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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설계 이야기]

퇴직후 마음의 중심잡기가 중요한 이유

조세일보 | 정동기 라이프웨어경영연구소장 2019.04.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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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얼마 되지 않아 겪었던 일들이 있다.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엊그제 일처럼 느껴지곤 한다.

#장면 1: 퇴직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동창 모임에 가면 왠지 어깨가 쳐지는 느낌을 스스로 갖고 있었다. 남들은 버젓이 직장생활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퇴직자라는 딱지를 이마에 붙이고 만나는 일이 별로 유쾌한 일이 되지 못하였다.

그런데 그 동창 모임에 온 친구들 중에 매우 야속한 사람이 있었다.자기보다 일찍 퇴직한 친구를 마음으로나마 위로하지는 못할 망정 서운하게 만드는 일에 능숙했다. 모임에서는 주로 건강이야기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이야기,뉴스가 있는 친구에 대한 소식 등이 자주 화제에 오르는데, 자기가 다니는 직장의 이야기를 가볍게 자랑삼아 얘기하는 것까지는 뭐라고 굳이 탓할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앞으로 정년이 얼마 밖에 안남았다는 등 전혀 걱정으로 들리지 않는 걱정스런 말을 내 밷었다. 퇴직하고 의기소침해 앞에 앉아 있는 나는 안중에 없이 자기의 남은 기간만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내 귀에는 아직도 그렇게 많이 남았다는 말로 들렸다.

비록 입에 발린 말 한마디라도 힘내라. 어찌 지내느냐? 건강 유의해라 등등 한마디 할 것도 같은데 이런 사람일수록 그러한 멘트 한마디가 없다. 마치 자기하고 퇴직하고는 상관이 없으며 직장생활 정년까지 하게 되니 여한이 없다는 것을 대놓고 과시하는 것이었다. '그래 너 잘났다'

#장면 2: 옛 직장동료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모대학병원으로 문상을 갔을때 한 선배를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나서 대뜸하는 이야기가 “요즘 잘되지?” 하고 물었다. 뭐라고 적당히 할 말을 생각하려는데 “그래 잘되지 응”하고 말하고는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려 버린다. 내가 대꾸를 하기도 전에 혼자 결론을 내다시피 하면서 말을 끝내는 것이었다. 되긴 뭐가 잘되고 있는데?

언젠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뭐라고 질문을 해놓고는 출연자가 답하기 전에 마이크를 자기가 빼앗아 들고 “예 그렇군요” 하고 답변을 해버리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 똑 같은 것이었다.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라도 너무 건성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아무리 눈치가 무딘 사람이라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그리고 헤어질 때 “놀러와” 라고 말하고 나서는 “오기 전에 전화하고” 등등 미처 내 말이 나오기도 전에 다 뱉어 버리고 내 말이 뭐가 나오는지는 도통 관심이 없는 것이었다. 물론 전화하고 놀러 가는 일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세월은 흘렀다. 그를 최근에 만난 적이 있는데 “지금도 강의하고 있는가?“하고 물어서 그렇다고 말하였다.  자기는 놀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무척 부러워하는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장면 3: 언젠가 시내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잠시 여유 시간이 있었는데 간혹 모임에서 만나 얼굴을 보는 사이인 사람이 왠일인지 머리에 떠 올랐다. 새로운 명함을 내밀면서 자랑스러워하고 가까운데 오면 전화주시라는 말이 생각 나서 안부인사나 나누려고 전화를 걸었다. 건성으로 하는 말을 믿고 연락하는게 아니라는 평소 생각을 잠시 망각한게 잘못이었다.

전화를 받기에 반가운 감정을 실어 내 이름을 말하자 곧 바로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를 하겠다는 차분한 말이 되돌아 오면서 전화가 끊겼다. 전화 목소리로 보아 누군지 모르고 전화를 받았다가 내 이름을 듣고 끊은 것 같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 후 한달쯤 지나 얼굴을 마주칠 기회가 있어 전화했던 이야기를 넌지시 꺼냈는데 별다른 반응도 말도 없다. 기억도 나지 않는 것인지, 무안해서인지 모르지만. 내가 그렇게도 관심을 둘만한 대상이 아니었던가? 지금까지 그럴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착각이었다. 그의 나에 대한 형편없는 관심도 기준치에 크게 실망하고 더 이상 그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기로 했다.

퇴직 후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다운되어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상처를 아물게 하기는 커녕 더 덧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퇴직 후 우선적으로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안정적인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 중심을 잡아 줄 수 있는 추는 남에게서는 찾기 힘들다. 무턱대고 남에게 기대어 도움을 기대하다가는 실망만 잔뜩 안고 더 의기소침해질 수 있다. 

내 마음속에서 우선적으로 찾아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산에 올라가 맘에 드는 바위나 소나무와 대화를 하면서라도 허둥대지 않는 마음의 중심을 잡아갈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내 마음의 추가 중심을 잃으면 판단이 흐려지기 쉽고, 타인의 도움을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도 어렵다.

좀더 나아가서 남의 도움을 받으려거든 내가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부터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남에게 무엇인가 도움주는 것 없이 남으로부터 무조건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어렵다고 보는 것이 지혜롭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라이프웨어경영연구소
정동기 소장

[약력]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생애설계사, 경영지도사, CE경영컨설팅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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