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원로 12명, 문대통령과 오찬간담회서 밝혀
이홍구 "여여합의, 지속적 대화로 해결실마리 찾을 수 있어"
이종찬 "꼬인 한일관계, 새로운 움직임 필요해"
윤여준 "임기 반환점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경색 정국 풀어야"
◆…사회원로와 간담회 갖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종찬 전 국정원장 등 사회원로 12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악수하는 문 대통령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종찬 전 국정원장 등 사회원로 12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갖고 이들로부터 국정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제언을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한 사회원로들은 임기 중 반환점을 돌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문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과 관련한 제언을 내놓았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먼저 이홍구 유민문화재단 이사장은 "여야합의가 원천적으로 어렵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통일 등에 대해 우리의 지혜를 모아나갔으면 한다. 오늘도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이종찬 우당장학회 이사장은 최근 경색일변도인 한일관계와 관련해 "일본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 하지만 지금 일본은 레이와 시대로 바뀌는 등 새로운 전환점을 찾고 있다"며 "일부 일본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부분이 보이지만 국왕이 바뀌었으니, 새로운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이어 독립유공자 유족을 위한 정부 지원 확대와 관련해선 "유공자들에 대한 정책은 모든 정권마다 있었지만 이처럼 직접 (생활지원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처음이다"며 "독립유공자 유가족들이 대단히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6월이 지나면 임기의 반환점을 돈다. 시기적으로 성과를 내야 할 때"라며 "국회가 극한대결로 가면 대통령이 추진하려고 하는 것이 순조롭게 되지 않는다. 야당이 극한저항으로 나오면, 대통령이 포부를 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정한 야당의 패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여당이 된지 2년이 됐는 데, (아직)야당처럼 보이고 있다. 융통성을 보여야한다"면서 "이런 국면에서는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문제를 풀기가 힘들다. 대통령께서 정국을 직접 풀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식 창의공학연구원 이사장(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제언으로 "첫째는 인사다. 한 계파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두의 대통령"이라며 "탕평과 통합, 널리 인재등용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정치적·사회적 불안과 국제 정세적 불안을 빨리 종식시켜야 할텐데, 그중에서도 경제에 대한 불안 문제를 해소해야한다"면서 "경제 문제에서 성과를 보였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에너지는 안보와 직결되어있다"며 "정부에서 탈원전이라는 명칭보다 에너지믹스, 단계적 에너지 전환으로 말했어야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우수한 기술경쟁력을 갖고 있다. 보다 관심을 갖고 기술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원전 정책 수정을 당부하기도 했다.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은 "요즘 뉴스를 보지 않고 정치에 혐오를 느끼는 분이 많은 것 같다. 이는 국가적 불행"이라며 "모든 이슈에서 진보와 보수 두 갈래로 갈라져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어떻게 분열에서 통합으로 이끌지'이다. 결국 우리 모두가 바뀌어야한다"고 사회 통합을 강조했다.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는 "차기 세대의 석·박사들이 위기에 있다"며 "교육대학조차 사립학교에 의존하고 있다. 사립학교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사학법 개정에 정부가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왜 산업화 수출에만 열심이고 왜 민주화 성과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는가"라며 "지금 당장의 고용, 못 먹고 사는 것에만 초점 맞추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달라. 우리는 지금의 민주주의 발전을 이루었다. 자신 있게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한국사회가 생명의 위협을 안고 사는 사회였으나, 지금은 바뀌었다. 너무 잘하려는 것보다 천천히 전문적으로 가는 방안을 찾을 때"라며 "위험감수하며 일할수록 망쳐지는 사회다. OECD 중간만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중국 모델이 아니라 유럽의 작은 선진국형이나 소통이 되는 나라가 모델이 되어야한다. 하면 된다는 식으로 가면 어느 대통령도 힘들 것"이라며 "거대한 전환기에 있고, 자괴감을 갖고 있는 세대가 있어 한쪽에서는 전문적으로 해결하면서도 또 한쪽에서는 국민전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과 관련해 전에 없는 의미있는 일들을 해왔다"며 "앞으로 100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를 출발선으로 삼은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지난 100년 동안 많은 일들이 해결됐지만 '남북분단' 문제 만큼은 해결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가 사관이라면 반드시 이걸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일 언론의 목소리를 쫒아 가면 사태의 본질 파악이 안 된다"며 "긴 안목에서 기존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전 대법관)은 "청탁금지법을 만들 때 그 법이 공무원과 국민들을 압박할까봐 우려가 많았다. 이 법이 시행되기 위해선 사회수준이 올라와야 했다"면서 "결국 국민들이 이 법안에 대한 학습이 잘 이루어졌고, 현재 법안이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들은 획일적 기준과 혜택보다 개별적이고 맞춤형의 행정과 혜택을 기반으로 사고하는 수준 높은 국민으로 변화했다"면서도 "하지만 제도와 행정은 여전히 양적 기준으로만 사안을 본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송호근 포항공대 석좌교수는 "정권 2년이 되고 반환점을 돌고 있는데 정책기조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정책기조를 유지하더라도 고용주도성장으로 바꾸는 등의 변화는 어떨까? 정책패키지를 만드는데, 어려워 보이지는 않다"고 경제 정책의 보완을 주문했다.
김지형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전 대법관)은 "'절차'에 대해 말하고 싶다"면서 "우리사회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갈등을 다루는 절차'에 대한 것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갈등 없는 발전은 인류 역사상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성숙사회는 갈등을 다루는 절차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평가된다"며 "우리는 사회적 논의, 사회적 파트너십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하지만 정작 사회적 논의의 참여 주체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참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기본적인 사회적 논의 참여 파트너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인 돌아봐야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