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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무 칼럼]

전심절차에서 익명주의는 옳은가?

조세일보 / 소순무 변호사 | 2019.05.09 08:20

사법작용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기둥이다.

새 정부 들어서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의 여파로 재판거래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재판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다. 근대 사법제도 100년사에 이와 같은 신뢰의 위기가 왔던 적은 없다. 신뢰회복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더하여 전관예우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재벌총수 구하기에 전관변호사들이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대거 활동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사회에서는 수사건 재판이건 사법작용의 일환이면 그 직무를 담당하는 검사나 법관이 공개되기 마련이다. 투명성과 예측가능성, 국민의 사법감시도 그 이유이다.

그런데 조세쟁송의 전심절차인 과세전적부심,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를 담당하는 민간 국세심사위원, 비상임심판관에 대한 익명성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그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 외부압력 노출방지, 로비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전심절차도 절차적 보장이 요구되는 준사법절차이다. 이러한 절차에는 당국이 내세우는 이해관계자의 개별적인 청탁이나 로비 가능성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있어 왔던 일이다.

이를 헤쳐나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심사, 심판기관의 사명이다.

사명감이 없는 인사를 심사위원이나 비상임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조세심판원은 심판회의의 참여 비상임심판관을 고정하지 않음으로써 미리 알 수 없도록 하고, 국세청은 민간 심사위원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이 위원임을 외부에 밝히는 경우에는 해촉할 수 있도록 까지 하고 있다.

심사, 심판을 둘러싼 여러 잡음과 루머에 대한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나 규정은 종전에는 시행된 바 없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민간 심사참여자를 신뢰할 수 없다면 차라리 민간위원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낫다.

일본 국세불복심판소 심판관은 모두 상임이다.

공정성과 적정성을 위하여 민간위원 제도를 도입해 놓고 로비에 휘둘릴 것을 우려하여 익명주의로 나간다면 이는 제도의 본질과 맞지 않다.

이러한 불신의 눈초리 속에서 이들 민간위원들은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까?

심사, 심판기관의 어려움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익명성 강화로서 잡음이나 로비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은 단견이다. 오히려 다 드러 내놓고 개개인의 양심과 사회적 감시 시스템 강화로 대처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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