리바바'가 홍콩이 아닌 뉴욕에 상장한 것도 홍콩에서 그전에 발행했던 차등의결권을 인정해주지 않으니까 옮기게 됐던 것이다. 분명한 사회적 해를 끼칠만한 내용은 사전에 막아주고 이 제도의 좋은 점을 강조하는 부분은 한번 도입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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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의원은 "벤처기업은 '인큐베이팅', '스케일 업(Scale-Up·규모 확장)'을 거쳐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차등의결권도 그런 취지에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임민원 기자)

<질문> 상장 대기업도 포함돼야 한다는 야권 의견에 대해서는?

◆ 김병욱 =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여전히 이사회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재벌가(家)'라는 특수한 지배구조 아래 움직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7년 보고서에서 한국기업의 이사회 유효성은 137개국 중 109위로 나타났다. 투자자 보호 지표도 99위였다. 대주주의 영향력이 너무나 크다는 게 현실적으로 나타난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대기업의 이사회 질적 지표가 하위권인 셈이다.

◆ 박찬대 = 지난 20여 년 동안 전경련을 필두로 재벌들이 차등의결권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경영권 세습 문제에 있다고 본다. 김 의원 지적대로 기업경제 투명성이나 지표가 높지 않다. 지난 2017년 '회계투명성 부문 국가별 순위'에서 조사대상 63개국 중 한국은 63위였다.

기업의 회계구조를 투명화하고 의사결정 구조인 이사회 구조도 투명화한다면 차등의결권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이 잦아들 것이다. 대기업에 도입하기까지는 선행과제가 여전히 많이 남은 셈이다. 

<질문> 차등의결권이 도입된다면 경계해야 될 점은

◆ 김병욱 = 도입되더라도 아주 한정적으로 도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벤처기업이 차등의결권을 보장받는 것을 재벌이 직접 악용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재벌의 악습에 차등의결권까지 장착한 벤처기업을 악용할 가능성은 있다. 특수관계인인 재벌가 가족들이 벤처기업을 만들어서 '일감몰아주기'하는 형태로 차등의결권을 이용해 키운 뒤 M&A 자금으로 사용할 우려도 있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점은 법과 제도로 보완하면 되겠지만 벤처가 잘되려면 자금이 제때 들어가야 한다. 차등의결권이 도입될 때 과연 금융기관의 자금이 기업으로 흘러가는 순기능이 일어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 박찬대 = 김 의원 말은 오히려 차등의결권 때문에 들어가는 자금이 막힐 수 있다는 말인가?

◆ 김병욱 = 그렇다. 기업이 차등의결을 도입하려면 정관을 바꿔야 한다. 그러면 기존의 엔젤투자나 벤처캐피탈 투자분이 있으면 자기지분율이 떨어지므로 그들이 찬성할 가능성이 낮다. 그렇게 되면 그 투자자들이 떠나게 되고 자금을 돌려줘야 되고, 결국 원래 의도는 벤처기업이 신경 안 쓰고 기업을 잘 이끌기 위해서 도와주려고 했던 것인데, 기존의 들어왔던 자금이 나갈 수 있든지 아니면 창업자와 완전한 신뢰 속에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데 찬성을 해야 하는 셈이다.

◆ 박찬대 = 그건 정관변경과 관련된 특별결의사항이 요구되니까 기존의 'FI(재무적 투자자)'들도 그 부분에 대해선 자기 의사를 밝힐 것 같고, 의결권에 대해서만 차등이지 배당이라든가 재산적 권리에 대한 지분은 유지되는 거니까 동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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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의원은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투자자 입장에서 벤처기업에 선뜻 투자하기에 부담이 될 수 있어 벤처 입장에서 자금줄이 축소될 우려가 있으므로 도입 하더라도 깊은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임민원 기자)

<질문>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벤처 자금줄이 막힐 수 있다?

◆ 김병욱 = 현재 논의되는 방식은 주주 전원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 기존의 창업주가 열심히 일하고 뭔가 성장가능성이 보였을 때 의결권을 주는 그런 이득을 생각하는데, 주주 전원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면 이 사람의 능력을 보기 전부터 줘야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 선뜻 투자하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게 악화되면 자금의 흐름을 막을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 차등의결권이 있는 회사에 벤처캐피탈이 투자를 할까 망설일 것이라고 본다.

아무리 그 회사가 능력이 있다 치더라도 자신의 주식가치가 크게 저평가 되는 것을 감수하고 그 회사에 투자를 하는 것이므로 차등의결권이 있는 회사에 대한 신규자금투자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기존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고, 차등의결권이 도입되고 나서 외부자금이 들어오는데 있어서도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중요한 것은 벤처기업을 위한 제도를 만들 것을 연구하는데, 결과적으로는 벤처기업을 도와주는 것의 핵심은 자금조달인데, 자금조달 측면에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과정, 차등의결권이 도입되고 나서 과연 그 기업에 벤처캐피탈 등 투자자의 자금이 잘 들어갈까. 거꾸로 역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경영권 방어랑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 박찬대 = 김 의원이 말한 자금조달 우려는 차등의결권 도입과 단계가 약간 다른 것 같다. 기업 입장에서는 성장 발전을 위해 자금조달이 필요한데 자금조달 자체를 차등의결권이 혹시 막는 것 아니냐는 의견으로 들린다.

논점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하는 게 스케일업을 위해선 벤처들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야하는데 우리나라 금융권들이 아직도 재래식 방식에 의한 금융방식만 한다는 것이다. 담보를 제공받아야 하고 안전망을 만들어야 하고 보증을 원하고. 이런 방법을 통해서 아주 소극적인 금융만 이루다보니까 결국은 기업이 원하는 자금조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M&A는 그 이후의 단계고, 기업이 인큐베이팅 과정을 극복하고 스케일업 되는 것이다. 경영권을 어떻게 방어할지의 문제와 M&A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차등의결권을 이야기하는 것도 안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질문> 차등의결권이 만약 도입된다면 어떤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

◆ 김병욱 = 차등의결권제도가 무조건 '나쁘다'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도입되더라도 아주 예외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는 차등의결권이 아니라도 제도가 있다. 차등의결권을 도입함으로 인해서 주주평등원칙을 무너뜨릴만한 더 큰 명분과 논리가 과연 있겠나. 시장질서가 변하는 것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더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박찬대 = 일반적인 반대·찬성으로 볼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등의결권이 결국은 정책적으로 반영한다는 것은 사실 민의를 반영하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을 하는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자금과 경영권 유지라는 측면이다.

결국 벤처기업의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벤처부흥의 새로운 성장동력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금조달 측면과 경영권 방어적 측면을 동시에 함께 균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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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을 마친 박찬대(왼쪽)·김병욱 두 초선 의원이 열정적인 정무활동을 서로 약속하며 국회 의원회관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임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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