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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무 칼럼]

과세처분 무효범위 넓혀가야

조세일보 / 소순무 변호사 | 2019.05.23 08:20

납세신고나 과세처분에 잘못이 있을 때는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럴 경우 납세자가 구제 받는 방법은 경정청구나 처분에 대한 불복제기이다.

과세처분은 그 잘못의 정도에 따라 취소와 무효로 나뉜다. 이는 우리가 갖고 있는 전통적인 대륙 행정법 체계에 터잡고 있어 모든 행정처분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러면 취소와 무효는 어떻게 다른가?

취소는 처분일 혹은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불복을 하여야 한다. 그나마 불복기간은 종전 60일에서 늘어난 것이다.

반면 무효인 경우에는 그 제한을 받지 않고 구제받을 수 있다. 무효인 과세처분의 경우 5년 이내에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세법을 잘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납세자로서는 90일 이내에 스스로 혹은 전문가를 찾아 불복을 제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뒤늦게 억울함을 알게 된 경우에는 처분이 무효가 아닌 바에야 방법이 없다. 과세관청이 최장 15년까지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

문제는 대법원이 끈질기게 취하고 있는 무효요건이 엄격하다는 데 있다. 이른 바 중대명백설로 처분에 중대하고도 명백한 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행정처분의 무효요건과 특별히 구분하지도 않는다. 과세요건을 못 갖춘 경우라면 세금을 거둘 수 없는 것이므로 중대한 흠이라고는 인정하지만 세법이나 그 해석에 문제가 있다 하여 바로 그 흠이 명백하다고는 보지 않는다.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과세관청이나 법원에서도 엇갈리는 세법인데도 그 불이익을 납세자에게 떠안기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재정의 확보나 조세의 조기 확정도 중요하지만 국가가 걷을 세금만 걷어야 하는 것이 대원칙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효의 명백성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일반 행정처분은 그 효과가 대상자 외에 널리 미치는 경우가 많지만 과세처분은 이해관계자가 납세자와 과세관청으로 좁혀진다. 구제의 폭을 넓혀야 하는 이유이다.

대법원은 1995년 그리고 작년에 재차 종전의 중대명백설을 변경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그렇지만 변경하자는 의견은 다시 소수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개별사건에서는 종전의 태도를 완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지방세 면세요건 관련 대법원 판결(2019. 4. 23. 2018다287287)이 그것이다. 문언에 따르면 분명한 면세인데도 불구하고 과세의 당위성을 내세워 과세한 처분을 무효로 보아 구제를 해 준 것이다.

종전의 틀에 의하면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흠의 명백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었다.

위 판결은 사뭇 접근방식이 다르다. 위 사건의 제1심 판결과 제2심 판결은 서로 결론이 달랐다. 과세당국이나 법원도 잘 모르는 데 하물며 납세자는 어찌 미리 답을 알고 세금을 내야 하나? 바람직한 방향이다.

저출산·고령화, 복지국가로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납세자는 앞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그만큼 납세자의 권리보장이 필수적이다. 국가가 정당한 세금만을 걷겠다는 너무나 당연한 원칙을 조세행정에서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세분야에서 법원이 처분 무효요건을 완화해 구제의 길을 넓혀가는 것이 조세법률주의의 정신이다.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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