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초대형 IB 가운데 4개사 NCR 급감…모험투자 탓
유진투자증권 NCR 315.5%로 20대 증권사 중 최하위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재무건전성 척도인 순자본비율(NCR)의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기자본 4조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들은 NCR비율 1000% 이상으로 상위권을 차지하며 우량한 재무건전성을 보였지만 자본확충 여력이 없는 중소형 증권사는 다수가 권고수준인 500%에 미달해 대조를 이뤘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20대 증권사의 지난해 말 순자본비율 현황을 집계한 결과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5개 초대형IB들이 NCR비율이 1000%를 넘긴데 반해 자기자본 3조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들은 다수가 500% 미만의 비율을 보였다.
NCR은 은행의 BIS비율이나 보험사의 RBC와 마찬가지로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대표적 지표로 '증권사 BIS비율'로 불린다. 금융감독당국은 이 지표를 증권사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부과 기준으로 삼고 있고 각종 인허가시 기준비율로도 활용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지난 2016년 신 NCR로 개정하며 순자본비율을 100%이상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기준에 미달하는 증권사는 부실자산 처분 등 경영개선 권고를, 50%미만이면 합병·영업양도 등 경영개선 요구 및 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또 적정 NCR 비율을 시정조치 기준 100%의 5배인 500% 이상을 권고기준으로 보고 자본건전성이 확실히 확보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중 자기자본 8조원을 넘기며 미래에셋대우가 NCR비율 1639.6%로 선두에 올랐다. 삼성증권(1392.0%, 2위), NH투자증권(1365.2%, 3위), KB증권(1273.9%, 4위), 하나금융투자(1176.1%, 5위), 한국투자증권(1016.9%, 6위)이 뒤따랐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5개 초대형 IB(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모두 NCR 1000%를 넘기며 순위도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5개 초대형 IB 중 4개사가 전년 대비 NCR 비율이 하락했다. 2017년 말 NCR 비율 2386.6%로 압도적 선두였던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말 1639.6%로 747.0%포인트나 낮아졌다.
한국투자증권도 NCR 비율이 전년 1469.9%에서 지난해 1016.9%로 453.0%포인트 하락하며 전년보다 두계단 하락한 6위에 그쳤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각각 446.0%포인트, 335.1%포인트 씩 감소했다. 순위도 한계단 씩 하락해 3위, 4위를 기록했다.
삼성증권만 전년 1160.1%대비 231.9%포인트 상승한 1392.0%의 NCR을 기록하며 전년 6위에서 2위로 수직상승했다.
이들 대형 증권사들이 지난해 NCR 비율이 크게 감소한 데는 대형사들이 확보된 자기자본을 레버리지 삼아 해외투자 뿐 아니라 부동산PF, IB부문 등 모험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자기자본 3조이상의 대형 증권사 중에선 최근 자기자본 3조 클럽에 진입한 하나금융투자가 전년 791.7%보다 384.4%포인트나 늘어난 1176.1%의 NCR 비율로 1000%를 돌파하며 5위에 올랐다. 신한금융투자도 전년 706.5%대비 90.5%포인트 상승한 796.9%의 NCR을 기록해 8위에서 7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2017년 1191.7%에서 지난해 676.5%로 1년 사이에 500%포인트 넘게 급감하며 1000% 밑으로 내려갔다. 순위도 5위에서 8위로 하락하며 대형사 중 가장 낮은 재무건전성을 보였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사에 비해 저조한 재무건전성을 보였다.
신영증권과 유안타증권만 각각 537.7%, 501.4%의 NCR로 권고 수준인 500%를 넘겼고 나머지 10개사는 NCR 비율이 500% 미만이었다.
20대 증권사 중 유진투자증권이 NCR 비율 315.5%로 재무건전성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DB금융투자(339.1%, 19위), IBK투자증권(351.0%, 18위), 하이투자증권(375.6%, 17위), 교보증권(386.5%, 16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412.2%, 15위), 한화투자증권(432.2%, 14위), 키움증권(455.4%, 13위), 현대차증권(458.2%, 12위), 대신증권(493.9%, 11위)도 NCR 비율이 500% 미만으로 권고기준에 미달했다.
일각에선 지난 2016년 순자본비율(NCR) 제도가 개편 후 구 NCR에 비해 대형 증권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지나치게 부풀러져 자본적정성을 정확하게 판단하는데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지난해 3분기 평균 신 NCR 비율은 606%로 감독당국의 권고 수준 500%를 상회하지만 구 NCR 지표로 측정할 경우 감독당국의 권고 수준을 하회하는 226%를 기록하고 있다. 상위 7개 대형IB들의 구 NCR 비율은 177%에 불과했다.
자기자본 활용 증대 및 모험자본 투자를 늘리기 위해 재무건전성 지표를 구 NCR에서 신 NCR로 산정 방식을 변경했는데 오히려 대형사 위주로 증권사의 리스크 노출도가 높아졌다는 것.
한국신용평가 김영훈 선임연구원은 “구 NCR은 질적위험 분석이 가능하지만 비율 유지를 위해서는 총위험액 단위보다 많은 순자본을 확보해야 했지만 신 NCR은 위험흡수 가능한 유휴자본 규모를 측정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당분간 증권사간의 신NCR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 NCR 기준이 자기자본을 추가로 늘리기 쉬운 대형사에 유리한 구조인데다 중소형사들은 건전성 지표 상승을 위해 무조건적인 자기자본 확충은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