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 내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미국측으로 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10일 오후 워싱턴 DC를 향해 출발했다. 양 정상은 11일 정오(현지시간,한국시간 12일 새벽 0시)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처음 열리는 한미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한국과 북한은 물론 미·중·러·일 정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일괄타결'을 원하는 미국과 '단계적 해결'을 주장하는 북한 양측의 입장차가 큰데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대화의 장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더욱 그렇다.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출국 직전에도 대북제재 압박 기조를 재확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9일(현지 시간) 미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에 출석해 '북한과의 협상을 지속하는 동안에도 최대 경제적 압박은 유지할 것인가'는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그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원칙을 재차 강조하면서 더 큰 평화, 재래식 무기의 위험 감소도 대북외교의 목표로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종전보다 더 확대된 대북 압박으로도 해석된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썼던 폭군(tyrant)이란 표현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적용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상원의원의 질문에도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고 불리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이날 발언은 미 행정부 강경매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11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와 유사한 발언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긴장된 전세에 대처해 간부들이 고도의 책임성과 창발성,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해 우리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하라"고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전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최대한 대북제재 압박의 고삐를 죄자 자력갱생과 혁명정신의 재무장을 통해 북한 내부 결속을 더욱 다지려고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남북,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워싱턴으로 출발한 문 대통령으로서는 더욱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탑다운'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어내려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양측의 간극이 더욱 벌어지는 양상에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방미를 위해 떠나기 전 배웅 나온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 부대사에게 "워싱턴의 만개한 벚꽃은 보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결과는 좋았으면 좋겠다"며 "준비 단단히 많이 하고 간다"고 말해 이번 회담에 상당한 부담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미국 정가에서는 문 대통령이 북한의 입장에 서서 북미 비핵화협상의 '중재자 역할'만 하게 되면 한미간 동맹관계에 균열이 올 위험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의 댄 설리반 상원의원은 10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중재자 역할이라는 개념은 한국이 (미국과 북한) 중간에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우려된다"며 "한국은 중간에 있는 게 아니라 미국과 동맹 관계"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상원의원도 "미국과 한국은 협상 파트너"라며 "한미동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양국이 공유하는 절대적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북미간의 하노이 핵 담판 결렬 후 바로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정상회담에 합의한 만큼 이번 회담에서 북미간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조정안이 나올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국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만나 내놓을 한반도 비핵화 관련 메시지가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 대화 재개 등 한반도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굿 이너프 딜'과 '조기 수확론'을 꺼낸 든 문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북-미간 간극을 최대한 좁혀 원하는 성과를 얻어낼 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