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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매물 팔린 서울 아파트 "상승 징후? 일시적 현상?"

조세일보 / 연합뉴스 제공 | 2019.05.06 12:15

강남 재건축 일부 저점 대비 1억∼2억원 올라…강북도 문의 늘어
전문가 "재건축 중심 저가 매물 소진에 봄 이사철 수요 영향…본격 상승 아냐"

최근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팔려나가면서 때아닌 주택시장 바닥론이 꿈틀거리고 있다.

급매물 거래로 호가가 오르면서 지난해 9·13부동산 대책의 대출 강화, 종합부동산세 인상, 공시가격 현실화 등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규제로 얼어붙었던 시장이 회복 국면으로 전환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고점대비 가격이 급락한 일부 재건축 단지 외에는 거래량이 많지 않아 본격적인 상승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강남 재건축 급매 팔리고 가격 올라…강북도 문의 증가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잠실 주공5단지는 9·13대책 이후 적체됐던 급매물이 지난 3, 4월 두 달간 25건 이상 팔리며 호가가 상승했다.

전용면적 76㎡의 경우 지난 3월 16억2천만원에서 팔리기 시작해 현재 18억2천만원 선으로 2억원이 올랐다. 지난해 최고가 19억2천만원에서 3억원이 떨어졌다가 다시 2억원이 회복된 형국이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처음엔 고점 대비 3억원 이상 빠진 급매물만 소진됐는데 최근 서울시가 연내 건축심의를 내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호가가 오른 것도 일부 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최근 급매가 빠르게 팔려나가면서 전용 76.79㎡의 호가가 16억5천만∼17억원까지 올랐다. 9·13대책 이후 15억원대 급매물이 소진되며 다시 1억원 이상 올랐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강북 주요 단지의 전용 84㎡ 아파트값이 14억∼16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강남에 위치한 은마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졌을 것"이라며 "9·13대책 이후 관망하던 대기수요자들이 최근 싼 매물을 중심으로 매수를 했다"고 말했다.

이 두 단지의 재건축 조합은 최근 번갈아 서울시를 상대로 재건축 인허가 절차 이행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재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한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도 지난달 30∼40채가 거래됐다. 대출이 대폭 강화된 가운데 대부분 현금 부자들이 장기 투자로 생각하고 매수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또다른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도 지난달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일부 상가·세입자 이주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거래가 늘었다. 올해 저점 대비 1억원 올라 36㎡의 경우 14억2천만원, 42㎡는 16억2천만∼16억5천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바닥 금액들이 매매되면서 가격이 올랐는데 아직 작년 최고가보다는 1억5천만∼2억원 이상 낮은 수준"이라며 "착공을 앞두자 입주를 고려한 실수요자들이 저가 매물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지난주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강남구 아파트값은 28주간의 하락세를 멈추고 6개월여 만에 보합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9·13대책 후에도 재건축 단지만큼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던 일반 아파트는 거래가 많지 않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일반 아파트는 당장 입주할 실수요 외에는 찾지 않아서 거래도 잘 안된다"며 "고점에서 많이 내린 재건축에만 일부 대기 수요자들이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비강남권도 최근 들어 매수 문의가 조금씩 늘면서 급매물이 한두 건 팔려나간다. 그러나 가격이 뛰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는 최근 84.59㎡가 고점(15억원) 대비 1억4천만원 싼 급매물이 13억6천만원에 팔린 뒤 아직 추격 매수세는 잠잠하다.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동호수가 떨어지는 단지는 12억원짜리 매물도 나와 있는데 거래가 안된다"며 "3월 급매물이 좀 팔린 뒤로 추격 매수세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역시 실수요자 중심인 마포구 신수동 신촌숲 아이파크는 조망권이 있는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저가 매물만 한두 건씩 팔린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노원구 상계동도 최근 매수 문의가 일부 늘었으나 싼 매물만 찾는다.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달 말부터 방문객이 좀 늘었는데 시세보다 3천만원 이상 싼 급매물만 일부 팔렸다. 예년에 비하면 매수세가 약하다"고 말했다.

용산구 한강로2차 벽산메가트리움 전용 84㎡는 작년 최고가(13억5천만원) 대비 1억원 이상 낮은 12억3천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와 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 "낙폭 과대 매물 소진된 것…본격 상승세는 쉽지 않아"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가 늘어난 것은 낙폭이 큰 재건축 급매물을 중심으로 대기수요가 움직인 영향이 크다고 본다. 거기에다 3, 4월 이사철을 맞아 신혼부부 등 계절적 수요가 가세하며 저가 소형 아파트 거래도 늘었다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건수는 총 2천400건으로 4월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저치지만, 월별로는 작년 12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많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주택을 구입한 사람은 크게 결혼 또는 갈아타기 등의 목적으로 새로 집을 사야 하는 실수요자와, 대출이나 전세금이 없어도 집을 구입할 수 있는 투자자로 볼 수 있다"며 "재건축이 확실한 단지와 신축 아파트 거래가 늘어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전문위원은 "9·13대책 직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2억∼3억원씩 빠진 매물이 그 금액대로 6개월 이상 지속되자 지켜보던 수요자들이 추가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고 매수대열에 합류한 것"이라며 "3월 공시가격 발표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집값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한다.

김규정 전문위원은 "경기침체로 올해 금리 인상 리스크가 사라졌고, 공공택지나 SOC 사업의 보상금도 풀린다"며 "한동안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도 작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무엇보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대출 규제가 강화돼 있어 지난해처럼 다주택자들이 계속해서 집을 살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1주택자도 2년 거주해야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거주가 어려운 절세 매물이 하반기부터 추가로 나올 수 있다.

추경 이후 하반기 국내 경기 회복 여부도 지켜봐야 할 변수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정책실장은 "최근 재건축 급매가 눈에 띄게 소진된 것은 주식시장의 낙폭 과대주가 팔린 것과 같은 맥락이고 상승 모멘텀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고점 대비 15∼20% 빠진 급매물이 팔린 이후 추격 매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주택도시연구실장은 "지난해 집값이 과도하게 뛴 것은 많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서 임대사업 등록을 하고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인데 지금은 대출도 막혀 있고 신규 매입후 임대사업에 따른 혜택도 없기 때문에 작년처럼 거래가 급증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저가 매물 소진에 따른 일시적인 가격 상승은 가능하겠지만 전반적인 상승세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7월과 9월에 재산세, 12월에 종합부동산세가 나오면 늘어난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증가가 체감될 것"이라며 "저가 매물은 꾸준히 팔리겠지만 거래량이 제한적이어서 가격 상승 압력도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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