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유가상승 불구 석유제품 마진 악화
화학, 재고이익 등으로 영업익 3203억원
◆…SK이노베이션 최근 5년 분기별 영업실적. 2019년 1분기는 잠정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SK이노베이션이 올 1분기에 직전분기 영업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된 실적을 발표했다. 최대 호황기를 누렸던 2016~2017년뿐 아니라 전년도 동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이익 규모지만 1분기 만에 손실에서 탈피한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정유부문이 재고평가이익을 얻었음에도 적자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화학사업이 3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거둬 전사 실적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2조 4002억원, 영업이익 3311억원, 당기순이익 2115억원으로 잠정 집계해 25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53.5%, 순이익이 55.3% 줄어든 실적이다. 전분기에 비교할 땐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11.1%, 20.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으로 기록됐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약 4년 만에 기록했던 2815억원 적자에서 1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지만 사업 부문별로 편차를 보였다. 주력인 석유사업이 지난해 4분기 3개월 동안 배럴당 30달러 가량 급락한 국제유가의 영향으로 봐야했던 5578억 영업손실의 폭을 5500억원 가량 줄였으나 흑자로 돌아서지 못한 채 1분기 63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해 말 최저 배럴당 49달러까지 떨어진 뒤 올 1분기 차츰 회복세를 보이면서 기말에 20달러 정도 상승했다. 정유업계는 원유 도입과 판매시기에 따라 가격에 편차가 생기는 특징을 보이는데 SK이노베이션도 재고관련 손해가 컸던 작년 4분기와 달리 이번엔 4000억원 가량의 재고이익이 반영돼 그나마 적자폭을 줄일 수 있었다. 반면 석유제품의 마진이 약세를 보인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OPEC 감산과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등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인해 유가가 소폭 상승세를 보였으나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디젤 등 석유제품과 올레핀 등 화학제품 마진이 약세를 나타내는 업황 부진이 이어졌다"면서 "제품 마진 하락에도 불구하고 시차효과와 재고관련 손실 감소 등으로 적자폭을 줄였다"고 밝혔다.
정유 부문의 부진은 이번에도 비정유에서 만회했다. 특히 화학사업은 제품 스프레드 하락에도 430억원 가량의 재고관련 이익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3%, 전분기의 28.4% 증가한 3203억원의 영업익을 거뒀다. 전사 영업이익의 96.7% 비중이다. 윤활유사업이 전분기보다 36.4% 줄어든 471억원 영업이익을 올리는데 그치고 석유개발사업도 554억원으로 256억원 감소한 이익에 머무른 만큼 화학사업의 실적이 더욱 돋보인다.
SK이노베이션이 미래 먹거리로 삼아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배터리·소재사업은 차츰 개선세를 보여 긍정적 기대를 가능케 했다. 소재사업은 배터리사업은 전분기 대비 영업손실폭을 238억원 줄였으며 소재사업도 같은 기간 50억원 늘어난 305억원의 이익을 시현했다. 이 회사는 국내 외에도 중국·미국·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신·증설 중으로 2020~2022년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설비도 중국과 폴란드 등에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SK는 2분기 전반적인 수익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이 시기는 미국 휴가철로 휘발유 수요가 늘어나는 드라이빙 시즌이 포함돼 업계의 전통적 성수기로 꼽히기도 한다. 회사측은 "1분기 평균 3.2달러에 그쳤던 싱가폴 복합정제마진이 이달 들어 평균 4.4달러까지 상승해 2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국제해사기구(IMO)의 2020년 황 함량 규격 강화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인 경유 수요 증가도 예상돼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