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지난해 국내 생산 맥주 첫 마이너스 성장
하이트진로, 맥주사업 2015년 이후 4년째 만성적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수입맥주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국산 맥주 제조업체들의 판매 실적이 심각한 부진에 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 제조업체의 생산 실적과 공장가동률은 5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산 맥주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맥주 제조업체들도 외국산 맥주를 수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특별한 대책이 없을 경우 맥주의 국내 생산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1위의 주류회사인 오비맥주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1조6981억 원에 영업이익 514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도보다 각각 2%, 4%씩 성장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국내 맥주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체면을 유지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오비맥주 역시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의 지난해 제품매출(세금 포함)은 2조6937억 원으로 2017년의 2조7642억 원에 비해 약 920억원 감소했다. 이는 국내 생산 실적이 수년 만에 처음으로 후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오비맥주가 국내 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제품매출은 2015년 2조5923억 원, 2016년 2조6613억 원으로 상승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해외에서 수입해 공급하는 상품매출은 2015년 800억 원, 2016년 1116억 원, 2017년 1821억 원, 2018년 2744억 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한편 맥주 생산에 들어가는 재료비, 인건비, 물류비 등 각종 매출원가는 지난해 6466억 원으로 전년도의 6229억 원 보다 약 240억 원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의 국내 생산에 따른 원가부담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매출액 1조6576억 원에 영업이익 900억 원을 달성했지만 맥주부분의 경우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203억 원으로 적자를 나타냈다. 이 회사는 소주판매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하이트진로는 맥주제조 사업에서 2015년 40억 원 적자를 시현한 이래 2016년 217억 원, 2017년 289억 원 등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부진은 지난해에 한정된 일회성 실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시설 가동률 역시 국산 맥주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대변해주고 있다. 맥주 설비 가동률은 5년 전인 2014년 49.27%, 2015년 49.7%로 최고점을 찍은 후 외산 맥주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확장한 2016년에는 44.19%로 꺽였다가 2017년에는 처음으로 40% 선이 무너지며 38.08%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맥주 생산설비 일부를 소주로 전환했음에도 사상 최저인 36.76%에 그쳤다.
클라우드 맥주와 처음처럼 소주 상표를 가진 롯데는 롯데칠성음료의 일부 사업부에 편입된 관계로 맥주 사업부문의 정확한 실적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주류매출은 2014년 8237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5년 7591억 원 2016년 7331억 원, 2017년 7643억 원, 지난해 7567억 원으로 7500억 원 선에 머무르고 있다.
영업이익도 함께 축소돼 2014년 449억 원에서 지난 2015년 452억 원, 그리고 2016년에는 274억 원으로 감소했다.
생산시설의 활용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공장가동률은 2014년 98.4%, 2015년 94.1%로 90% 선을 넘은 후 수입맥주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확장한 2016년 68.1%로 급락했다. 충주 제2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2017년 62.57%의 가동률을 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55.8%에 그쳤다.
롯데의 경우 소주가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맥주설비 가동률은 30%선을 겨우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주류는 2014년 클라우드로 맥주시장에 문을 두드렸지만 카스와 수입 맥주에 밀려 시장 추가 확대에 실패하면서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카스는 지난 2012년 이후 국내시장 1위 점유율을 지키며 유일하게 성장해온 브랜드라는 점에서 판매실적 후퇴가 주는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며 “그나마 오비맥주는 글로벌 본사인 ABI의 수입맥주 브랜드 판매를 확대함으로써 국산맥주의 부진을 보완하고 있지만 다른 제조사들의 경우 활력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