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계 위상과 영속성 끊임없이 고민한 故 조양호 회장
◆…2012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임시이사회에서 조양호 회장 모습. 사진=한진그룹 제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에 항공·물류업계의 충격이 컸지만 그에 못지 않게 비통함이 컸던 곳은 방산업계다.
그는 2004년부터 2018년 3월까지 14년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직을 수행하며 방산업계의 애로사항을 이해하고 현장중심의 실천형 리더쉽을 발휘했다.
이 기간 동안 국내 방위산업 매출은 2004년 4조6440억원에서 2016년 기준 14조8163억원으로 4배이상 성장을 이뤄냈다.
조양호 회장은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 재직기간 중 국가가 없으면 방위산업도 없다는 방산보국의 가치를 조직 내외에 설파했다.
한진그룹을 경영하고 경제·문화·체육 등 분야에서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하면서도 방산업계 발전을 위해 노력한 이유는 국가에 대한 소명의식 때문이다.
조 회장은 1970년 미국 유학 중 귀국해 입대, 강원도 화천 소재 육군 제7사단 수색중대에서 복무했다. 베트남에도 파병돼 11개월 동안 퀴논에서 근무했고 수중중대로 복귀해 1973년까지 36개월 군복무 후 육군병장으로 만기전역했다.
이 경험이 조 회장에게 방산보국이란 신념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 되었다.
그는 방산업체가 군에 우수한 무기를 지원하는 것으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방산업체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 즉 생산 물량이 지속적으로 보장되도록 정책을 개선하는 대외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 회장은 방위사업청과 협의해 주요 중소 방산업체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연속성 강화에 주력했다.
그가 추진한 방산 보증 지원 확대는 방산업계에 큰 도움이 됐다. 보증기금 운영을 통해 자금력이 취약하고 보증에 어려움을 겪던 방위산업 업체들에게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고 보증서 발급 편의성을 증대해 방산물자 및 군수품 등의 안정적 조달 기반을 확보하는 등 국내 방위산업의 기반 확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조 회장은 한국방위산업진흥회를 통해 국제 방산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여 해외 방산시장 정보를 수집, 업계와 공유했다. 또한 국제공동연구개발 추진, 연구개발 기준 상향 등을 통해 국내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썼다.
방산 관련 8개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망라한 방위사업총서를 만든 것도 조양호 회장의 주요한 치적이다.
◆…2013년 7사단 전방 위문 사진. 사진=한진그룹 제공
조 회장은 최전방 부대를 방문해 무기 체계를 살펴보며 위문금, 체력단련 장비, 제설장비 등 많은 후원을 했다.
호국보훈 기념사업 지원을 통한 애국심 함양에도 힘썼다. 국군 참전용사 자녀 장학금, 군인 자녀 학교 장학금, 지평리 전투기념관 지원, 주한미군 순직비 건립 사업 등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조 회장은 무인기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고성능 무인기 기술을 선점, 시장을 주도해야한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의 항공기 제조 기술 역량을 무인기에 집중하여 2007년 근접감시용 무인기 개발 성공, 2013년 수직 이착륙‧고속 비행이 가능한 틸트로터 무인기 비행에 성공, 2014년 국내 최초 무인기 감항인증을 획득, 사단 정찰용 무인기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시작했다.
유인항공기를 무인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500MD 헬리콥터의 무인화 개조사업과 장시간 체공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드론까지 개발했다. 최근에는 이륙중량이 5톤인 전략급 중고도무인기를 개발해 최종 시험비행 단계에 있다.
조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대한항공을 첨단 기술이 접목된 무인기 플랫폼을 갖춘 전문업체로 성장시키며 국내 방산업계의 먹거리를 창출하고 있다.
방산업계의 발전을 위해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온 조 회장의 모습을 이젠 볼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이 땅에 뿌린 수많은 낱알들은 방산업계를 지탱하는 거대한 나무가 됐다.
지난해 3월 조 회장의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 사임을 앞두고 류우식 전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방위산업을 국가발전의 미래동력으로 보고 진취적인 발전을 위해 헌신을 다 해온 조양호 회장이 남긴 족적은 방산업계에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2015년 방산정책 심포지엄 사진. 사진=한진그룹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