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우, 공익 법률지원으로 불승인 결정 뒤집어, "직접성 요건 정립"
◆…취객에게 폭행을 당한 뒤 투병하다 숨진 고(故) 강연희 소방경이 지난달 재심에서 위험직무순직을 인정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취객에게 폭언·폭행을 당한 뒤 투병하다 숨진 고(故) 강연희 소방경이 1년만에 순직으로 인정받았다. 재심에서 1차 심의 결과를 뒤집고 유족의 청구를 들어준 결과다.
법무법인 화우(대표변호사 정진수)와 화우공익재단(이사장 박영립)은 2일 "화우와 화우공익재단이 신속하게 공익소송 법률지원단을 꾸려 유족 측 대리인으로서 무료 변론을 맡아 이 같은 성과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국무총리 산하 공무원 재해보상연금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지난 2월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재해보상심의회가 고인에 대하여 위험직무순직을 불인정한 원심을 재심에서 뒤집은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강연희 소방경은 지난해 4월 전북 익산역 앞 도로에서 술에 취해 쓰러진 윤모씨를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심한 욕설과 머리를 5~6차례 맞는 폭행을 당했다.
강 소방경은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와 함께 어지럼증, 구토,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다 사고 29일 만에 뇌동맥류 파열 등으로 사망했다.
유족은 지난 2월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 위험직무순직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심의회는 '공무원재해보상법'에서 정한 직접원인성을 부인하면서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화우와 화우공익재단은 이에 즉각 법률지원단을 조직해 재심을 준비했고 지난달 1일 신청이유서와 입증서류를 제출한 데 이어 같은 달 29일 재심 기일에 출석해 변론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법률지원단은 위험직무 수행 현장에서 바로 사망하지 않더라도 해당 사고가 기저질환의 급격한 악화에 직접적인 원인이 됐고, 당사자의 과실 등 다른 원인이 개입되지 않았다면 '직접원인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재심에서 위험직무순직을 인정받았다.
공무원재해보상법은 소방공무원의 구급작업 등 위험직무 수행 중 입은 재해에 해당하고,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할 것을 위험직무순직 인정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위험직무순직의 요건인 '직접원인성'을 보다 정확하게 해석하고 일정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인정 범위를 넓힌 첫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화우 박상훈 대표변호사는 "직접원인성 요건은 당사자의 과실이나 제3의 원인이 개입된 사례를 배제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며 "강 소방경은 폭언과 폭행으로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이로 인해 기저질환이 급격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위험직무순직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화우공익재단의 박영립 이사장 또한 "이번 결정은 각종 재해와 구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방공무원의 노고를 정확히 평가하고 보상하려는 입법취지에 부합한다"며 "이를 계기로 강 소방경의 유족이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일선 소방공무원의 사기가 진작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