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평화당에 이어 민주당도 靑민정인사라인 경질 요구
이해찬 "검증절차 더 엄격해야···경험 충분히 했다고 생각해"
고민정 靑부대변인 "현재까지는 (경질) 검토된 바 없다"
◆…곤혹스러운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1일 조동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 철회하고, 최정호 국토부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 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여야가 청와대 인사검증라인의 경질을 요구해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사진=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자진 사퇴와 관련, 청와대 인사라인의 교체를 촉구하고 나서고 있어 청와대를 곤혹하게 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31일 경남도당에서 열린 창원경제 살리기 정책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장관 후보로 추천된 7명 모두가 부적격자다. 2명이 자진사퇴, 지명철회를 했다고 한다"며 "나머지 5명의 후보자도 훨씬 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인사 폭망, 인사 참사라고 할 수 밖에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께 사과를 하고, 인사 검증, 실무를 맡았던 검증자는 책임지고 경질하거나 교체해야한다"며 청와대 인사검증라인의 경질을 촉구했다.
바른미래당은 1일 김정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조동호가 말을 안 해 검증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며 후보자의 검증을 자백으로 하는 청와대"라며 "조국과 조현옥은 어디로 숨었는가?"라고 청와대 인사검증라인을 힐난했다.
이어 "국민의 기대는 저버리고 갈수록 모욕감만 안겨주는 조국"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민정·인사라인에 대한 책임을 공식 사과하고, 조국을 경질하라"고 즉각 경질을 촉구했다.
손학규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것저것 말할 필요 없다. 이제는 책임지고 조국 민정수석이 물러날 때"라고 조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평화당도 이날 김정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청와대를 중심으로 두 사람의 교체불가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을 크게 우려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조국과 조현옥 두 수석의 경질을 촉구했다.
이어 "인사 참사가 발생했는데 청와대에서 인사 추천과 검증의 직접 책임을 지고 있는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의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며 "작금의 인사 참사는 총체적으로 고장 난 청와대의 시스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측에서도 3.8개각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의 파행과 관련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장관 후보자 낙마와 관련해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검증이 더 철저히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바"라며 "앞으로 검증 절차를 더 엄격히 해야 한다는 경험을 이번에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청와대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앞으로 당정간 협의를 통해 충분히 그 점을 정부에 전달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우리당 또한 깊은 성찰과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며 "앞으로 반칙과 특권이 아닌 공정과 정의에 입각한 인사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야당들을 향해서는 "국회는 더 이상 인사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공세를 해선 안된다"며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은 부적격이라 판단되는 후보에 대해선 그 의견을 분명히 청문보고서에 반영할 수 있기에 청문보고서 자체를 거부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인사청문회법 규정에 따른 인사 청문결과보고서 채택 시한은 오늘까지다. 이날까지 보고서 채택이 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10일 이내 재요구할 수 있다. 다만 보고서가 재송부되지 않더라도 해당 기간이 경과한 후엔 문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가 가능하다.
지난해 10월 여야는 모든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검증 절차를 강화하자며 인사청문제도 개선을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 산하에 '인사청문제도개선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당시 인사청문제도 개선 사항으로는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불채택시 임명 문제, 정책 중심 인사청문 강화 등'이 거론됐다. 또한 국회가 추천하는 공직 후보자들에 대해 사전 검증절차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도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개선 방안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번 국회 인사청문회도 과거와 같이 파행으로 연속된 청문회가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청와대는 야당들의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경질 요구에 대해 '검토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경질)검토를 하고 있느냐 라고 물으신다면 현재까지는 검토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고 부대변인은 그러면서 "무조건 자리를 내던지는 것만이 능사일까? 라는 의문도 좀 들고 많은 분들의 의견들을 청취하면서 판단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청와대가 고민은 하겠지만 민정·인사라인 문책은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낙마한 2명의 장관 후보 외에 다른 5명의 후보들에 대해서도 야당측에서 추가 지명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아직까지 다른 추가조치에 대해서 논의된 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 3년차를 맞는 올 5월, 두 수석에 대한 적정한 교체시기로 생각해 온 청와대로서는 지금이 두 수석의 교체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분야 전문가는 "사실 청와대로서는 3.8개각을 통해 7명의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입각한 후인 5월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에 입성한 초기 비서진에 대한 교체를 검토할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 것같다"고 말했다.
이어 "두 수석의 경우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약 2년간 근무해 오면서 업무 과중으로 인한 피로도도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특히 조 민정수석의 경우 지난해부터 청와대 전 특감반원의 내부고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대형 이슈로 세간의 집중 관심을 받아왔기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 파행과 후보자 지명 철회, 자진 사퇴 등이 이어지면서 후보자들의 인사검증에 직접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는 두 수석의 교체가 자연스럽게 대두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